논산평생학습축제, 가을을 수놓다

놀뫼신문
2023-10-30


『2023 논산시 평생학습축제』가 10월 28일 논산열린도서관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논산 안팎에서는 각양각색의 행사가 동시 다발이었다. 계룡시의 경우 새터산 공원에서 ‘제1회 계룡시 평생학습 축제 한마당’을 개최하였다. 논산 시민공원에서는 아나바다장터와 2023 상상이상 피크닉데이가 펼쳐지면서 텐트촌 장관이 펼쳐졌다. 논산문화원 잔디밭은 성동숲속어린이집 아이들 작품들이 한가득 주렁주렁 열렸다. 

논산시 평생학습축제는 <학습, 내일을 수놓다>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올 3월 논산시가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됨에 따라 장애인평생학습도시 선정기념식도 치러졌다. 평생교육 유공자 표창은, 이소연, 박소윤, 이경화, 황은지 이렇게 4명이 받았다. 



식후 행사는 합창부터 성악, 마술, 샌드아트 등 여러 장르의 예술 무대가 선보인 다음, 7팀의 평생학습 동아리 발표 공연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평생학습배움터 및 동아리발표회


평생학습배움터 및 동아리발표회에 공연한 7팀은 오카리나~라인댄스~통기타~경기민요~두레풍물~숟가락 난타 순으로 공연했다. 몸동작이 큰 수락1리 라인댄스팀은 평행선 외 2곡, 두레풍물팀은 가는풍장, 세마치, 자진마치를 선보였고, 숟가락 난타팀은 사랑아, 평행선, 빙고, 페스티벌을 펼쳐 보였다. 다소 정적인 통기타(광석면)는 꿈을 먹는 젊은이, 연을, 경기민요(사월1리)는 밀양아리랑, 태평가를 논산 하늘에 수놓았다. 



7팀 중 두 팀은 오카리나 연주였다. 올해 생활배움터로서 오카리나 배움터는 연무농협, 연산 예쁨작은도서관, 가야곡 삼전리 세 곳이다.  첫 번째 연무오카리나팀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고맙소’를 연주했다.  ‘해뜰날’, ‘소녀의 꿈’을 연주한 가야곡오카리나팀은 가야곡삼전리 카드 섹션을 펼쳤다. 이번에 평생교육 유공자 표창자 중 하나인 박소윤 강사가 지휘를 했는데, 박 강사가 지도한 다온오카리나는 생활문화동아리지원에 선정되기도 하였다.(올해 논산시 생활문화동아리는 총 8개팀이 선정되었는데, 여기에 포함된 다온오카리나, 힐링숲텅드럼은 현재 종강한 상황)

논산시에서는 현재 36개소에 생활배움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악기연주 등 음악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제작 및 편집(인동어린이집), 프리미어프로 활용교육(논산영상문화센터), 메타버스 타고 디지털세계 탐험하기(취암동) 등 첨단 분야도 찾아가 교육하는 것이다(생활배움터 사업 현황표 참조). 


[생활배움터 두레풍물 ‘달빛풍장’ 인터뷰]


지방소멸 막는 지름길, 연대(連帶) 


2023 논산시 평생학습축제 때 발표한 7팀 중 두레풍물팀은, 두 마을의 합작품이다. 부인2리와 취암동 두 마을은 마침 국악협회지부장 송동의 강사가 함께 지도하는 곳이기도 해서 가능했다. 평생학습에서 훌륭한 강사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신청자의 필요와 지역적 욕구다.

생활배움터 교육은 교육수요자, 즉 개인이나 지역의 니즈에서 출발한다. 그 니즈가 배움에 대한 단순 열망도 있겠지만, 지역공동체의 진로와 연결되기도 한다. 태조왕건과 조영부인의 서사로 유명한 논산부인당제!  제전(祭田), 지바뜰로 불리는 부적면 부인2리 서동석 이장을 만나 부인당제와 두레풍물팀이야기를 들어본다.


송동의 강사






서동석 이장


오늘 공연 흥겹게 보았습니다. 요즘 마을마다 보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던 풍물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던데, 부인리는 어떤 계기로 두레풍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2020년 12월 14일, 논산부인당제는 논산시향토문화유적 제46호로 지정됩니다. 향토문화재에 지정되니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하더군요. 변화가 시작된 거랄까요? 매월 열리는 마을자치회의에서 후속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논산부인당제 사전행사인 지신밟기를 이제는 마을에서 직접 재현해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된 후에 새로운 지식이 습득되어야 제대로 된 앎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요. 기후변화,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 마을은 두레정신을 차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연대와 협업의 두레정신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라 판단한 거죠. 


제안 취지에 과거와 미래가 동시 공존하는 듯 보이는군요. 코로나 이후에는 어떻게 하였나요?


작년 2022년, 논산시농업기술센터 공모사업인 <농촌어르신복지생활실천시범사업>에 선정되어 문화프로그램으로 두레풍물을 진행하였습니다. 마을에서 관심있는 주민들이 <달빛풍장>동아리를 결성하였죠. 일주일에 두 번, 4개월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였고요, 그 결과 운전면허학원에서 차를 운전하는 정도의 가락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이 지나 갈 무렵, 생활배움터사업으로 <달빛풍장>동아리는 두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나타나더군요. 일주일에 두 번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은 인내심을 갉아먹기에 충분했습니다. 실력은 손톱만큼 늘고 가락은 들쭉날쭉했으니 말입니다. 선의로 건넨 조언이 불씨를 낳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유로 동아리를 떠나는 회원이 나타나더군요~~


흥겹기만 한 풍악도 들여다 보면 우여곡절인가 보네요. 그래, 올해는 순조롭게 이어졌나요?


올해 2월 4일 입춘, 봄이 오는 길목에서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논산부인당제는 어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시장님과 문화원장님이 빛내주신 자리에서 <달빛풍장>동아리는 처녀공연을 했습니다. 운전면허를 따긴 땄지만 막상 도로에 나와 당혹스런 상황에 직면한 것처럼, 많은 문제점을 안고 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창피함을 마음에 담아야만 했고요... 그렇지만 흩어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도전을 했습니다. 생활배움터사업을 응모하여 4월부터 프로그램을 속행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매주 수요일마다 마을회관에 나와 연습을 하면서요....


코로나도, 시행착오도 치뤘으니 올해는 춘삼월 순풍으로 순항해갔나요?^


삼복더위가 찾아올 즈음, 더위는 홀로 오지 않더군요. 동아리 회원들이 비자발적 하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동아리 회장님이 청력을 상실하여 꽹가리를 잡을 수 없게 되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장구 리더인 회원님이 손가락관절염으로 장구채를 내려놓아야 했답니다.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 앞으로 갈지, 아니면 뒤로 갈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터널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빛은 두레정신이었습니다. “왜 우리가 두레풍장을 복원하려 했는가?” 이 질문은 연대라는 답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우리마을이 약하니 이웃마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웃마을 이장님과 협의하고 회원을 추가 모집했습니다. 상쇠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프로그램, 멀게만 느껴지는 동아리의 실력.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달까요~~

  


“내가 약하니 연대(連帶)를 한다”가 예나 지금이나 두레의 선결 조건이로군요! 이제는 가을이네요?


더위가 누그러지기 시작한 9월, 동아리 회원들과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활배움터발표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단기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니, 우려와 걱정이 파고들 틈이 없더군요. 창피함을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노력 외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배수진은 회원들을 자극했고, 그러다 보니 실력은 괄목상대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우리는 장구가 약했는데, 마침 취암동 두레풍장 회원들과 콜라보로 연습을 하면서 취약점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었답니다. 이 또한 연대였습니다.

오늘 10월 28일, 드디어 열린도서관 앞 무대에서 두레풍장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관객들, 공연이 끝나자 우뢰 박수를 보내주더군요. 그 응원 소리에 우리 <달빛풍장> 회원들 가슴은 우쭐해졌답니다. 


두레풍장 하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논산에 총집결해있는 거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분들 모셔다 당제 길라잡이 해달라고 부탁했잖아요? 외인구단에 비해 많이 모자라겠지만 자체로, 자생해가는 모습이 의미로워 보이는군요.  끝으로 한 마디! 


시간이 흐르면 모든 생물은 발효와 부패의 기로에 놓이게 되죠? 우리 마을살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웃들과 잘 발효되면 공동체문화가 숙성되고, 부패하면 각자도생의 지옥이 열릴 거 같아요. 그 선택의 키는 우리에게 있다고 봐요. 

이제 갓 두 살이 된 <달빛풍장>동아리, 순간순간 찍은 점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찍을 점들이 모여 <달빛풍장>의 정체성과 문화가 형성될 것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간의 축적에 따라 발효된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손꼽아 봅니다. 그 문화활동으로 지방소멸, 기후변화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지는 공동체! 그런 공동체로 우리 마을이 성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글·사진·대담]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