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탐방] 이재철 가야곡면분회장 "서원 3곳, 묵향 그윽한 가야곡노인회 서예방"

놀뫼신문
2020-11-12

[노인회탐방] 이재철 가야곡면분회장

서원 3곳, 묵향 그윽한 가야곡노인회 서예방


지난 10월 21일, 대한노인회 가야곡분회 이재철 분회장이 표창장을 받았다. 노인의날 기념 김명선 도의회 의장상이다. <특히 노인복지 증진에 기여하신 공이 크므로....> 훈격이 연합회장상인 이 시상식에 논산에서는 임장식 지회장이 동승하였다. 

수상소식도 들리고 하여 가야곡분회를 찾았다. 이재철 분회장과 이기신 부회장, 박용욱 사무장, 김창오 육곡2리노인회장이 모였다. 기자의 재방문이 2.5년만인데 별로 변한 게 없다. 노인회에 기여한 공이 지대하여 대통령상은 물론 생전에 지역민들이 세워준 공로비도 여전한데 신정열 전회장님 거동은 불편해지셨다는 소식만 달라진 거 같다. 또하나, 서예생활화와 생활체육에 앞장서는 이주형 총무는 못 나오고, 체격 좋은 박용욱 사무장이 반겨주었다. 탁구 같은 운동은 물론 서예, 행정 등 전반에 걸쳐 이재철 분회장과 함께 가야곡 노인회를 이끌어가는 거목으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코로나로 닫혔던 경로당 문 잠시 열고(좌로부터 박용욱사무장, 김창오육곡2리노인회장, 이기신부회장, 이재철분회장)

이재철 가야곡면분회장


육곡리 할머니경로당 vs. 할아버지경로당


약간 늦게 들어온 김창오 육곡2리 노인회장 손에는 박카스 한 박스가 들려 있다. 분회 올 때마다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단다. 가야곡분회에는 28개소 경로당이 있다. 가야곡 번화가인 육곡리는 행정구역상 1, 2리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노인회는 남녀로 나뉘어져 있다. 육곡리는 여성이장(유황덕, 70세)인데, 노인회는 1리는 여80명(이매화 회장), 2리는 남38 (김창오 회장)이다. 대부분 경로당은 지역별로 모이므로 남녀 연합인데 반해, 육곡리는 한 동네이므로 이렇게 구분해 놓았다고 한다. 10여 년 전 경로당 하나 더 지으면서부터다.

분위기는 오히려 좋은 편이란다. 곧 김장철인데, 부녀회와 여자노인회에서 동네 김장을 할 때 함께 모인다. 힘써야 하는 일은 남자들이 거들고 수육도 함께 먹은 다음, 운반은 할아버지들 몫이다. 노노케어, 독거노인이나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간다. 

20여년 운수업을 하다가 이제 한우전업농이 된 김창오 노인회장의 나이는 71세. 종연2리 사시는 이기신 부회장의 나이는 90. 아들과 친구 사이란다. “어르신들 모시기 위하여 노인회장 선거에 나갔어요.” 이렇게 말하는 김창오 노인회장은 아버지뻘 어르신들과 동석한 자리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도 할 말은 다 한다. 

“아무래도 남자들끼리 쓰다 보니 어설퍼요. 고령 어르신이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에 걸려요. 저도 생업에 바쁘다 보니 자주 못 가보고요~” 

요즘 분회는 코로나로 인하여 행복경로당 식사일이 거의 없다. 식당에 배정된 노인일자리는 노인회관 청소로 대체한다. 그러나 동네경로당은 그런 예산이 없기에 자력으로 해결중인데, 육곡1리경로당처럼 특수상황에서는 깔끔이 인력을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건의다. 

그렇다고 노인이라서 대접만 받겠다는 자세는 아니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는 것만으로도 큰 일인데, 기자 손님 왔다고 점심값은 기어이 본인이 낸단다. 먹는 데서 정난다고, 가야곡 이야기는 좀더 인간적인 데로 흘러갔다. 


한궁지도사 회장 & 탁구코치 사무장


가야곡이 흥청이던 시절, 면사무소 앞에는 행정서사, 즉 대서소방이 둘이나 되었다. 그 중 한 곳을 이재철 회장이 운영하였는데, 법원등기 서류까지 취급하면서 돈을 상당히 벌었단다. 법원에 가면 “가야곡면장님 오셨어요?” 인사 받았고 퇴근때면 면장이나 면서기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들렀다. 술 한 잔들 생각나서였다고. 

이재철 회장 나이는 올해 87세. 청년시절 가야곡 국민 학교 강사로 출발한 이회장은 재건국민운동 논산군촉진회 총무간사 역임 후 가야곡면 행정서사로 활동해왔다. 사회활동으로는 새마을문고 가야곡분회장, 논산시보건소협의회 부회장, 그리고 등2리 외 4개리 협의회장 등을 거쳤다. 노인회 일은 등2리경로당 회장과 가야곡분회 이사를 거친 후 2년 전 분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취임 후 두 가지에 집중해 왔단다. 서예교실활성화와 노인섬김이 그것이다. “환경보호활동과 자원봉사클럽 활동, 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 금연 및 한궁 지도 활동에 참여하여 어르신들의 여가선용과 건전한 문화에 기여” 이번 수상의 공적조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궁지도사이기도 한 이 회장은 경로당 순회시 재능기부도 병행한다. 

청소년 선도, 취약계층 돌봄에도 앞장서는 가야곡분회는 근래는 들깨 수확, 서원주변 풀뽑기 등 농촌일손돕기도 한다. 가야곡에는 서원이 3곳이나 되는데, 환경보호도 하지만 선인들의 기운을 받아서 서예교실도 활성화되는 거 같다. 

서예솜씨는 박용욱 사무장이 한 수 위인 듯싶다. 논산휘호대회에서 대상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논산시복지관 서예반의 회장이기도 하다. 

공군중령으로 예편한 뒤에도 기상분야에서 15년을 더 근무한 실력자이다. 논산에 연고가 없는데도 연이 되어서 왕암리에 터잡고 조용히 살려 하는데 주변사람들이 그냥 놔두지 않는 경우이다. 나이 80이라 하기에는 노익장이고, 현재 골프 같은 건 접고 노인회관 2층에서 가볍게 탁구나 한궁으로 노노케어중이다. 

불량식품홍보활동 같은 일도 하는 사무장은 팔방미인이지만 컴퓨터만큼은 약하다. 

“예전에 군에서 보고할 때는 차트로 했잖아요? 그때 많이 썼죠. 서예는 10년밖에 안 됐지만 차트글씨가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사무장은 지금도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는데, 그러자니 복사기가 꼭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시에서 노인회에 잘 해주어요. 회관보수나 노래방기기기.... 지난번에는 공기청정기도 설치해주었어요. 그런데 시골에 공기청정기가 뭐 필요하겠어요? 우리가 필요해서 요청하는 것 우선으로 해주면 얼마나 참 요긴히 쓸 건데요~”



노인천국 가야곡, 잔잔한 소확행


행정의 융통성 없음에 난감해하기는, 어느 노인회나 도긴개긴인 듯싶다. 코로나로 인하여 올해 노인회나 경로당에 지급된 경비는 대부분 반납 절차를 진행중이다. 속칭 “주었다 뺏는” 경로 역행 행정이 ‘회계’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거 같아 씁쓸하다. 

다소 불만족스러운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가야곡노인회는 행복하다. 동네에 최창식 어르신이 있는데 냉장고를 노인회에 기부한 적이 있다. 이분이 탁구대도 쾌척하였고, 덕분에 노인회는 더 젊어져 간다. 수지침에 꽃할배요리교실.... 지난 번에는 노래방기도 3대가 지원돼서 노래강사가 오든 말든 룰루랄라~~ 서예는 금요일 연무대에서 김난수 강사가 와서 지도하지만, 서예실 문은 늘 열려 있다. 

육곡리를 한바퀴 둘러보니 할머니 경로당 옆 모정에 비닐을 쭉 둘러놓았다. 동네놀이터이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 농한기 시작이다. 이제부터 긴 겨울, 무엇을 하면서 놀 것인가? 가야곡 등리, 종연리를 둘러보니 탑정저수지에는 동양최대의 출렁다리로 술렁술렁이다. 관광객들이 가야곡 이곳 3개의 서원과 노인회 서예교실에 들러 선비논산의 묵향도 맡고 가면 좋겠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