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속시원하게 치료되지 않는 안구건조증

놀뫼신문
2020-05-13


안구건조증이 있는 눈을 건성안이라하는데 건성안의 정의를 보면 먼저 눈에 띄는 단어가 ‘multifactorial’이다. 원인도 다양하고, 증상과 소견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건성안 환자들은 뭉뚱그려져서 진단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게 된다. 치료도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단순화 되어있다. 인공눈물은 오래전부터 건성안 치료에서 빠지지 않는 처방이다. 

건성안은 매우 흔하면서도 속시원하게 치료되지 않는 대표적 안과질환으로 건성안에 도움을 주는 리포직이라는 약제에 대해 서울안과 김명준 선생님의 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인공눈물은 처방약도 다양하지만, 청량감을 주는 민트나 멘솔 성분이 들어있는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안약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건성안 증상을 가진 사람이 매우 많다는 의미이다. 인공눈물을 처방하면서 사용횟수를 정해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냥 ‘자주 사용하세요’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질문이 ‘얼마나 자주 넣어요?’이다. 하루 몇 번 사용하는 것이 정답일까? 다른 안약처럼 하루 3~4회 점안하면 증상개선에 충분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2~3시간마다 자주 넣으세요’ 하면 현실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목마를 때 물 마시듯이 필요할 때마다 넣으세요.’... 이것도 왠지 항상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소위 인공눈물을 ‘달고 사는’ 환자들은 심한 건성안 환자인데 그런 분들의 한결같은 불편함은 인공눈물은 넣을 때만 잠깐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점성이 있는 히알루론산 제제도 0.3%의 높은 농도까지 출시되어 있긴 하지만 타 인공눈물에 비해서 다소 오래갈 뿐 효과지속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약이 리포직 점안겔이다. 합성폴리머인 카보머를 주성분으로 cetrimide라는 보존제를 함유하지만 벤잘코늄과 다르게 임상적으로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보존제가 없는 리포직EDO도 사용할 수 있다. 점안해보면 일시적인 시야 흐림이 있지만 몇 분 후 시야가 더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눈물층은 빛이 눈으로 들어올 때 가장 먼저 통과하는 광학면이고 굴절률이 변화가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눈물층이 깨지는 작은 변화라도 망막에 맺히는 상의 선명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레이저굴절수술이나 노안백내장수술 이후에는 눈물층의 중요성이 더 커져서 눈물층이 조금만 나빠져도 환자가 느끼는 시각의 질은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백내장굴절수술 후 환자들에서 더 적극적으로 건성안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이다. 리포직에는 Lipo-로 시작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질성분인 트리글리세라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다양한 인공눈물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건성안 환자들에게는 한 번쯤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권해볼 수 있는 약제임이 분명하다. 

일시적 시야흐림과 점성에 의한 불편함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설명하고 처방해야 할 것이고, 건성안 증상 개선 효과 면에서 여느 인공눈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경험한 환자들은 리포직의 팬이 되기도 한다.  건성안 중에는 눈 표면의 윤활이 문제가 되는 상황들이 있다. LWE(lid wiper epitheliopathy), SLK(superior limbic keratoconjunctivitis), Cch (conjun-ctivochalasis) 등이 그러한 상황들인데 리포직은 눈 표면의 윤활작용을 증가시키는데 효과적인 약제이다. 

각막상피가 반복적으로 벗겨지는 recurrent corneal erosion의 경우 특징적으로 아침에 눈뜰 때 깜짝 놀랄 정도의 통증과 함께 눈물 등의 증상이 시작된다. 밤사이 눈꺼풀결막과 각막상피가 밀착되어 있다가 눈을 뜰 때 아래층에 제대로 달라붙어 있지 않은 상피부분이 들뜨는 것인데, 아침 기상 시에 재발되지 않도록 취침 전에 윤활제를 점안하는 것이 치료에 필수적이다. 리포직은 이럴 때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기름성분의 안연고는 낮에 사용하기에는 시야흐림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고 눈꺼풀이 잘 청소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용해야 하는 제한점이 있다. 여기에 비해 리포직은 주간에도 사용할 수 있고, 눈꺼풀 주변에 잔류하지 않기 때문에 안연고보다 넓게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론적으로 눈 표면을 재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함유한 점안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생물학적인 작용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일관된 효과를 나타낼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런 제제들이 눈 표면에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관찰되기도 한다.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물리적으로 표면을 ‘보호’하는 기능이 확실한 제제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눈물제제와 리포직 겔을 함께 사용하면 안구건조증을 가진 환자들이 좀더 편하게 생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고명선 우리성모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