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다준 선물, 배추흰나비

놀뫼신문
2020-05-13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뀐 탓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4월 26일) 아침도 살피며 관찰을 했다. 느낌이 심상치 않다. 미리 마련해 두었어야 할 집이건만 하는 수 없다. 그냥 두고 외출할 수밖에… 돌아와 보니 인고의 시간을 혼자 겪고 새 생명이 태어났다.

그러니까 3주 전인 4월 5일,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집에서 한가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 전 텃밭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나는 모습을 보았다. 불현듯 그 옛날 일이 생생하게 머리를 스쳤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당시 교실에서 아이들이 애벌레를 키워 나비(성충)가 태어났던 10년 전 일이.... 그래서 창문 밖으로 방출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래서인지 쌀쌀한 날씨가 은근 걱정되었다. 나도 모르게 텃밭으로 나갔다. 봄바람이 연약한 날갯짓을 휘청거리게 한다. 

배추흰나비의 본능일까? 갓은 겨울을 이기고 이른 봄 싹이 돋는다. 사람들은 ‘봄동’이라며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를 담아 먹는다. 다 뜯어 먹지 못하고 세어 버린 갓 줄기가 고동이 슨다. 용케도 알고 갓잎 등에 알을 낳는다. 그날 나는 알을 채집해서 따뜻한 집안으로 들여왔다. 따뜻한 방 온도가 맞았는지, 다음날 바로 애벌레가 태어났었다. 그 애벌레가 성충, 즉 배추흰나비가 되었던 것이다.

부리나케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상자 안에 꽃과 함께 넣어두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면 이웃집 아저씨 텃밭 열무밭에 알을 낳아버릴 거고, 그러면 아저씨는 날 원망할까 싶기도 해서다.  또 풀약과 농약에 살아남기 어려울까봐 염려가 되어서다.

그럼 어쩌자구?! 하여튼 여러 마리의 나비가 태어날 것이니, 그를 대비하여 커다란 사육장을 만들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안에 나비가 날아다닌다. 애벌레의 본능은 안전한 곳에서 번데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래서 5령이 되면 안전한 곳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난다. 그때 탈출한 애벌레가 번데기로 방안 어디엔가 숨어 있다 나비가 되었던 것이다.

배추흰나비의 한살이는 30일 정도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일생을 관찰하는 곤충으로 안성맞춤이다. 점점 나의 일상은 외출을 삼가며 줄곧 나비 알 채집에 몰입하게 되었다. 

다시 텃밭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사진도 남겼다. 뜻밖에 많은 알과 유충을 발견했다. 과학자가 된 듯한 뿌듯함으로 잎이 마르지 않도록, 그리고 광합성도 잘하도록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꽂아 놓았다. 지금은 30마리 정도가 알을 깨고 태어났다. 이제 먹이도 버쩍버쩍 먹어치운다. 열심히 먹잇감을 따다 꽂아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뀌어버린 일상으로 나는 이런 선물을 받았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두들 답답하다고 느낄 때 나는 흥미로운 일거리를 찾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릴 적부터 뭔가를 애지중지 키우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생각과 행동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요즘 학교도 못 가고 집안에만 갇혀 노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이 선물을 돌려주고 싶었다. 많아지는 애벌레들을 혼자 관찰하고 보기엔 너무나 아쉬움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 관찰하면 좋은 학습 교구이련만…

요즘 봄이라서 고추며 수박, 오이 모종들이 시장에 널렸다. 나는 케일 모종을 샀다. 적당한 화분에 상토을 넣어 심었다. 뿌리를 내려 제법 컸고, 그 사이 나비도 짝짓기를 하여 케일 잎에 알을 낳았다. 그 알을 요즘 분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조카손녀에게 이번 어린이날 선물로 주었다. 신기하다며, 이런 선물은 처음이란다. “자라는 과정을 인증샷하여 카톡으로 보내라” 했더니 “좋다” 한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사니 정보를 주고받기도 편리하고 빠르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백분 활용할 기회다. 그 다음 강경마을학교에 분양을 했고, 마을학교 활동가 선생님은 벌써 단톡방을 개설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찾은 모양이다.

앞으로 지역아동센터나 3학년 교실, 관심있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무료 분양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케일 모종을 더 많이 심어야겠다. 작은 재미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여러 학생들의 학습교구로 활용되니 감사하고 즐겁기 그지없다. 


- 김은(마을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