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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팔월 한가위 추석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풍요롭고 따뜻한 명절이다. 본지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추석을 앞두고 이건창 논산시의회 의장을 만나, 논산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한 ‘문화도시 논산’ 조성 방향과 황산벌전투를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새롭게 조명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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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시민 여러분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건네기에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은 참으로 다사다난합니다.
세계 인구는 2022년 11월 80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유엔은 이를 인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했지만, 지금 지구촌은 기후위기와 식량 부족, 전쟁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이 먼 미래의 예고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가운데 네팔을 덮친 대홍수 역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자지구의 참상,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이주민 문제와 글로벌 무역질서의 불확실성,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까지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전쟁과 패권 경쟁의 가장 큰 피해가 정작 갈등과 무관한 가난한 나라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재앙의 혹독한 대가를 그들이 먼저 치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며, 물질적 풍요에만 의존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제는 성장만을 좇기보다 사회의 성숙과 사람의 가치를 함께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추석은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명절입니다. 올해 추석 연휴는 비교적 짧은 만큼 이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보다 가족·친지와 정을 나누며 주어진 시간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논산시민 여러분 모두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주변의 어렵고 외로운 이웃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나눠주시고, 환절기 건강에도 각별히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논산 문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논산은 역사문화자원, 자연문화자원, 그리고 이를 이어온 인적자원이 매우 풍부한 도시입니다.
먼저 역사문화자원을 보면, 백제 계백 장군이 이끈 황산벌전투의 현장을 비롯해 고려를 대표하는 개태사와 관촉사, 쌍계사가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돈암서원, 고택의 백미로 꼽히는 명재고택 등도 논산의 자랑입니다. 논산에는 충남에서 가장 많은 56건의 지정 문화유산이 있으며, 특히 유교문화의 깊은 뿌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명재 윤증 등 기호유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곳에서 활동했습니다. 강경의 근대건축물과 천주교 성당 등 근대문화유산도 논산만의 독특한 역사적 풍경을 보여줍니다.
자연문화자원으로는 대둔산 수락계곡, 탑정호, 강경 금강포구, 노성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홍신·박범신 소설가, 김형원·박용래·김관식 시인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논산은 역사와 자연,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 ‘문화도시 논산’ 추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논산은 논산훈련소를 중심으로 한 국방도시, 딸기를 중심으로 한 농업도시라는 이미지를 이미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인구 유입과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살고 싶은 문화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논산에는 충남에서 가장 많은 지정 문화유산이 있지만, 이러한 자산이 지역 발전 정책과 시민의 삶 속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지역경제와 관광, 교육,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는 자원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논산의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인문도시 브랜드를 구축한다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시 성장의 새로운 활력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황산벌전투와 관련해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을 제안하셨습니다. 어떤 구상입니까
황산벌전투는 660년, 오늘날 논산시 연산면 일대로 비정되는 황산벌에서 백제군과 신라군이 맞선 역사적 전투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계백이 이끄는 백제군 5천 명이 신라군과 네 차례 싸워 승리했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패배했으며 계백 장군도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신라군에서도 반굴과 관창 등이 전사한 기록이 전해집니다.
황산벌은 어느 한쪽의 승리와 충절만을 기리는 장소가 아닙니다. 전쟁에 참여한 백제와 신라 양측의 희생과 고통이 함께 남아 있는 역사 현장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산벌전투는 계백과 관창 등 영웅적 인물, 또는 전투의 승패를 중심으로 기억돼 온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백제군과 신라군 모두를 함께 추모하고, 전쟁의 아픔을 화해와 평화, 공존의 가치로 승화하는 공공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1,300여 년이 지난 오늘, 백제와 신라는 더 이상 적대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 후손들은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황산벌전투를 승리와 패배의 역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모든 희생자의 생명을 기억하며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확장해야 합니다.
특히 황산벌과 탑정호 인근에는 계백 장군을 제향하는 충곡서원, 효의 가치를 상징하는 효암서원, 예학의 종장 사계 김장생 선생을 모신 유네스코 세계유산 돈암서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충·효·예를 상징하는 역사문화유산이 한 권역에 모여 있다는 것은 이 일대를 논산의 대표적인 역사·정신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이에 황산벌전투 희생자를 비롯한 모든 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미래 세대에게 충·효·예와 생명 존중의 정신을 전하며, 동서 화합과 대한민국의 평화·번영을 기원하는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 개최를 제안합니다.
■ 행사를 개최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산벌전투의 희생자는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명을 받고 전장에 나섰던 백제군과 신라군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 소중한 가족이었습니다. 이제는 적군과 아군, 승자와 패자라는 구분을 넘어 모든 희생자를 함께 기억하고 위로하는 포괄적 추모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황산벌전투를 ‘승패의 역사’에서 ‘평화의 역사’로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산벌전투는 백제 멸망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입니다. 전투에서 드러난 용맹과 충절을 기리는 일과 함께, 전쟁의 참혹함과 생명의 희생을 성찰해야 합니다. 황산벌을 갈등과 대결의 공간이 아니라 화해와 공존의 상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셋째, 충·효·예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충곡서원, 효암서원, 돈암서원 등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황산벌전투의 역사와 연결하면, 전통의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공동체 정신, 생명의 존엄,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적으로 가르치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논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황산벌은 논산을 대표하는 역사 현장입니다. 관련 사료와 전장 후보지, 양측 군대의 이동 경로, 지역 전승과 유적을 체계적으로 조사·정리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역사교육과 답사, 전시, 학술행사, 문화예술공연, 평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황산벌과 탑정호 일원은 논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동서 화합과 대한민국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백제와 신라의 옛 영역은 오늘날 충청·호남과 영남의 역사문화적 뿌리로 이어집니다. 양측 희생자를 함께 추모하는 행사는 지역 간 대립을 넘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동서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황산벌에서 시작된 화해의 메시지가 전국으로 확산돼 하나 된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국가적 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행사 개최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은 “천년의 전장을 넘어, 하나 된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황산벌전투 희생자 합동추모와 충·효·예 평화문화행사를 결합한 역사문화축제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황산벌전투와 관련된 상징적 시기에 황산벌 역사 현장과 탑정호 일원에서 매년 개최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평화문화행사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행사에 앞서 황산벌전투의 역사적 근거와 행사 추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선행돼야 합니다.
우선 백제군과 신라군을 구분하지 않고,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이의 넋을 함께 위로하는 합동추모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추모문과 의례 절차는 역사·종교·문화유산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특정 지역이나 인물, 종교에 치우치지 않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황산벌 역사학술대회도 필요합니다. 관련 사료와 기존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전장의 위치와 범위, 양측 군대의 이동 경로, 관련 유적과 지역 전승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학술적으로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은 하나의 결론으로 단정하지 않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충·효·예 평화의 길’ 걷기 프로그램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충곡서원과 효암서원, 돈암서원, 계백장군유적지, 탑정호 등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하고, 구간별 역사해설과 청소년 체험교육, 평화 메시지 낭독을 결합해 단순한 걷기대회가 아닌 ‘충·효·예와 평화를 배우는 길’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추모·화합 문화예술제는 국악, 합창, 추모시 낭송, 전통무용, 진혼무, 관현악 등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전투 재현이나 승전 연출은 지양하고, 공연 전체를 ‘기억-추모-화해-평화-번영’의 흐름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지역 예술인과 청소년 예술단체는 물론 영호남 예술단체의 참여도 넓혀야 합니다.
시민 참여형 평화기억공간과 청소년 역사평화교육도 중요한 축입니다. 행사장에 ‘평화의 벽’ 또는 ‘기억의 나무’를 설치해 시민이 추모와 평화의 문장을 남기도록 하고, 이를 디지털 아카이브와 기록영상, 소책자로 제작해 학교 교육과 전시·홍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 학교와 연계한 황산벌 역사수업, 현장답사, 평화 글쓰기, 추모시 낭송, 평화포스터 공모전도 함께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황산벌전투를 단순한 전쟁 이야기로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의 비극과 생명의 존엄, 화해와 공존의 가치를 스스로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은 황산벌전투를 승자와 패자의 역사가 아닌 생명과 기억,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황산벌과 탑정호 일원의 충·효·예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면 논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청소년 역사평화교육, 현장답사, 학술대회, 문화예술행사, 동서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황산벌은 충청과 영호남을 잇는 화합의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은 1,300여 년 전 전쟁의 상처를 오늘의 화해로 치유하고, 하나 된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역사평화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전영주 편집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팔월 한가위 추석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풍요롭고 따뜻한 명절이다.
본지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추석을 앞두고 이건창 논산시의회 의장을 만나, 논산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한 ‘문화도시 논산’ 조성 방향과 황산벌전투를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새롭게 조명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의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시민 여러분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건네기에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은 참으로 다사다난합니다.
세계 인구는 2022년 11월 80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유엔은 이를 인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했지만, 지금 지구촌은 기후위기와 식량 부족, 전쟁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이 먼 미래의 예고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가운데 네팔을 덮친 대홍수 역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자지구의 참상,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이주민 문제와 글로벌 무역질서의 불확실성,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까지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전쟁과 패권 경쟁의 가장 큰 피해가 정작 갈등과 무관한 가난한 나라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재앙의 혹독한 대가를 그들이 먼저 치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며, 물질적 풍요에만 의존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제는 성장만을 좇기보다 사회의 성숙과 사람의 가치를 함께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추석은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명절입니다. 올해 추석 연휴는 비교적 짧은 만큼 이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보다 가족·친지와 정을 나누며 주어진 시간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논산시민 여러분 모두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주변의 어렵고 외로운 이웃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나눠주시고, 환절기 건강에도 각별히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논산 문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논산은 역사문화자원, 자연문화자원, 그리고 이를 이어온 인적자원이 매우 풍부한 도시입니다.
먼저 역사문화자원을 보면, 백제 계백 장군이 이끈 황산벌전투의 현장을 비롯해 고려를 대표하는 개태사와 관촉사, 쌍계사가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돈암서원, 고택의 백미로 꼽히는 명재고택 등도 논산의 자랑입니다. 논산에는 충남에서 가장 많은 56건의 지정 문화유산이 있으며, 특히 유교문화의 깊은 뿌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명재 윤증 등 기호유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곳에서 활동했습니다. 강경의 근대건축물과 천주교 성당 등 근대문화유산도 논산만의 독특한 역사적 풍경을 보여줍니다.
자연문화자원으로는 대둔산 수락계곡, 탑정호, 강경 금강포구, 노성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홍신·박범신 소설가, 김형원·박용래·김관식 시인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논산은 역사와 자연,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 ‘문화도시 논산’ 추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논산은 논산훈련소를 중심으로 한 국방도시, 딸기를 중심으로 한 농업도시라는 이미지를 이미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인구 유입과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살고 싶은 문화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논산에는 충남에서 가장 많은 지정 문화유산이 있지만, 이러한 자산이 지역 발전 정책과 시민의 삶 속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지역경제와 관광, 교육,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는 자원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논산의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인문도시 브랜드를 구축한다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시 성장의 새로운 활력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황산벌전투와 관련해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을 제안하셨습니다. 어떤 구상입니까
황산벌전투는 660년, 오늘날 논산시 연산면 일대로 비정되는 황산벌에서 백제군과 신라군이 맞선 역사적 전투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계백이 이끄는 백제군 5천 명이 신라군과 네 차례 싸워 승리했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패배했으며 계백 장군도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신라군에서도 반굴과 관창 등이 전사한 기록이 전해집니다.
황산벌은 어느 한쪽의 승리와 충절만을 기리는 장소가 아닙니다. 전쟁에 참여한 백제와 신라 양측의 희생과 고통이 함께 남아 있는 역사 현장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산벌전투는 계백과 관창 등 영웅적 인물, 또는 전투의 승패를 중심으로 기억돼 온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백제군과 신라군 모두를 함께 추모하고, 전쟁의 아픔을 화해와 평화, 공존의 가치로 승화하는 공공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1,300여 년이 지난 오늘, 백제와 신라는 더 이상 적대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 후손들은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황산벌전투를 승리와 패배의 역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모든 희생자의 생명을 기억하며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확장해야 합니다.
특히 황산벌과 탑정호 인근에는 계백 장군을 제향하는 충곡서원, 효의 가치를 상징하는 효암서원, 예학의 종장 사계 김장생 선생을 모신 유네스코 세계유산 돈암서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충·효·예를 상징하는 역사문화유산이 한 권역에 모여 있다는 것은 이 일대를 논산의 대표적인 역사·정신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이에 황산벌전투 희생자를 비롯한 모든 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미래 세대에게 충·효·예와 생명 존중의 정신을 전하며, 동서 화합과 대한민국의 평화·번영을 기원하는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 개최를 제안합니다.
■ 행사를 개최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산벌전투의 희생자는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명을 받고 전장에 나섰던 백제군과 신라군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 소중한 가족이었습니다. 이제는 적군과 아군, 승자와 패자라는 구분을 넘어 모든 희생자를 함께 기억하고 위로하는 포괄적 추모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황산벌전투를 ‘승패의 역사’에서 ‘평화의 역사’로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산벌전투는 백제 멸망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입니다. 전투에서 드러난 용맹과 충절을 기리는 일과 함께, 전쟁의 참혹함과 생명의 희생을 성찰해야 합니다. 황산벌을 갈등과 대결의 공간이 아니라 화해와 공존의 상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셋째, 충·효·예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충곡서원, 효암서원, 돈암서원 등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황산벌전투의 역사와 연결하면, 전통의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공동체 정신, 생명의 존엄,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적으로 가르치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논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황산벌은 논산을 대표하는 역사 현장입니다. 관련 사료와 전장 후보지, 양측 군대의 이동 경로, 지역 전승과 유적을 체계적으로 조사·정리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역사교육과 답사, 전시, 학술행사, 문화예술공연, 평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황산벌과 탑정호 일원은 논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동서 화합과 대한민국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백제와 신라의 옛 영역은 오늘날 충청·호남과 영남의 역사문화적 뿌리로 이어집니다. 양측 희생자를 함께 추모하는 행사는 지역 간 대립을 넘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동서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황산벌에서 시작된 화해의 메시지가 전국으로 확산돼 하나 된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국가적 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행사 개최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은 “천년의 전장을 넘어, 하나 된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황산벌전투 희생자 합동추모와 충·효·예 평화문화행사를 결합한 역사문화축제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황산벌전투와 관련된 상징적 시기에 황산벌 역사 현장과 탑정호 일원에서 매년 개최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평화문화행사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행사에 앞서 황산벌전투의 역사적 근거와 행사 추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선행돼야 합니다.
우선 백제군과 신라군을 구분하지 않고,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이의 넋을 함께 위로하는 합동추모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추모문과 의례 절차는 역사·종교·문화유산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특정 지역이나 인물, 종교에 치우치지 않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황산벌 역사학술대회도 필요합니다. 관련 사료와 기존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전장의 위치와 범위, 양측 군대의 이동 경로, 관련 유적과 지역 전승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학술적으로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은 하나의 결론으로 단정하지 않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충·효·예 평화의 길’ 걷기 프로그램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충곡서원과 효암서원, 돈암서원, 계백장군유적지, 탑정호 등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하고, 구간별 역사해설과 청소년 체험교육, 평화 메시지 낭독을 결합해 단순한 걷기대회가 아닌 ‘충·효·예와 평화를 배우는 길’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추모·화합 문화예술제는 국악, 합창, 추모시 낭송, 전통무용, 진혼무, 관현악 등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전투 재현이나 승전 연출은 지양하고, 공연 전체를 ‘기억-추모-화해-평화-번영’의 흐름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지역 예술인과 청소년 예술단체는 물론 영호남 예술단체의 참여도 넓혀야 합니다.
시민 참여형 평화기억공간과 청소년 역사평화교육도 중요한 축입니다. 행사장에 ‘평화의 벽’ 또는 ‘기억의 나무’를 설치해 시민이 추모와 평화의 문장을 남기도록 하고, 이를 디지털 아카이브와 기록영상, 소책자로 제작해 학교 교육과 전시·홍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 학교와 연계한 황산벌 역사수업, 현장답사, 평화 글쓰기, 추모시 낭송, 평화포스터 공모전도 함께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황산벌전투를 단순한 전쟁 이야기로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의 비극과 생명의 존엄, 화해와 공존의 가치를 스스로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은 황산벌전투를 승자와 패자의 역사가 아닌 생명과 기억,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황산벌과 탑정호 일원의 충·효·예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면 논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청소년 역사평화교육, 현장답사, 학술대회, 문화예술행사, 동서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황산벌은 충청과 영호남을 잇는 화합의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황산벌, 화해와 평화의 길’은 1,300여 년 전 전쟁의 상처를 오늘의 화해로 치유하고, 하나 된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역사평화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