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초대석] 김영회 선생님 & 국중숙 센터장 “포용이 곧 희망입니다… 함께 있지만, 거리를 두는 지혜도 필요”

2025-06-22




지난 겨울,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서울 동십자각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살을 애는 듯한 추위에 외투를 겹겹이 걸치고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구속!” 외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닌, 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자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시민들의 간절함이었다.

그 시위의 중심에서 조용히 그러나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두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영회 선생님과 국중숙 지역아동센터장이다. 늦은 밤 귀가하는 차량에서 이들은 조용한 약속을 나눴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평온한 일상이 찾아오면, 막국수 한 그릇 같이 하자.” 

그리고 6개월이 흘러 그 약속이 지켜졌다. 막국수 앞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이야기했다.





“삶과 교육, 그리고 정의를 향한 묵직한 걸음”


논산 부창동이 고향이신 김영회 선생님은 대건고등학교와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산 언암초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 이후 1976년 고향 논산으로 돌아와 가야곡초, 은진초, 반월초, 동성초 등에서 2013년 정년퇴임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의 길을 걸었다.

교육자로서 그는 지식보다 삶의 태도, 암기보다 인격을 강조해왔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람다움’입니다.” 그가 교단에서 늘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교단 밖에서도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70을 넘긴 나이에도 거리에서, 교육 현장에서, 마을 아이들의 곁에서 늘 함께하며 올곧은 길을 걸어온 삶은 오늘날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영회 선생님은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독 깊다. 그는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의 분석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비용이 연간 233조 원에 달하고, 그 중 무려 75%가 이념 갈등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수천만 명이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고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갈등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잘 관리하면 사회 진보와 통합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죠.”

그는 이 갈등을 풀 열쇠로 ‘포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포용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껴안는 용기”


“포용이라는 말이 요즘은 너무 쉽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포용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끌어안는 겁니다. 같은 정당, 같은 진영 사람들끼리만 돌보고 챙긴다면, 그것은 진정한 포용이 아니라 편 가르기죠.”

그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익숙할 수 있지만, 진짜 포용은 색이 다른 이와도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결국 공동운명체입니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역사를 가슴에 품고, 같은 신호등 아래 멈추는 사람들이에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정치 문화는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김영회 선생님은 현 정치 상황에 대해서 우회적이지만 단호한 평가를 내렸다.

“배를 만져도 아프고, 허리를 만져도 아프고, 머리를 만져도 아프다면 그건 몸이 아니라 손가락이 부러져 아프기 때문입니다. 지금 야당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자기 손가락이 부러져 있는데 어떻게 남을 제대로 지적하고 견제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수신’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급한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이 아니라, 내 자신부터 돌아보는 ‘수신’입니다”라고 일갈했다.

이날 대화를 함께한 국중숙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과 가족을 돌봐온 실천가다. 그는 관계에 있어 ‘거리감’의 미학을 강조했다.

“사람 사이에도 기차 레일처럼 일정한 간격이 있어야 합니다. 그 간격이 깨지면 관계는 곧 탈선합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할 때 더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져요.”

두 사람은 세계적인 시인 칼릴 지브란의 시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를 인용했다.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 마시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되, 각자의 고요함을 간직하라…”

이 시를 통해 두 사람은 “진짜 공동체는 강한 결속이 아니라, 적절한 간격 속에서 피어나는 존중과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영회 선생님과 국중숙 센터장은 단순한 시위의 동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다음 세대를 키우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말’보다 ‘실천’을 앞세워온 이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포용’은 감상적인 이상이 아니다. 실제 삶 속에서, 마을에서, 아이들 곁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이자 우리 사회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이들이 함께 외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함께 있되, 거리두기를 배우자. 포용하되, 진정으로 다름을 인정하자. 그래야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