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태우는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노성면 호암리에서 9년째 활~활~

놀뫼신문
2021-02-26

코로나 불태우는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노성면 호암리에서 9년째 활~활~



올해 달집태우기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가운데, 노성면 호암2리에서만 하늘로 불길을 냈다. 호암리에서 수십 년째 이어오는 정월대보름 행사지만, 외부인사 초청 등을 공식화하여 시작한 것은 9년차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코로나 한복판에서 호암리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는 속개되었다.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오육일 전 코로나 1.5단계로 조정이 되면서 3일 동안 부지런히 준비하여 대보름 전날 날짜를 맞춘 경우이다. 

정월대보름의 공식 행사는 1~4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동네주민들은 점심때부터 모였고, 행사의 꽃인 쥐불놀이는 6시부터 시작되었다. 호암2리의 자연부락명은 송촌마을이다. 호암산 아래에서 노성두레풍장전수보전회원들이 이건창 회장의 진두지휘로 코로나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였다.

 

[1부=개회사] 

사회자 마이크는 이후식 호암2리마을지도자가 잡았다. 올 한 해 마을번영은 물론이고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행사의 개회사는 김진우 이장이 하였다. 


[2부=기원제] 

기원제는 작년의 묵은 때는 다 날려버리고 올 한해 염원을 담아 정성껏 소원을 기원하는 고사의례이다. 제단 앞에서 송세의 노인회장이 고사 첫잔을 올렸다. 그 다음 이장이 꿇어엎드려 축문을 낭독하였다. 낭독 시간이 길어지고 기도하는 내용이 절절하니까 좌중에서는 “아멘” 소리도 흘러나왔다. 축문 후 소원성취 고사제는 노인회장, 이장, 부녀회장 등 임원들이 먼저 한 후에, 자원하는 주민들 순으로 이어졌다. 


[3부=점화식] 

9명이 점화를 준비하는 동안 사회자의 해설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달집태우기는 악귀를 물리치고 풍년을 부르는 믿음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마을의 위세를 외부로 알리는 풍속이기도 합니다. 이에 각 마을에서는 자신들의 경제력과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자 보다 큰 달집을 세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화목과 소원성취를 담아 종이에 적어 달집과 함께 태우는 의식은 주민모두가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선발된 점화자로 고령자 대표, 어린이대표, 청년회장(백두현), 김경수 정한희 등이 빙 둘러섰다. 점화가 되면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불은 처음에 잘 붙지 않는 듯하였다. 그러나 노성두레풍장전수보전회의 풍악소리다 풀무질이라도 하는 듯 달아올랐다. 물호스를 손에 쥐고 대기하고 있던 호암의용소방대원들이 일정 시간 후에는 불을 끄는 줄 알았다. 그러나 불은 이슬비 속에서도 줄기차게 타올랐고, 이윽고 속불이 드러났다. 밤새 태운다는 것이다. 실제 청년회와 호암전담대에서 밤새 그 불을 지키며 대기하였다.


[4부=밤새 불쬐며 먹으며 얘기하며]

불을 쬐고 있노라니 온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혈행이 활발해지면서 몸에 있던 병들이 다 소멸될 거 같은 느낌이다. 동병상련이련가, 주민 중 한 분이 옆사람에게 말한다. “이 불이면 코로나 다 태우겠다.”



외부인사 초청없이 마을주민 자체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외부인사가 와도 지장 없었을 분위기요 공기였다. 노성면사무소 이상창 면장과 심미자 부면장, 농협에서는 이건창 노성농협 전무 외에 정치인 3명이 함께 하였다. 내년에는 눈치 보지 않는 가운데 달집태우기가 부활했으면 좋겠다. 요원의 불길처럼....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