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의 자선냄비는 한 곳에 설치되어 있다. 논산시네마 극장 초입인, 제일감리교회 아래 성신약국 앞이다. 논산에서 가장 번화가, 서울로 말하면 명동이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월요일 오후 2시경, 혹한 탓인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골목풍을 그대로 안은 채 구세군 사관 부부와 할머니 한 분, 이렇게 3명이 자선종 울리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한참 있으니 중년 아줌마 한분이 지나면서 1만원 지폐를 쑥 넣고, 가던 길 재촉한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할머니 감기 걱정을 했다. “이게 뭐 추워요? 아기 예수님은 이보다 더 추운 곳에서 태어나셨는데...” 부적 구세군 교회 교인이고, 논산 시내는 오늘 처음 나왔단다. 오늘부터 부적에서 4일을 하고, 다음에는 연무대, 다음에는 광석, 이렇게 구세군 교회 3곳이 돌아가면서 자선남비 거리 모금을 해나간다. 마침 오늘 모금중인 부적 최규수 사관은 논산의 지역관이기도 하다. 논산 권역에는 8개의 영문(=교회)이 있는데, 지역관은 거기 전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계룡에는 구세군이 하나도 없고, 부여는 하나뿐인데 논산 소속인 편제이다.
길거리모금은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데, 요즘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이 터지면서 부정적 시각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당신네들, 이렇게 돈 걷어서 개인적으로 쓰는지 누가 알아?” 현장에서 이런 반응도 접하는 최사관은, 사랑의열매 등 다른 모금 기관에서도 영향을 받는 거 같다고 체감온도를 전한다. 그럼에도 크게 보아서 구세군은 큰 바람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의 경우 목표금액 상회하였다. 올 충청지방 목표금액 2억이며 달성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고 낙관한다.
동전 쌓여 높아가는 사랑탑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오가는 사람 자체가 아예 없어서 마침 약국 앞에 서 있던 학생에게 잠시 모델을 부탁하였다. “나는 동전밖에 없는데요...” 구세군 모금은 동전에서 출발하였다. 그러한 동전과 소액들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사랑탑이 되는 요술램프가 바로 구세군 자선남비이다.
겨울만 되면 거리에 등장하는 빨간 자선남비!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서 최사관에게 편히 이야기 나눌 장소 좀 물어보니 인근 놀뫼금고로 안내한다. 거리에 서 있다가 춥고 힘들면 이곳에 들어와서 몸 좀 녹히다가 다시 나간단다. 손님 대기석은 훈훈했다. 휴식처다. 이런 온기와 휴식처가 절실했던 시절이 있었다.
1891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127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돼 난민 1000여 명이 생겨났다. 그곳 구세군 조셉 맥피 사관은 이들을 어떻게 먹여야 할까 부인과 함께 고민고민하였다. 옛날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 돕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 생각났는데, 주방용품인 솥(냄비)은, 살림을 하는 부인(여사관)이 낸 아이디어였다. 그는 오클랜드 부두로 나아가 큰 쇠솥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글씨를 써 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만큼의 기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던 박준섭(조셉 바아) 사관이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였다. 그로부터 90여년 간단 없이 사랑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 ‘국민적인 이웃돕기 행사’로, ‘자원봉사활동’의 아이콘로 우뚝 선 것이다.
한번쯤 자선냄비 봉사에 지원해봄직
구세군의 여러 활동은 공공 기관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학생이 자원봉사로 자선냄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 사회봉사점수로 인정된다. 자선냄비는 구세군 교인들이 적극 참여하지만 가족단위 시민, 학생 등 교회와 무관한 자원봉사자도 상당수 참여한다. 교회의 벽이 허물어지는 한마당 축제로도 보이지만, 막상 편한 자원 봉사 놔두고 거리에서 찬바람 맞는 모금 지원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겨울 거리는 골목풍으로 더욱 춥다. 찬바람 이는 거리로 직접 나선 자선냄비는, 불우이웃의 추위를 온몸으로 공감하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웬만한 사람 한두 시간은커녕 일이십 분도 버티기 힘든 곳에서 사관복 입은 부부와 교인은 의연히 종을 울리고 있다. 오전 10시에 나와서 어두워지면 냄비를 거둔다. 거두면서 모금된 돈은 사진으로 찍어서 본부에 보고하고, 입금은 그 다음날 일찍 은행에 입금한다. 일요일 포함, 성탄절인 12월 25일까지 한다.
혹간 찾아가는 자선냄비도 있는데, 유치원, 어린이집, 기업체방문 모금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 경로는 서신모금, 은행모금통모금, 기업모금, 톨게이트, 물품후원 등 다양하다. 모금은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논산구세군에서는 고속도로 여산휴게소, 탄턴휴게소, 정안휴게소(하행) 등으로 분담하여 모금한다.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경우가 구세군자선남비일 것이다. 겨울철 볼일 보려고 잠시 휴게소 들렀다가 자선남비 만나면, 엉겁결에 손에 집히는 대로 떨구고, 빨강옷들의 고맙다는 인사와 종소리를 뒤로 하며 가던 길 가는 겨울 풍경들이다.
이렇게 작은 돈들이 모여 쌓인 돈이 사용되는 곳은 크기만 하다. 국민기초생활, 차상위계층을 위한 명절구호품, 장학금, 치료비, 장애우, 노숙자, 육아시설, 노인복지시설, 종합지역복지관, 여성 시설, 장애복지시설, 성인 재활센터, 에이즈 예방센터 등이다.
논산 자선남비 현장을 떠나면서 서울과 미국이 오버랩된다. 서울 광화문에는 기독교 빌딩이 둘 있다. 감리교회관과 구세군회관인데, 규모면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원래는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가 새로 창립한 구세군은, 교세나 빌딩규모 면에서 큰 교단들과 비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왜 구세군빌딩을 더 잘 아는 것일까.... 서울에도, 미국에도 스타벅스는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곳곳이다. 스타벅스의 초록브랜드인 사이렌! 맨 처음 본점을 부두가에 세운 스타벅스는 뱃사람들 홀렸던 사이렌을 가오마담으로 내세워 선원들을 공략하였다. 이제는 온 세상을 뒤덮었다. 부둣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구세군 자선남비도 엇비슷하지만, 확산 지점은 다른 거 같다.
- 이진영 기자
논산의 자선냄비는 한 곳에 설치되어 있다. 논산시네마 극장 초입인, 제일감리교회 아래 성신약국 앞이다. 논산에서 가장 번화가, 서울로 말하면 명동이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월요일 오후 2시경, 혹한 탓인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골목풍을 그대로 안은 채 구세군 사관 부부와 할머니 한 분, 이렇게 3명이 자선종 울리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한참 있으니 중년 아줌마 한분이 지나면서 1만원 지폐를 쑥 넣고, 가던 길 재촉한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할머니 감기 걱정을 했다. “이게 뭐 추워요? 아기 예수님은 이보다 더 추운 곳에서 태어나셨는데...” 부적 구세군 교회 교인이고, 논산 시내는 오늘 처음 나왔단다. 오늘부터 부적에서 4일을 하고, 다음에는 연무대, 다음에는 광석, 이렇게 구세군 교회 3곳이 돌아가면서 자선남비 거리 모금을 해나간다. 마침 오늘 모금중인 부적 최규수 사관은 논산의 지역관이기도 하다. 논산 권역에는 8개의 영문(=교회)이 있는데, 지역관은 거기 전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계룡에는 구세군이 하나도 없고, 부여는 하나뿐인데 논산 소속인 편제이다.
길거리모금은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데, 요즘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이 터지면서 부정적 시각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당신네들, 이렇게 돈 걷어서 개인적으로 쓰는지 누가 알아?” 현장에서 이런 반응도 접하는 최사관은, 사랑의열매 등 다른 모금 기관에서도 영향을 받는 거 같다고 체감온도를 전한다. 그럼에도 크게 보아서 구세군은 큰 바람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의 경우 목표금액 상회하였다. 올 충청지방 목표금액 2억이며 달성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고 낙관한다.
동전 쌓여 높아가는 사랑탑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오가는 사람 자체가 아예 없어서 마침 약국 앞에 서 있던 학생에게 잠시 모델을 부탁하였다. “나는 동전밖에 없는데요...” 구세군 모금은 동전에서 출발하였다. 그러한 동전과 소액들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사랑탑이 되는 요술램프가 바로 구세군 자선남비이다.
겨울만 되면 거리에 등장하는 빨간 자선남비!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서 최사관에게 편히 이야기 나눌 장소 좀 물어보니 인근 놀뫼금고로 안내한다. 거리에 서 있다가 춥고 힘들면 이곳에 들어와서 몸 좀 녹히다가 다시 나간단다. 손님 대기석은 훈훈했다. 휴식처다. 이런 온기와 휴식처가 절실했던 시절이 있었다.
1891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127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돼 난민 1000여 명이 생겨났다. 그곳 구세군 조셉 맥피 사관은 이들을 어떻게 먹여야 할까 부인과 함께 고민고민하였다. 옛날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 돕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 생각났는데, 주방용품인 솥(냄비)은, 살림을 하는 부인(여사관)이 낸 아이디어였다. 그는 오클랜드 부두로 나아가 큰 쇠솥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글씨를 써 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만큼의 기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던 박준섭(조셉 바아) 사관이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였다. 그로부터 90여년 간단 없이 사랑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 ‘국민적인 이웃돕기 행사’로, ‘자원봉사활동’의 아이콘로 우뚝 선 것이다.
한번쯤 자선냄비 봉사에 지원해봄직
구세군의 여러 활동은 공공 기관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학생이 자원봉사로 자선냄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 사회봉사점수로 인정된다. 자선냄비는 구세군 교인들이 적극 참여하지만 가족단위 시민, 학생 등 교회와 무관한 자원봉사자도 상당수 참여한다. 교회의 벽이 허물어지는 한마당 축제로도 보이지만, 막상 편한 자원 봉사 놔두고 거리에서 찬바람 맞는 모금 지원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겨울 거리는 골목풍으로 더욱 춥다. 찬바람 이는 거리로 직접 나선 자선냄비는, 불우이웃의 추위를 온몸으로 공감하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웬만한 사람 한두 시간은커녕 일이십 분도 버티기 힘든 곳에서 사관복 입은 부부와 교인은 의연히 종을 울리고 있다. 오전 10시에 나와서 어두워지면 냄비를 거둔다. 거두면서 모금된 돈은 사진으로 찍어서 본부에 보고하고, 입금은 그 다음날 일찍 은행에 입금한다. 일요일 포함, 성탄절인 12월 25일까지 한다.
혹간 찾아가는 자선냄비도 있는데, 유치원, 어린이집, 기업체방문 모금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 경로는 서신모금, 은행모금통모금, 기업모금, 톨게이트, 물품후원 등 다양하다. 모금은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논산구세군에서는 고속도로 여산휴게소, 탄턴휴게소, 정안휴게소(하행) 등으로 분담하여 모금한다.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경우가 구세군자선남비일 것이다. 겨울철 볼일 보려고 잠시 휴게소 들렀다가 자선남비 만나면, 엉겁결에 손에 집히는 대로 떨구고, 빨강옷들의 고맙다는 인사와 종소리를 뒤로 하며 가던 길 가는 겨울 풍경들이다.
이렇게 작은 돈들이 모여 쌓인 돈이 사용되는 곳은 크기만 하다. 국민기초생활, 차상위계층을 위한 명절구호품, 장학금, 치료비, 장애우, 노숙자, 육아시설, 노인복지시설, 종합지역복지관, 여성 시설, 장애복지시설, 성인 재활센터, 에이즈 예방센터 등이다.
논산 자선남비 현장을 떠나면서 서울과 미국이 오버랩된다. 서울 광화문에는 기독교 빌딩이 둘 있다. 감리교회관과 구세군회관인데, 규모면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원래는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가 새로 창립한 구세군은, 교세나 빌딩규모 면에서 큰 교단들과 비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왜 구세군빌딩을 더 잘 아는 것일까.... 서울에도, 미국에도 스타벅스는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곳곳이다. 스타벅스의 초록브랜드인 사이렌! 맨 처음 본점을 부두가에 세운 스타벅스는 뱃사람들 홀렸던 사이렌을 가오마담으로 내세워 선원들을 공략하였다. 이제는 온 세상을 뒤덮었다. 부둣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구세군 자선남비도 엇비슷하지만, 확산 지점은 다른 거 같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