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고향맛집 이지웅 대표

놀뫼신문
2020-05-21

[맛집순례] 고향맛집 이지웅 대표

시의장에서 동태탕맛집으로, 이지웅의 인생유전


계룡시 도곡리는 일부러 찾지 않는 한 지나칠 수 없는 외진 곳이다. 그래서 외지인의 발길이 참 뜸한 곳이기도 하다. 그 도곡리에서도 소로를 따라 한참 들어간 곳에 동태탕으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민가도 띄엄띄엄 보이는, 차 한 대 겨우 다니는 좁은 길을 가면서 이런 곳 식당을 대체 누가 찾아갈까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차된 차들을 보고서야 그곳이 소문난 식당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고향맛집! 이지웅 사장(67세)을 만나보았다.




시원한 동태탕의 맛의 비결


고향맛집의 동태탕은 6~7년 전부터 서서히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계룡시의 대표 맛집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 맛의 비결을 물으니 “재료에 있다”고 이지웅 사장은 답한다.

“요새 동태는 내장을 다 제거해서 손질이 되어 나옵니다. 내장을 따로 판매하는 거지요. 알은 알대로, 고니는 고니대로 말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통째로 된 동태를 구입합니다. 이게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기도 하고, 또 일일이 손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손해이지만, 이래야만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거든요.”

이뿐 아니다. 다른 집 동태탕에 비해 이 집은 무가 유난히 많이 들어간다. 그래야만 시원한 국물 맛을 낼 수 있어서란다. 또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늘과 생강을 구입하여 모두 말려서 갈아 양념으로 쓴다. 시중에서 파는 생강분말은 생강 성분이 많지 않아 비린내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가격은 몇 배 더 비싸지만 국산 생강을 말려 갈아서 쓴다.

이렇듯 맛을 내는 데는 좋은 재료를 쓰는 것도 있지만, 한 가지 더. “주방에서 요리하는 아내의 손맛 덕”이라고 이지웅 사장이 귀띔한다.

“우리는 조미료나 육수로 맛을 내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멸치 육수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물이 특히 시원하고 담백하지요. 특히 비린내를 잡는 것이 양념인데, 이게 집사람만의 비법입니다.”



우연히 시작한 동태탕이 대박


본래 고향맛집은 우렁쌈밥집으로 시작하였다. 2007년도 도곡리에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생기면서 이 체험장의 우렁이하우스에서 나오는 우렁이와 밭에서 나오는 쌈채소들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쌈밥집이었다. 워낙 골짜기에 위치한 탓에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과 지역 단체들이 도와주는 차원에서 한 번씩 들러주곤 하던 식당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끓여 내온 동태탕을 손님들이 먹어보고는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찾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들려준다. 동태탕이 이 집의 대표 메뉴로 등극한 이래, 점심식사 시간 밀려드는 손님들로 다른 메뉴는 챙겨주기 어렵다고 한다. 계룡대 군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물론, 멀리 논산에서까지 단골들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이 집에서 동태탕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저녁시간에는 삼겹살, 닭도리탕, 한방오리백숙과 같은 시골향토 음식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방오리백숙은 자신 있다고 이지웅 사장은 말한다. 단, 두세 시간 전 예약이 필수란다. 다른 집처럼 압력솥으로 단시간 내에 쪄내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불에 오랜 시간 끓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각종 한약재에서 나오는 약효가 오리에 깊이 배어든다. 



계룡시 초대 시의장 시절


이지웅 사장은 계룡시 초대 시의장 출신이다. 2003년도 계룡시가 개청하면서 그 해 10월에 시장 선출 및 의회를 구성하는 첫 선거에 이지웅 사장은 7명의 시의원을 뽑는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그때 엄사면에서 4명을 선출하는데 모두 32명이 출마하여 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전국적으로 큰 뉴스가 되기도 하였다. 32명의 후보들이 연설을 하는 데만도 하루 종일 걸렸다고 한다.

이렇게 시의원에 당선된 이지웅 사장은 1기 의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되어 약 3년 동안의 짧고도 굵은 정치를 하게 된다. 모든 게 처음이고 시작이었던 의정활동이었다. 모든 조례를 새로 만들어야 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3년 시의원으로 생활하면서 체중이 확 줄었습니다. 다니는 곳도 많고, 만나는 사람도 많고, 할 일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시로 승격되어 첫 의회의 의원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면서 보람도 많았지만 그만큼 힘도 많이 들었던 시절입니다.”

2006년도에 두 번째 지방선거에서 1기 시의원이 모두 교체되며, 그도 정치를 그만 두게 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짧은 정치인생이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정치를 그만 두었을 때 무엇보다 그의 아내가 가장 반겼다고 한다, “정치판에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그만큼 곁에서 지켜보기에도 정치란 힘든 일이었던 모양이다.


굴곡 심했던 인생유전, 이제는 ‘아내의 행복’


이지웅 사장은 정치와 맛집 식당 운영만 한 것이 아니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그는 군 제대 후 76년 계룡에 정착하여 축산업과 버섯공장을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06년도 이후부터 팽이버섯공장이 전국적으로 난립하며 버섯 가격이 대폭락하게 된다.

그의 팽이버섯공장은 직원들 급여는 꼬박꼬박 나가는데 수입은 점점 줄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빚만 지며 몇 년을 버티다 급기야 공장 문을 닫고 2008년도 사업을 정리하였다. 그의 손에 남은 것은 빚더미뿐이었다.

함께 고생한 가족은 물론이고 보증을 서준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그는 어떻게든 재기를 해야만 했고, 또 그러리라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식당이었는데, 그의 이런 양심적인 마음과 정직함, 그리고 타고난 성실함이 지역의 맛집을 일구어낸 것이다.

“이젠 손님들도 많이 찾아주시고 자리를 잡았지요. 그런데 그동안 빚 갚느라 돈은 못 모았어요. 나이는 어느덧 육십대 후반입니다. 식당 일이 점점 힘들어지네요.”

요새는 아내와 함께 ‘인생 3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고 또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한 아내를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 이게 요즘 그의 최대 화두이다.


[고향맛집] 계룡시 엄사면 배울길 97 

[예약] 042-840-9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