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킴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 명현숙 논산지부장

2026-09-03

2012년부터 정신건강 위기가구 찾아 회복과 자립 지원

의료·복지·주거·일자리 연결…“한 사람의 삶이 다시 움직일 때 가장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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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이 고향인 명현숙 ㈜이엠사회서비스교육개발원 논산지부장은 지역사회에서 우울증과 조현병, 알코올 의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건양보건복지대학원 치유선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건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심리상담과 사회복지를 함께 공부한 이유는 마음의 어려움이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주거, 경제, 일자리 등 삶의 전반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명 지부장은 2012년 3월 1일부터 정신건강토탈케어서비스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논산지부와 부여지부의 책임을 맡아 지역의 정신건강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에는 우울증과 조현병, 알코올 의존 등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되는 일상의 회복


㈜이엠사회서비스교육개발원 논산지부에는 명 지부장을 비롯한 사회복지사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들이 담당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정신건강토탈케어서비스는 단순히 상담 몇 차례를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상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약물 복용, 공적 지원, 주거, 취업, 가족관계 회복 등을 연결하는 통합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정신질환이나 사회적 고립을 겪는 주민들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병원 진료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가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명 지부장은 “처음부터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면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상대방을 비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작은 변화에도 칭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논산 양촌면의 컨테이너에서 약 3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던 50대 남성을 지원했다. 그는 우울감과 대인기피, 분노 조절의 어려움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명 지부장은 지속적인 상담으로 신뢰를 쌓은 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동행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가족과의 관계도 조정했다. 이후 가족이 본가 2층을 수리하면서 남성은 컨테이너 생활을 청산하고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닫힌 방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명 지부장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수년간 방 안에 은둔해 지내던 한 청년 여성이다.

이 여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어머니와도 헤어져 할머니의 손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환청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주변에서는 정서적인 문제나 의지 부족으로 생각했다. 전문적인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엎드려 보냈다.

신체 활동이 줄면서 체중이 급격히 증가했고 위생과 주거환경도 악화됐다. 오랜 기간 손녀를 돌본 할머니 역시 심각한 돌봄 피로와 무력감을 호소했다.

2023년 7월 사례관리를 시작한 명 지부장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작은 행동 하나에도 격려를 보냈다. 오랜 상담 끝에 청년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명 지부장은 청년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조현병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청년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소리가 환청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환청이 줄고 생각과 언어 표현도 점차 분명해졌다.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애정 결핍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료만으로 삶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득과 일자리, 주거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했다. 명 지부장은 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해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지원하고, 논산지역자활센터의 교육과 자활사업에 참여하도록 연결했다.

청년은 2024년 1월부터 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음료 제조와 고객 응대, 매장 관리 등을 배우며 근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료들과 관계를 맺는 것조차 힘들어했지만, 규칙적으로 출퇴근하고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체력과 사회성을 되찾았다.


치료에서 주거·학업·가족 회복으로


삶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청년은 자활근로를 이어가며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명 지부장은 LH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를 안내하고 집을 알아보는 과정부터 신청 절차까지 동행했다.

2024년 12월에는 투룸 주택으로 이사해 할머니로부터 독립했다. 가족 간 돌봄 부담과 갈등은 줄었고, 청년은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배움에 대한 꿈도 다시 시작됐다. 과거 간호학과에 진학했지만 질환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던 청년 여성은 2025년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현재 자활카페 근무와 대학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단절됐던 어머니와도 다시 만났다. 명 지부장은 가족상담을 통해 어머니가 딸의 질환과 어려움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청년 역시 어린 시절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어머니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거쳤다.

건강을 되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집에 러닝머신을 설치하고 꾸준히 운동해 체중을 83㎏에서 73㎏으로 줄였다. 목표 체중인 63㎏을 향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명 지부장은 이 사례에 대해 “의료에서 시작해 소득과 직업, 주거, 학업, 가족관계 회복으로 이어진 통합 사례관리”라며 “사례관리자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길을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동의 손을 잡는 ‘좋은 이웃’


명 지부장은 정신건강 사례관리뿐 아니라 지역 아동을 위한 나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좋은이웃후원회 회장을 맡아 학대나 방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녀는 정신건강과 아동복지가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경험한 상실과 방임, 애정 결핍이 성인이 된 이후의 정신건강과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놓인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명 지부장이 지난 14년 동안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과의 연결이 느슨해지거나 완전히 끊어진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일방적인 충고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들어주는 한 사람, 병원과 행정기관에 함께 가주는 한 사람, 다시 실패하더라도 기다려 주는 한 사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시 일어설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그 힘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닫힌 방문을 열고 병원에 가는 것,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것,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평범해 보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큰 도전입니다.”

상담실과 가정, 병원과 행정기관을 오가며 끊어진 삶의 고리를 다시 잇는 사람. 명현숙 지부장이 생각하는 사회복지는 한 사람을 보호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치료받고, 일하고, 배우고,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그녀가 오늘도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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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네트워크 최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