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청년 없는 청년축제’…논산 청년정책은 어디로 가나

2026-08-22

긴축재정 속 일주일 사이 청년축제에 4억9천만 원 투입

청청페스티벌 앞두고 주관·역할 혼선…재단·청년네트워크 갈등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예산 집행·업체 선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매년 9월 세 번째 토요일은 청년의 권리 보장과 청년 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청년의 날’이다. 올해는 9월 19일이다.

청년의 날은 단순히 청년들이 공연을 보고 즐기는 날이 아니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복지, 문화 등 청년이 직면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청년이 직접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넓히는 날이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 논산시가 추진하는 청년행사를 살펴보면 청년정책보다 유명 가수와 무대, 부스, 행사대행 업체가 더 부각되고 있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는 담당 부서와 논산시청소년청년재단, 청년네트워크 간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

청년의 날을 앞두고 논산시와 재단, 청년네트워크는 “이 행사가 과연 누구를 위한 청년축제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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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1회 청청페스티벌이 내동에서 진행됐다.)



2억9천만 원 청년페스티벌, 중심은 결국 외부 연예인


논산시 청년정책은 인구복지국 산하 인구청년교육과가 담당하고, 실질적인 행사와 교육·지원 사업은 논산시청소년청년재단이 수행하고 있다.

논산시는 오는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논산시민가족공원에서 ‘진로박람회’와 ‘청소년문화제’, ‘논산청년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진로박람회 1억5천만 원, 청소년문화제 1억7천만 원, 논산청년페스티벌 2억9천만 원 등 총사업비는 6억1천만 원이다.

이 가운데 논산청년페스티벌에는 도비와 시비 각각 1억4천500만 원이 투입된다. 행사는 9월 11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개그맨 이상준이 출연하는 청년 토크쇼와 스테이씨, 나우아임영, 김하온, 노브레인, 더윈드 등이 참여하는 공연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역 청년예술인과 문화기획자를 발굴하기보다 외부 연예인 중심으로 행사가 구성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논산에도 활동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예술인과 문화기획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청년정책의 중요한 축이어야 한다.

행사에 지역 청년예술인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전체 예산 가운데 지역 청년과 지역 업체에 돌아가는 금액은 얼마인지, 논산 청년들에게 어떤 지속적인 기회가 남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두 시간짜리 공연이 끝나고 무대가 철거된 뒤 ‘논산 청년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청청페스티벌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권한 갈등’


더 심각한 문제는 논산청년페스티벌 일주일 뒤 내동 먹자골목에서 열릴 예정인 ‘제2회 청청페스티벌’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8월 21일 오후 5시까지도 행사를 실질적으로 주관할 주체와 기관별 역할, 세부 일정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청년재단과 청년네트워크 간 업무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제2회 청청페스티벌에는 고향사랑기금 2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해와 같이 내동 먹자골목에 무대와 부스를 설치하고, 청년과 소상공인이 함께하는 지역상생 문화행사를 통해 골목상권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제1회 행사에서는 메인 무대 주변 업소에 방문객이 집중된 반면, 무대에서 떨어진 골목 상가는 오히려 평소보다 장사가 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올해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정작 지역 상권과 연계한 문화·체험 콘텐츠보다 가수 섭외와 부스 운영, 무대·장비 계약업체 선정 등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단과 청년네트워크가 어떤 권한을 갖고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행사 과정에서 안전사고나 계약 분쟁, 운영 차질 등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청년네트워크는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시정에 전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참여기구이지, 행사 대행권이나 계약 권한을 두고 경쟁하는 조직이 아니다. 청소년청년재단 역시 청년의 의견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되도록 관리해야 할 공공기관이다.

두 기관이 각자의 역할보다 권한만 주장한다면 피해는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과 소상공인, 그리고 예산을 부담하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담당 부서 인구청년교육과는 무엇을 하고 있나


사업의 목적과 추진체계를 정하고 재단과 청년네트워크의 역할을 조정해야 할 곳은 논산시 인구청년교육과다.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중재하고 예산과 계약 과정의 공정성을 관리하는 것도 담당 부서의 책임이다.

특히 제2회 청청페스티벌은 고향사랑기금 2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더욱 엄격한 사전·사후 관리와 책임이 요구된다.

논산시는 최소한 다음 사항을 행사 전후에 공개해야 한다.


  • 재단과 청년네트워크의 구체적인 업무·권한·책임
  • 업체 선정 기준과 분야별 계약 금액
  • 외부 연예인 출연료와 전체 사업비 세부 내역
  • 지역 청년예술인·업체·소상공인의 참여 규모와 비율
  • 지난해 행사 성과평가와 올해 개선 사항
  • 방문객 수와 상권 매출 효과를 측정할 객관적인 지표
  • 고향사랑기금 사용 목적과 청년정책의 연계성


이러한 기본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행사만 밀어붙인다면 시민들은 청청페스티벌을 청년정책이 아니라 특정 업체와 관계자를 위한 일회성 행사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선거 보은’ 의혹까지…사실관계 밝혀야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도왔던 일부 청년단체에 대한 보은성 사업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인 만큼 이를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둘러싸고 이러한 의혹이 제기됐다면 논산시는 침묵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행사 기획에 참여한 단체와 개인은 누구인지, 사업 방향과 출연진·업체 선정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 이해관계자가 계약이나 보조금 집행에 개입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의혹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이 아니라 기록이다. 회의록과 사업계획서, 견적서, 계약서, 평가자료를 공개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시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일주일 사이 4억9천만 원…“지금 꼭 필요한가”


논산시는 현재 세입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각 부서의 사업비를 줄이며 강도 높은 예산 절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 원의 사업비까지 줄이기 위해 부서마다 마른걸레를 짜듯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는 논산청년페스티벌에 2억9천만 원, 청청페스티벌에 2억 원 등 모두 4억9천만 원이 투입된다. 진로박람회와 청소년문화제까지 포함하면 관련 행사 전체 예산은 더욱 커진다.

물론 청년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축제도 필요하다. 공연과 축제 자체를 무조건 낭비라고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문제는 목적과 우선순위다.

논산 청년들이 실제로 겪는 주거비 부담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창업 이후 판로 확보, 문화공간 부족, 교통 불편, 지역 정착의 어려움 가운데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 이 예산을 편성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먹고 마시고 노래를 듣는 축제가 청년정책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행사가 끝난 뒤 청년의 삶이 달라지지 않고 지역 상권에도 지속적인 효과가 남지 않는다면 수억 원짜리 축제를 반복해야 할 이유도 없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공동체의 질서가 바로 선다는 의미다.

이를 오늘 논산의 청년정책에 대입하면 답은 간단하다.

담당 부서는 담당 부서답게 사업을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재단은 재단답게 공공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청년네트워크는 청년 참여기구답게 청년의 현실적인 목소리와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권답게 예산이 공정하게 사용되는지 감시해야 한다.

청년의 이름을 빌려 무대와 부스를 설치하고 유명 연예인을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청년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논산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의 흥겨움만이 아니다. 지역에서 일하고, 살고, 꿈꾸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청년의 날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려한 공연이 아니라 청년에게 결정권을 돌려주고 그들이 제안한 정책을 실제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논산시는 지금이라도 제2회 청청페스티벌의 추진체계와 예산 내역, 계약 방식, 참여 주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단과 청년네트워크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행사를 축소하거나 연기해서라도 사업 목적과 절차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 맞다.

청년을 위한 행사인지, 청년을 앞세운 행사인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