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민간이 지핀 스포츠태권도 불씨, 논산시가 키워야 한다

2026-08-21

세계 10여 개 지역 선수단 356명 논산서 합동훈련

숙박·식사·관광 등 지역 소비 효과…민간 주도로 국제 스포츠관광 가능성 입증

‘스포츠태권도 발원지’ 역사성 살린 정례 캠프·국제대회·관광상품 육성 필요





한여름 무더위가 이어진 충남 논산에 세계 각국의 태권도인들이 모였다. 대만과 호주, 러시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선수들은 논산에 머물며 합동훈련을 하고, 태권도 종주국의 기술과 정신을 배웠다.

이들이 논산을 찾은 것은 대규모 국가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국제대회 유치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 세계스포츠태권도연맹과 (사)MBC국제오픈태권도조직위원회, 충청남도태권도협회, 논산시태권도협회 등 태권도 민간단체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세계태권도인 여름캠프’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이번 캠프에는 국내외 태권도 선수와 관계자 총 356명이 참가했다. 민간이 세계 각국의 선수단을 직접 유치하고 훈련장과 숙소, 이동수단, 프로그램 운영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캠프는 논산이 ‘스포츠태권도 발원지’라는 역사적 자산을 활용해 국제 스포츠관광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성과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민간이 모든 것을 떠안고 있다”는 아쉬움도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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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캠프에 국내외 태권도인 356명 참가


세계태권도인 여름캠프는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다.

1차 캠프는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5일까지 열렸다. 대만 타이중시와 호주 멜버른, 말레이시아 사바를 비롯해 서산여중과 타이티 선수단 등 56명이 참가했다.

2차 캠프는 8월 10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며 참가 규모는 300명에 달한다. 대만에서는 타이중시·기룽시·가오슝시·타이베이시 선수단 250명이 논산을 찾았다. 호주 멜버른과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아티아 두고셀로시에서도 20명이 참가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리브노시와 말레이시아 사바를 비롯해 아산시, 서산여중, 금산군스포츠클럽, 타이티 선수단 등 30명도 함께했다.

해외 선수들은 논산에 장기간 체류하며 합동훈련과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로 다른 국가와 지역에서 온 선수들이 기술을 겨루고 훈련 방식을 공유하며 스포츠를 통한 우의를 다졌다.

논산에서 국제 규모의 태권도 교류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경기를 치르고 떠나는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선수들이 일정 기간 지역에 체류하면서 논산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체류형 스포츠 교류’였기 때문이다.


숙박비만 3천만 원대…지역 상권에도 실질적 효과


캠프 참가자들은 논산지역 뉴파크·아모르·조선호텔·미라클 등 숙박업소에 머물렀다. 주최 측이 파악한 숙박비 결제액은 약 3천만 원이며, 크로아티아 선수단의 숙박비 약 400만 원을 포함하면 확인된 숙박 지출만 3천400만 원가량이다.

여기에 식비와 교통비, 생필품 구매비, 관광·쇼핑 비용 등을 더하면 지역에서 발생한 전체 소비 규모는 더욱 커진다. 주최 측은 이번 캠프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약 8천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경제효과는 지출 항목별 정산과 객관적인 분석을 거쳐야 하지만, 수백 명의 국내외 참가자가 논산에 일정 기간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숙박업과 음식점, 운송업 등 지역 상권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스포츠 행사는 일반적인 관광과 달리 참가 선수와 지도자, 관계자가 일정 기간 단체로 체류한다. 훈련 일정이 반복되고 숙식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논산이 앞으로 전지훈련과 국제캠프를 정례적으로 유치한다면 여름철에 그치지 않고 계절별·종목별 체류형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선수 유치부터 숙소·이동까지 민간이 떠안아


이번 캠프의 가장 큰 성과는 민간단체가 국제적인 인적 관계망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선수단을 논산으로 불러왔다는 데 있다.

세계스포츠태권도연맹과 (사)MBC국제오픈태권도조직위원회, 충청남도태권도협회, 논산시태권도협회는 해외 태권도 단체들과 직접 접촉해 참가를 이끌어냈다. 캠프가 시작된 뒤에는 훈련장 확보와 숙박, 이동, 일정 관리 등 복잡한 운영 업무도 책임졌다.

국제 스포츠행사는 참가자 모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입국 일정과 이동수단을 조율하고 숙소와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훈련장 배정과 안전관리, 통역, 의료 대응 등 세심하게 챙겨야 할 업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같은 일을 민간단체들이 자체 역량과 예산으로 감당했다. 논산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국제 태권도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민간은 이번 캠프를 통해 세 가지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계 각국의 태권도인을 논산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장기 체류형 스포츠관광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 스포츠태권도 발원지라는 논산의 정체성이 국제적인 도시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다 했는데…” 성과 뒤에 남은 아쉬움


그러나 성과의 이면에는 민간단체의 부담과 피로가 쌓이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다 했는데…”라는 말이 나왔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을 유치하고 지역 숙박업소와 훈련장을 연결했으며, 캠프 운영까지 책임졌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후속 정책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다.

국제행사를 한 번 개최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지속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일부 관계자의 사명감과 민간단체의 희생에만 의존하면 해마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담당자의 재정 여건이나 대외 관계망이 약화할 경우 행사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참가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관리와 이동, 의료, 통역 등의 업무도 늘어난다. 민간의 열정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제캠프가 논산을 대표하는 스포츠관광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논산이 관련 자산을 갖고도 이를 체계적인 정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태권도의 발원지라는 역사성과 국제적인 민간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활용한 중장기 육성계획과 안정적인 지원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도시는 스포츠를 ‘지역산업’으로 키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유치를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계·하계 전지훈련단을 유치하기 위해 체육시설 사용료를 감면하고, 숙박비와 차량을 지원하거나 관광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만들고, 참가자들이 대회 이후에도 다시 지역을 찾도록 스포츠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곳도 늘고 있다.

스포츠산업의 장점은 행사장 안에서만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수단이 지역에서 숙박하고 식사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비가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가족과 관계자가 동행하면 관광과 쇼핑으로까지 효과가 확대된다.

논산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논산에는 다른 도시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자산이 있다. 바로 스포츠태권도 발원지라는 역사성과 상징성이다.

시설과 예산은 다른 도시도 갖출 수 있지만, 역사적 정통성과 서사는 돈으로 단기간에 만들 수 없다. 논산이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다른 지역의 전지훈련 유치정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스포츠태권도를 논산의 도시 브랜드로


이제 스포츠태권도를 단순한 종목 행사나 체육단체 사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논산의 역사·문화·관광·경제를 연결하는 대표 도시 브랜드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세계태권도인 여름캠프를 매년 개최하는 정례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참가국과 참가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안정적인 훈련장과 숙소, 이동·통역·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제캠프와 전지훈련, 친선대회, 지도자 연수, 청소년 교류 등을 하나의 사업 체계로 묶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스포츠태권도의 역사와 인물을 알리는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논산의 주요 관광지와 음식, 농특산물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연계한다면 체류 기간과 소비 효과를 더욱 늘릴 수 있다.

논산시와 시의회, 체육회, 태권도단체, 숙박·외식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력기구 구성도 필요하다. 민간은 해외 네트워크와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행정은 예산과 시설, 안전관리, 홍보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가 인원과 체류 기간, 숙박·식사·교통 등의 소비액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경제효과를 분석해야 한다. 구체적인 자료가 축적돼야 지속적인 예산 투입의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도 발전시킬 수 있다.


새로운 시작 아닌 ‘행정의 결단’이 필요한 때


민간은 이미 가능성을 입증했다. 세계 각국의 태권도인을 논산으로 불러 모았고, 장기 체류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줬으며, 스포츠태권도 발원지 논산의 이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번 캠프의 성과를 일회성 행사로 끝낼 것인지, 논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는 이제 행정의 판단에 달렸다.

논산시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이미 민간이 기반을 닦고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실제 행사를 통해 가능성까지 증명했다. 행정은 민간이 일군 성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하고 더 큰 사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우리가 다 했는데…”라는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한 서운함이 아니다. 민간의 희생만으로 국제 스포츠행사를 지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절박한 호소다.

스포츠태권도 발원지라는 역사적 자산을 논산의 도시 브랜드와 스포츠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국내외 방문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움직이며 논산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투자다.

민간이 불씨를 지폈다면 이제는 논산시가 함께 키워야 한다.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시작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가능성을 정책으로 이어갈 행정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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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