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유보통합 기반 생태유아교육 ‘생태놀이를 말하다’ 3
한국과 일본, 생태교육의 길을 묻다
“AI시대,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워요”
제4회 아동중심 놀이·생태 한·일 국제교류 포럼 개최… 한국과 일본이 함께 걷는 ‘마주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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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인공지능(AI)은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왔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본질적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힘은 어디에서 길러지는가. 자연과 멀어진 시대, 놀이가 사라진 교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생태유아교육 현장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6월 13일 논산시 노성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는 제4회 「아동중심 놀이·생태 한·일 국제교류 포럼」이 개최됐다. (사)중부권생태공동체 논산지부가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는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한·일 생태교육 교류 프로그램의 중심 행사로 마련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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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만남, 그리고 ‘마주동행’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마주동행’이다.
서로 마주 본다는 것은 시선을 맞추는 일이고 함께 걷는다는 것은 같은 방향을 향해 발을 맞추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이 마주 앉고, 부모와 교사가, 원장과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질문을 나누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자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주 앉아 나눈 마음이 흩어지지 않고, 아이를 향한 하나의 걸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부모와 교사, 원장과 마을,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주체적인 아이'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아이는 스스로 자라는 힘을 품고 태어나며, 어른의 자리는 그 힘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 국경과 역할은 달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지 않다.
마주 보았기에 함께 걸을 수 있고, 함께 걷기에 그 마주함이 더 깊어진다. 제4회 한·일 국제교류 생태유아교육 포럼은 바로 그 마주함과 동행이 만나는 자리다.
한·일 생태유아교육 교류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 그 시작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인동어린이집이 EBS교육방송 다큐멘터리 「완벽한 아이들」 1부 '스스로 하는 어린이' 편에 소개되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라는 힘을 믿는 이곳의 교육이 국경 너머 일본에까지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자연주의 교육 전문가 시오미 카즈에 선생과 유향란 인동어린이집 원장의 대담이 일본 보육 잡지에 실렸다. 이어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뜻의 부모교육 운영과정 '육아쉼표'에 시오미 선생을 초청하고,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강내영 교수와 함께 부모·교사 토크 시간을 가지면서 두 나라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쌓인 인연이 2023년 인동어린이집에서 열린 제1회 포럼으로 결실을 맺었다. 제1회 포럼은 「일본의 자연주의와 생태유아교육이 말하는 아이중심·놀이중심」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2024년 꽃비원에서 열린 제2회 포럼은 「부모와 교사,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우고 있는가」 를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해 제3회 포럼은 (사)중부권생태공동체 충북지부와 논산지부가 공동 주관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Leader, 아이주도 성장을 고민하다」를 주제로 한 아이중심 놀이교육 원장 비전 워크숍으로 열렸다. 그리고 올해 제4회 포럼은 「AI 시대,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워요」를 주제로, 부모와 한·일 교사가 '마주동행'의 새로운 출발을 다시 논산에서 함께 내디뎠다.
생태교육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단계에서, 이제는 교육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강내영 경희대학교 교수는 기조강연 뿐 아니라 통역도 맡아 포럼을 진행했다.

김기태 (사)중부권 생태공동체 대표

조율희 충남교육청 어린이집 원장




“생태적인 아이가 세계적인 아이”
포럼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생태유아교육 실천 사례가 소개됐다.
오전 세션에서는 일본 사회복지법인 하토노카이(鳩の森愛の詩)의 세누마 칸타(瀬沼 幹太) 이사장과 교원단 7명이 보육원의 실천사례를 발표했다. 30년간 보육교사로 일해 온 세누마 이사장은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아이만 응원해서는 부족하다. 아빠도, 엄마도, 교사도, 어른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며 '함께 키우고 함께 자란다(共育て共育ち)'를 보육의 중심에 두었다고 말했다. 활기찬 어른들이 이루는 둥근 원, 그 한가운데에 아이가 있는 풍경이 그가 그리는 보육원의 모습이다.
상징적인 장면도 소개됐다. 지난 5월, 보육원은 미끄럼틀과 그네, 모래놀이터를 모두 헐어 마당을 비웠다. "더 멋진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였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손으로 마당을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자란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었다. 세누마 이사장은 "우리는 마당을 만들고 있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친구와 나 자신을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빠야말로 주체적으로'를 강조했다. 아빠들이 함께 춤추고 어울리며 보육원에 즐겁게 참여할 때, 그 모습을 본 아이들에게서도 "나도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자란다는 것이다. 어른이 먼저 즐기고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주체적인 존재로 자란다는 메시지는, 'AI시대,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워요'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와 곧장 맞닿아 있었다. 그는 "아이를 믿고, 교사를 믿고, 학부모를 믿고, 지역을 믿는다. 서로 믿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행복에 가까워진다"는 말로 발표를 맺었다.
이어 0세부터 5세까지 연령별 실천 사례를 나눴다. ‘가까운 어른과의 살갗 교감’ 오미야 노조미(近江屋 希, 세야보육원 원장), ‘그림책과 스케치북 놀이’ 야마구치 치호(山口 千穂) ‘함께 만들고 나누는 식(食)활동’ 아라키 미쿠(荒木 未来), ‘아빠야말로 주체적으로!’ 우에마쓰 쇼타(植松 翔太) ‘역할놀이’ 모리야마 아야카(森山 彩香), ‘호랑나비 애벌레를 함께 키우며 이어진 마음’ 미하라 아카리(三原 明莉), ‘모두가 탈 수 있는 코이노보리를 만들어요!’ 마치이 메이(町井 芽生) 스물세 명이 다 들어가는 잉어 깃발을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이야기까지 — 모두 아이의 흥미에서 출발한 놀이가 어떻게 배움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장면들 이었다
오후에는 경희대학교 강내영 교수가 「생태적인 아이가 세계적인 아이」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강 교수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일수록 유아교육은 오히려 자연과 놀이, 공동체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시민은 단순히 세계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그 출발점은 교실 안 지식이 아니라 자연 속 놀이 경험에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즐거운 놀이가 ‘밖에서, 내가 주도해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경험’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아이들에게서 자율적인 놀이와 자연 경험, 또래와의 관계 맺기가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가 정보 검색과 언어 생성 능력을 대신할수록 인간만이 가진 감각과 공감, 관계 맺기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AI시대일수록 아이들은 더 많이 흙을 밟고 자연 속에서 몸으로 배우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태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계의 핵심 가치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연결성에 있다면, 세계시민교육 역시 지구 공동체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생태적인 아이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이미 지금 자연과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시민”이라며 “자연을 사랑하게 된 아이만이 결국 자연과 세상을 지키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놀이를 가르치려는 순간 놀이는 죽는다”고 지적하며 어른이 설계한 ‘가짜 놀이’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몰입하고 탐색하는 ‘진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창의성과 시민성은 어른이 목표를 정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놀아가는 과정에서 자란다”며 “생태적인 아이가 곧 세계적인 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충남교육청 어린이집의 조율희 원장이 「날마다 생태 속으로」를 주제로 생태기관 아이들의 한해살이를 발표했다. 논산 국공립 인동어린이집 이진희 주임교사는 「구멍 따라 개미 세상 속으로」라는 놀이 사례 발표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주도적으로 탐색하며 배움을 넓혀 가는 실제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발표가 끝난 뒤에는 한·일 원장과 교사들이 함께하는 토크세션이 이어졌다. 유향란 원장이 좌장을 맡고, 기조발제를 맡은 세누마 칸타 이사장과 강내영 교수, 실천 사례를 발표한 조율희 원장과 이진희 교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유아교육 현장의 고민과 생태철학의 가치를 나누고, 다양한 질문 속에서 한·일 양국의 지혜와 현장 경험을 모아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은 단오잔치에서 자연을 배웠다
포럼이 어른들의 배움의 자리였다면, 아이들에게는 생태 단오잔치가 펼쳐졌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곳곳에서는 전통문화와 생태놀이가 결합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양지서당의 세시풍속 양지단오제를 비롯해 온세대이음연구소의 논산의 비건 로컬푸드 먹거리로 방문객을 정성껏 맞이하며 우리의 소중한 천연기념물 토종 오계와 토종씨앗을 전수하는 시간을 마련하였고 생태연구소의 자연예술 활동, 채클즈 어린이 음악회, 연산풍물단 공연 등이 이어지며 아이들은 하루 종일 자연과 전통 속에서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손수건으로 자연예술을 경험하며 내가 만든 단오부채로 바람을 만들며 더위를 즐겼다.
또 수리취떡과 주먹밥 만들기, 오미자청으로 소중한 내 몸을 건강하게 돌보며 절기의 의미를 몸으로 익혔다. 굴렁쇠 굴리기, 딱지치기, 제기 만들기, 쑥향주머니 만들기, 화살 던지기 등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하며 놀이를 통해 세상과 만났다.
생태공동체로 함께하는 양지 단오 행사 관계자는 “정해진 답을 주는 체험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며 볼거리, 놀거리를 기웃거리는 것을 존중하는 생태놀이터를 지향했다”며 “아이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 놀이가 시작된다는 것이 생태유아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보통합 시대, 지역이 만드는 생태교육 모델
이번 포럼에는 한국과 일본 교원 및 관계자, 학부모, 어린이, 자원봉사자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일본 하토노카이 교원단 9명과 국내 생태유아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제교류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충남형 유보통합 생태유아교육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행정적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둔 새로운 시스템을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태교육은 자연과 놀이, 공동체를 통해 아이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중부권생태공동체 논산지부 윤미애 지부장은 “아이의 행복한 미래는 부모와 교사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생태교육 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단오의 햇살이 무르익던 6월의 논산.
그곳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어른과 아이가, 교육과 삶이 서로 마주 보며 한 걸음을 함께 내딛고 있었다.
‘마주동행.’
그 한마디가 이번 포럼이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다.
- 여병춘, 여재민 공동취재
- 도움말 유향란 인동어린이집 원장 (유아교육학 박사)
(이 기획기사는 2026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2026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유보통합 기반 생태유아교육 ‘생태놀이를 말하다’ 3
한국과 일본, 생태교육의 길을 묻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인공지능(AI)은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왔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본질적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힘은 어디에서 길러지는가. 자연과 멀어진 시대, 놀이가 사라진 교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생태유아교육 현장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6월 13일 논산시 노성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는 제4회 「아동중심 놀이·생태 한·일 국제교류 포럼」이 개최됐다. (사)중부권생태공동체 논산지부가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는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한·일 생태교육 교류 프로그램의 중심 행사로 마련됐다.
네 번째 만남, 그리고 ‘마주동행’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마주동행’이다.
서로 마주 본다는 것은 시선을 맞추는 일이고 함께 걷는다는 것은 같은 방향을 향해 발을 맞추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이 마주 앉고, 부모와 교사가, 원장과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질문을 나누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자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주 앉아 나눈 마음이 흩어지지 않고, 아이를 향한 하나의 걸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부모와 교사, 원장과 마을,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주체적인 아이'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아이는 스스로 자라는 힘을 품고 태어나며, 어른의 자리는 그 힘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 국경과 역할은 달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지 않다.
마주 보았기에 함께 걸을 수 있고, 함께 걷기에 그 마주함이 더 깊어진다. 제4회 한·일 국제교류 생태유아교육 포럼은 바로 그 마주함과 동행이 만나는 자리다.
한·일 생태유아교육 교류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 그 시작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인동어린이집이 EBS교육방송 다큐멘터리 「완벽한 아이들」 1부 '스스로 하는 어린이' 편에 소개되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라는 힘을 믿는 이곳의 교육이 국경 너머 일본에까지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자연주의 교육 전문가 시오미 카즈에 선생과 유향란 인동어린이집 원장의 대담이 일본 보육 잡지에 실렸다. 이어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뜻의 부모교육 운영과정 '육아쉼표'에 시오미 선생을 초청하고,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강내영 교수와 함께 부모·교사 토크 시간을 가지면서 두 나라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쌓인 인연이 2023년 인동어린이집에서 열린 제1회 포럼으로 결실을 맺었다. 제1회 포럼은 「일본의 자연주의와 생태유아교육이 말하는 아이중심·놀이중심」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2024년 꽃비원에서 열린 제2회 포럼은 「부모와 교사,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우고 있는가」 를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해 제3회 포럼은 (사)중부권생태공동체 충북지부와 논산지부가 공동 주관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Leader, 아이주도 성장을 고민하다」를 주제로 한 아이중심 놀이교육 원장 비전 워크숍으로 열렸다. 그리고 올해 제4회 포럼은 「AI 시대,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워요」를 주제로, 부모와 한·일 교사가 '마주동행'의 새로운 출발을 다시 논산에서 함께 내디뎠다.
생태교육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단계에서, 이제는 교육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강내영 경희대학교 교수는 기조강연 뿐 아니라 통역도 맡아 포럼을 진행했다.
김기태 (사)중부권 생태공동체 대표
조율희 충남교육청 어린이집 원장
“생태적인 아이가 세계적인 아이”
포럼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생태유아교육 실천 사례가 소개됐다.
오전 세션에서는 일본 사회복지법인 하토노카이(鳩の森愛の詩)의 세누마 칸타(瀬沼 幹太) 이사장과 교원단 7명이 보육원의 실천사례를 발표했다. 30년간 보육교사로 일해 온 세누마 이사장은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아이만 응원해서는 부족하다. 아빠도, 엄마도, 교사도, 어른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며 '함께 키우고 함께 자란다(共育て共育ち)'를 보육의 중심에 두었다고 말했다. 활기찬 어른들이 이루는 둥근 원, 그 한가운데에 아이가 있는 풍경이 그가 그리는 보육원의 모습이다.
상징적인 장면도 소개됐다. 지난 5월, 보육원은 미끄럼틀과 그네, 모래놀이터를 모두 헐어 마당을 비웠다. "더 멋진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였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손으로 마당을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자란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었다. 세누마 이사장은 "우리는 마당을 만들고 있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친구와 나 자신을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빠야말로 주체적으로'를 강조했다. 아빠들이 함께 춤추고 어울리며 보육원에 즐겁게 참여할 때, 그 모습을 본 아이들에게서도 "나도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자란다는 것이다. 어른이 먼저 즐기고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주체적인 존재로 자란다는 메시지는, 'AI시대, 주체적인 아이로 함께 키워요'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와 곧장 맞닿아 있었다. 그는 "아이를 믿고, 교사를 믿고, 학부모를 믿고, 지역을 믿는다. 서로 믿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행복에 가까워진다"는 말로 발표를 맺었다.
이어 0세부터 5세까지 연령별 실천 사례를 나눴다. ‘가까운 어른과의 살갗 교감’ 오미야 노조미(近江屋 希, 세야보육원 원장), ‘그림책과 스케치북 놀이’ 야마구치 치호(山口 千穂) ‘함께 만들고 나누는 식(食)활동’ 아라키 미쿠(荒木 未来), ‘아빠야말로 주체적으로!’ 우에마쓰 쇼타(植松 翔太) ‘역할놀이’ 모리야마 아야카(森山 彩香), ‘호랑나비 애벌레를 함께 키우며 이어진 마음’ 미하라 아카리(三原 明莉), ‘모두가 탈 수 있는 코이노보리를 만들어요!’ 마치이 메이(町井 芽生) 스물세 명이 다 들어가는 잉어 깃발을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이야기까지 — 모두 아이의 흥미에서 출발한 놀이가 어떻게 배움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장면들 이었다
오후에는 경희대학교 강내영 교수가 「생태적인 아이가 세계적인 아이」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강 교수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일수록 유아교육은 오히려 자연과 놀이, 공동체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시민은 단순히 세계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그 출발점은 교실 안 지식이 아니라 자연 속 놀이 경험에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즐거운 놀이가 ‘밖에서, 내가 주도해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경험’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아이들에게서 자율적인 놀이와 자연 경험, 또래와의 관계 맺기가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가 정보 검색과 언어 생성 능력을 대신할수록 인간만이 가진 감각과 공감, 관계 맺기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AI시대일수록 아이들은 더 많이 흙을 밟고 자연 속에서 몸으로 배우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태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계의 핵심 가치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연결성에 있다면, 세계시민교육 역시 지구 공동체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생태적인 아이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이미 지금 자연과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시민”이라며 “자연을 사랑하게 된 아이만이 결국 자연과 세상을 지키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놀이를 가르치려는 순간 놀이는 죽는다”고 지적하며 어른이 설계한 ‘가짜 놀이’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몰입하고 탐색하는 ‘진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창의성과 시민성은 어른이 목표를 정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놀아가는 과정에서 자란다”며 “생태적인 아이가 곧 세계적인 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충남교육청 어린이집의 조율희 원장이 「날마다 생태 속으로」를 주제로 생태기관 아이들의 한해살이를 발표했다. 논산 국공립 인동어린이집 이진희 주임교사는 「구멍 따라 개미 세상 속으로」라는 놀이 사례 발표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주도적으로 탐색하며 배움을 넓혀 가는 실제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발표가 끝난 뒤에는 한·일 원장과 교사들이 함께하는 토크세션이 이어졌다. 유향란 원장이 좌장을 맡고, 기조발제를 맡은 세누마 칸타 이사장과 강내영 교수, 실천 사례를 발표한 조율희 원장과 이진희 교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유아교육 현장의 고민과 생태철학의 가치를 나누고, 다양한 질문 속에서 한·일 양국의 지혜와 현장 경험을 모아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은 단오잔치에서 자연을 배웠다
포럼이 어른들의 배움의 자리였다면, 아이들에게는 생태 단오잔치가 펼쳐졌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곳곳에서는 전통문화와 생태놀이가 결합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양지서당의 세시풍속 양지단오제를 비롯해 온세대이음연구소의 논산의 비건 로컬푸드 먹거리로 방문객을 정성껏 맞이하며 우리의 소중한 천연기념물 토종 오계와 토종씨앗을 전수하는 시간을 마련하였고 생태연구소의 자연예술 활동, 채클즈 어린이 음악회, 연산풍물단 공연 등이 이어지며 아이들은 하루 종일 자연과 전통 속에서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손수건으로 자연예술을 경험하며 내가 만든 단오부채로 바람을 만들며 더위를 즐겼다.
또 수리취떡과 주먹밥 만들기, 오미자청으로 소중한 내 몸을 건강하게 돌보며 절기의 의미를 몸으로 익혔다. 굴렁쇠 굴리기, 딱지치기, 제기 만들기, 쑥향주머니 만들기, 화살 던지기 등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하며 놀이를 통해 세상과 만났다.
생태공동체로 함께하는 양지 단오 행사 관계자는 “정해진 답을 주는 체험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며 볼거리, 놀거리를 기웃거리는 것을 존중하는 생태놀이터를 지향했다”며 “아이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 놀이가 시작된다는 것이 생태유아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보통합 시대, 지역이 만드는 생태교육 모델
이번 포럼에는 한국과 일본 교원 및 관계자, 학부모, 어린이, 자원봉사자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일본 하토노카이 교원단 9명과 국내 생태유아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제교류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충남형 유보통합 생태유아교육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행정적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둔 새로운 시스템을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태교육은 자연과 놀이, 공동체를 통해 아이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중부권생태공동체 논산지부 윤미애 지부장은 “아이의 행복한 미래는 부모와 교사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생태교육 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단오의 햇살이 무르익던 6월의 논산.
그곳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어른과 아이가, 교육과 삶이 서로 마주 보며 한 걸음을 함께 내딛고 있었다.
‘마주동행.’
그 한마디가 이번 포럼이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다.
- 여병춘, 여재민 공동취재
- 도움말 유향란 인동어린이집 원장 (유아교육학 박사)
(이 기획기사는 2026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