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계룡문화원, 왜 표류하고 있나

2026-06-14

 사무국장 "자리다툼·비자금 의혹·횡령 의혹까지… 문화원 본연의 역할 실종"






문화는 한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예술과 문학, 전통과 생활양식, 가치관과 공동체 정신이 어우러져 형성되는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미래를 설계하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계룡시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돌아보면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지역 문화정책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계룡문화원이 내부 갈등과 운영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본지는 최근 해고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김용배 전 계룡문화원 사무국장을 만나 문화원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들과 계룡 문화예술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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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배 계룡문화원 전 사무국장


"원장, 임원 이중 권력 구조 속 갈등 시작"


김용배 전 사무국장은 자신을 "35년간 군에서 인사·행정 업무를 담당하며 원칙과 절차를 중시해 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23년 11월 계룡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채용됐지만 불과 9개월 만인 2024년 8월 해고됐다.

김 전 사무국장은 해고 배경에 대해 "문화원 운영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과 같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문화원은 원장과 임원이 동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투톱 체제'로 운영됐으며, 사무국장은 두 사람에게 각각 보고해야 하는 구조였다.

김 전 사무국장은 "문화원은 법인 조직인데 원장 외에 또 다른 결재라인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적인 운영 방식이 아니었다"며 "원칙을 지키려 하자, 특정 세력으로부터 배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을 거부한 이후부터 사실상 해고 수순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법원 "절차적 정당성 결여"… 해고 무효 확정


계룡문화원은 김 전 사무국장을 상대로 임원 및 시청과의 분쟁, 업무 지시 불이행,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 전 사무국장은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문화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 해고 무효가 확정됐다.

그는 승소 이유에 대해 "핵심은 절차적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실체적 위반의 여부는 판단도 되지 않은 상태이며, 모든 절차를 무시한 결과인 절차적 위반이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위원회는 최소 3일 전에 통보해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해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해고를 결정해 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다 보니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또 "1심 판결도 나오기 전에 문화원이 승소를 전제로 새로운 사무국장을 선발한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능보강사업 집행 과정 철저한 조사 필요"


김 전 사무국장은 문화원 운영 과정에서 예산 집행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문화원 기능보강사업으로 진행된 장비 및 비품 구매 과정에서 상당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식 음향장비와 카메라, 빔프로젝터, 사무용 가구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특정 이사가 주도적으로 개입했으며 구매 절차와 관련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사무국장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와 구매 절차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에 대해서는 향후 관계기관 및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사실 확인을 거쳐 응당의 처벌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원 본연의 역할은 어디로 갔나"


김 전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계룡문화원이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룡시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원도심이 사실상 사라졌고 원주민 비율도 크게 줄었다"며 "지금이라도 지역의 역사와 삶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계룡만이 가진 군(軍)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룡시는 3군본부가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국방도시입니다. 군악대와 의장대를 활용한 군악의장 페스티벌,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전국적인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어 "문화원은 이런 미래 비전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실은 자리 다툼과 권한 싸움에 매몰돼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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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문화원 조직도(홈페이지)


"시민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


계룡문화원은 지역 문화 진흥과 시민 문화 향유 확대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진 내부 갈등과 소송, 운영 논란은 문화원에 대한 시민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

문화원은 특정인의 조직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문화 자산이다.

지금 계룡문화원에 필요한 것은 누가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문화정책과 지역 정체성을 복원할 수 있는 비전이다. 내부 갈등과 의혹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조직을 정상화하는 일이 계룡시 문화예술 발전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영주 편집장


※ 본 기사는 김용배 전 계룡문화원 사무국장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기사에 포함된 일부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주장임을 밝힙니다. 해당 사안에 대한 계룡문화원 측 입장은 별도 취재를 통해 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