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특집] 혐오와 갈등의 4년을 넘어, 다시 ‘민주주의’와 ‘시민의 삶’을 선택할 시간

202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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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은 단순한 유행이나 순간적 인기와 다르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집단적 문제의식이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대정신은 결국 민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논산·계룡 시민들이 마주한 시대정신은 분명하다. 갈등과 혐오를 넘어 시민의 삶을 회복하라는 요구다.

이에 본지는 『논어』의 “절문근사(切問近思)”를 인용한다.

“간절히 묻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분히 생각하라.”

지금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가까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지난 4년 동안 시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지,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했는지, 지역의 미래는 준비되고 있었는지를 묻는 일이다.


"정치의 갈등, 시민 피로감 키웠다"


분노와 심판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 경고다.

“더 이상 이렇게 가면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집단적 신호이기도 하다.

지난 4년의 논산 정치는 마치 모래 위에 세운 막대의 모래를 조금씩 빼내는 모습과도 같았다. 버티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구조다.

물은 마지막 한 방울 때문에 넘치고, 바위는 작은 돌 하나가 빠질 때 굴러 떨어진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공동체가 견딜 수 있는 임계점(critical point)을 넘어서는 순간 시민의 신뢰는 한순간에 붕괴한다. 유권자들은 본능적으로 그 임계점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손을 놓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선 세대의 희생 덕분에 이제는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논산 사회는 공감보다 혐오, 소통보다 갈등, 협력보다 진영 대립 속에 갇혀 있었다.

정치는 시민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민들은 서로 갈라섰고, 상대 진영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소통은 사라졌고, 독선은 커졌으며, 협치는 실종됐다.

과연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래 모습인가.

지난해 겨울, 백성현 논산시장은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의 경북 영주시 방위산업 공장 설립 소식을 접한 뒤 이렇게 말했다.

“통곡합니다. 논산시민이 답해야 합니다. 이런 날이 올까 봐 노심초사 피를 토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논산시민이 비겁할 때 논산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 발언에서 행정 책임자의 냉정한 분석보다 감정적 선동을 보았다.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부족했고, 책임의 소재 역시 불분명했다. 남은 것은 시민 사회 내부의 갈등과 상처뿐이었다.

실제로 지난 임기 동안 백 시장은 공식 행사와 기념식에서도 상당 시간을 양촌 폭탄공장 문제와 전임 시장 비판에 할애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행사 본연의 목적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앞섰고, 반복되는 갈등 프레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 선택의 시간은 다시 주권진에게 돌아왔다.

그런 갈등의 정치가 낙선의 부메랑이 될지, 재선의 동력이 될지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왜, 다시 4년이어야 하는가”


['민주주의의 후퇴'다]

정치는 원래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갈등은 배제의 이유가 아니라 더 나은 결론을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논산의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보다 편 가르기의 정치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은 적대시됐고, 시민의 우려는 갈등 세력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폭탄공장 문제 역시 시민사회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기보다 갈등 구조로 확대되면서 지역 공동체의 분열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정치는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진영 대립의 무대로 변질됐고, 시민들은 정치 자체에 피로감과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재정과 불안한 미래']

논산시 재정 문제 역시 중요한 논쟁거리다.

2022년 말 기준 1,394억 원 규모였던 재정안정화기금은 사실상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청사건립기금 258억 원까지 활용되면서 재정 건전성 논란도 커졌다. 연 3%대 이자 조건의 차입 구조와 조례 개정까지 동원된 재원 활용 방식에 대해 시민들은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도시의 미래 체력이며,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의 논산이 미래 성장 전략보다 현재의 갈등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삶은 나아졌는가?']

이것이 결국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다.

논산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24년 3월 11만 명 선이 무너졌고, 2026년 3월 기준 인구는 10만6295명까지 감소하며 초고령사회 진입 역시 현실이 됐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시정의 중심에는 여전히 갈등과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다. 누가 더 상대를 공격하느냐도 아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더 안전한 도시, 더 안정적인 일자리,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노후가 불안하지 않은 공동체다.

정치는 결국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만약 지난 4년의 방식이 그대로 반복된다면 민주주의의 신뢰는 더 약해지고, 재정 부담은 더 커지며, 시민의 불안 역시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시간,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변화는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선택은 언제나 책임을 동반한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화된 시대에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정치 지도자의 오만과 책임 회피, 무례한 태도와 언행 불일치는 결국 시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정치인은 결국 시민에게 호감을 얻는 사람이지, 두려움과 피로감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다.

비호감은 정책보다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논산·계룡 유권자들이 바라봐야 할 것은 거창한 구호나 선동적 언어가 아니라, 시민을 대하는 태도와 공동체를 바라보는 철학일 것이다.

‘독이 든 나무’에서 건강한 열매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 돌아왔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