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법정 공방으로 번진 논산시 ‘생활폐기물 처리사업’

2025-10-23

입찰 평가 방식 두고 논란 확산… “보완요구의무 위반” 주장에 시는 “공정성 문제” 반박


논산시가 추진 중인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공개모집 사업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며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 1권역(취암·부창 및 은진면 와야리 일부)과 2권역(연무·강경 지역)의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시민 생활과 직결된 핵심 행정서비스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 실시된 입찰 이후, 평가 결과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인해 행정 절차가 법정으로 비화했다.


■ 평가 결과 두고 불거진 논란


논산시는 8월 1일 공개 입찰 후, 9월 23일 입찰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1권역에서는 A업체가 총점 '86.11점'을 받아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B업체가 '84점'을 받아 2순위로 결정됐다.

정량평가, 정성평가, 가격평가를 합산한 결과로, A업체는 ▲정량 20점 ▲정성 48.20점 ▲가격 17.91점, B업체는 ▲정량 17점 ▲정성 47점 ▲가격 20점을 받았다.

두 업체의 총점 차이는 불과 2.11점으로서 겉보기엔 근소한 점수 차이지만, 그 결과는 3년간 수십억 원 규모의 시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을 좌우한다.

논란의 핵심은 B업체가 ‘정량평가’ 항목에서 '3점'을 받지 못한 이유다. 논산시는 “법인 명의의 납입자본금 잔액증명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개인(발기인) 명의로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B업체는 신규 법인으로 ‘법인 명의의 잔액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아 0점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업체는 “법인 등기부등본을 함께 제출했으며, 등기부에 명시된 자본금 3억 원이 바로 납입자본금 증명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또 “법인 설립 과정에서 등기관이 발기인 명의의 납입자본금 잔액증명서를 검증한 뒤 등기를 허가하는 것이므로, 이미 공적 기관에 의해 확인된 서류를 다시 증명하라는 것은 행정의 과잉요구”라고 주장했다.


■ “보완요구 의무 위반”… B업체의 이의 제기


B업체는 입찰 평가 절차의 위법성을 제기하며 9월 29일 논산시에 공식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우선협상적격자지위확인 및 협상절차·계약체결 중지 가처분’을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에 제기했다.

B업체는 “논산시는 평가에 필요한 서류가 미비하거나 불명확한 경우 보완을 요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보완 요구를 하지 않은 채 평가를 진행한 것은 행정절차법과 제안요청서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순히 형식적 요건을 이유로 0점을 부여한 것은 실질적 공정성을 저해한 처사이며, 이는 낙찰자 결정의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 시 “입찰 마감 후 보완 불가”… 공정성 논리로 반박


논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완요구 의무의 개념을 달리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입찰 마감 후 평가단계에서 특정 업체에 보완을 요구하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찰 마감 이후 서류 보완은 다른 참가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불허된다”며, “평가기준에 따라 정량평가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 관계자는 10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추석 연휴로 인해 가처분 신청서 송달이 실제로는 9월 20일 쯤 도착했으며, 변호사 선임과 답변서 준비가 물리적으로 어려워 심문기일 연기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논산시는 곧 변호사를 선임하고, 10월 21일 자 '기일변경신청서'를 철회했다. 


■ 법원 심문, 10월 28일 열려


이번 가처분 사건은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제2호 법정에서 오는 10월 28일(화) 오후 3시 20분에 심문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법원은 B업체와 논산시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뒤, ▲1순위 협상적격자 지위 확인 여부 ▲협상 및 계약체결 절차의 효력 정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찰에서 적격심사 과정의 하자로 인해 낙찰자 결정이 무효이고, 하자 없는 절차였다면 다른 업체가 낙찰자가 되었을 것이라면, 해당 업체는 낙찰자 지위 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도 ▲입찰 절차의 공공성 ▲보완요구의무의 법적 범위 ▲형식적 서류의 효력 범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시민 피해 불가피… 행정 신뢰도 시험대 올라


현재 논산시 1권역의 생활폐기물 발생 추정량은 연간 20,214톤에 달한다.

현 용역업체인 상재환경과의 계약은 2025년 12월 31일로 종료되며, 새로운 대행업체는 내년 1월 1일부터 업무를 개시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길어질 경우 계약 체결이 지연돼 생활폐기물 수거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가능한 한 시민 불편이 없도록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법적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일정 부분 행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인정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행정의 해석 차이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시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전문가 “행정 절차의 명확한 기준 필요”


행정·법무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보완요구의무는 단순히 서류를 받아주는 절차가 아니라, 행정기관이 공정성을 지키며 합리적으로 판단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방행정 전문 변호사는 “입찰의 공공성은 절차적 투명성과 실질적 형평성이 함께 지켜질 때 보장된다”며, “행정이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치우치면, 결과적으로 시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행정 공정성과 시민 신뢰의 시험대


이번 논산시 생활폐기물 처리사업 논란은 단순한 입찰 분쟁을 넘어, 행정기관의 절차적 책임성과 공정성 인식 수준을 되짚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행정이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민의 불편과 현장 문제를 외면할 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번 가처분 결과에 따라 논산시의 행정 절차 전반이 재점검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생활폐기물 처리 행정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지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