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초대원장

2025-06-29

‘사람과 철학, 그리고 효를 품은 행정가...유교정신의 현대적 실천자로 알려져’


글로벌 시대에 전통을 말하는 사람, 철학으로 행정을 실천한 사람, 그리고 지금, 효의 길 위에 서 있는 사람.

정재근(鄭在根)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초대 원장은 그렇게 오늘도 ‘사람 중심’의 길을 걷고 있다. 고요한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행정의 현장을 누비고, 유교문화의 가치로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가는 그는 정책가이자 시인, 실천적 유학자이다.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태어난 정재근 원장은 대전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미국 미시간대학교 도시계획대학원, 대전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공직생활은 공주시청과 충남도청, 대전광역시청 등 기초자치단체에서 시작해, 청와대 행정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지방행정실장, 차관을 역임하며 중앙정부의 심장부까지 섭렵했다. 또한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 UN거버넌스센터 원장 등 국제무대에서도 행정역량을 발휘하며 내정과 외교, 국제협력을 아우르는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정책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그의 행정 철학은 한결같다. “정책에도 사람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효율이나 수치가 아닌, 사람을 위한 정책, 마음을 어루만지는 행정을 강조해온 그는 '따뜻한 행정, 인문학적 행정'을 주제로 전국 시군구에서 100여 차례 특강을 해오며 공직자들과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해 왔다.

2022년, 정재근 원장은 한국유교문화진흥원(한유진)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시 유교문화의 본질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바로 ‘효(孝)’였다. 그가 강조하는 유교의 핵심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오늘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윤리’다.

그런 의미에서 정 원장은 충남 논산의 황산유람길을 기획하고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

그중 을문이효길은 조선 초기 효자 강응정의 삶과 효행을 따라 걷는 11km의 코스로, 양촌장터부터 강응정의 묘소, 효자마을 함적리, 효암서원을 지나 병암유원지까지 이어진다.

지난 6월 9일, 정 원장은 100여 명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며, ‘효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효암서원에서 알묘(謁廟)에 참여하고, 선비정신과 효사상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고담’과 ‘효우정’, 삶을 담은 두 개의 호


정재근 원장의 호는 두 개다. ‘고담(古潭)’, 그리고 ‘효우정(孝友亭)’.

‘옛 샘’과 ‘효와 우애가 머무는 정자’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그는 옛 지혜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는 인물이다.

정책가이자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시집 '새 집을 지으면'을 출간하고 한국문학시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또한 국민훈장 모란장과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으며, 행정학 박사로서 도시와 사람, 정책과 철학을 연결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의 유튜브 채널 ‘정재근TV’에서는 철학 있는 행정과 유교문화, 삶의 가치에 대해 일반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

정재근 원장은 오늘날의 효를 이렇게 정의한다.

“각자의 시대에 맞는 실천으로 나타나는 마음, 그것이 효입니다.”

그는 효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실천 방식은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효는 부모를 모시는 봉양이었다면, 오늘날의 효는 ‘부모에게 받은 것을 어떻게 사회에 돌려주는가’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비정신의 길, 모두를 위한 길로


정 원장이 기획한 황산유람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가 아니다.

그것은 유교문화의 정신을 걷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되새기는 인문학적 순례길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정재근 원장은 오늘도 ‘정책의 철학’과 ‘사람의 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재근 원장은 오는 9월 개최되는 ‘한국유교문화축전’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과 ‘선비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공유할 예정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유교의 핵심 가치를 오늘날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천적인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대가 달라져도 마음은 같다. 효와 선비정신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빛이다.

정재근 원장은 그 빛을 따라 걷는, 오늘날의 선비로 평가되고 있다.


- 전지혜 뉴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