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의뭉스러운 계룡시 오페라 계약의 실체는?

2025-06-25

졸속 행정·허술한 검증·책임 회피…문화사업의 본질은 어디에





계룡시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를 주제로 추진한 '오페라 + 드라마 토크콘서트' (이하 오페라) 사업이 졸속 행정과 허술한 절차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고 제작비가 환수되는 등 촌극이 빚어지면서 입찰과 계약 과정에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경쟁력 확보, 시민 문화 향유라는 당초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이번 사태는 공공사업의 기본인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모두가 부재한 계룡시 행정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본지는 오페라에 둘러싼 의뭉스러운 계약의 실체를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1. 오페라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몰랐다"는 해명, 납득할 수 있는가? 
  3. '견강부회'하는 계룡시의 시민 기만하는 역행 행정
  4. 계약서 저 너머의 진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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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난 3월 7일, 계룡시는 나라장터를 통해 오페라 제작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이후 3월 17일, 입찰공고를 개시하고 4월 4일까지 입찰서를 제출받아, 4월 8일 입찰참가자의 제안서 발표 후, 4월 11일 협상적격자를 선정했다.

오페라 사업은 2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여 천안에 소재한 A업체가 협상적격자로 선정되면서, 4월 말 ₩188,100,000원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70% 수준의 계약금이 지불되었다. 

계룡시는 이번 오페라 사업의 목적이 "계룡시만의 오페라 공연 콘텐츠와 음원의 차별화로 안보의 중요성과 대한민국 국방수도 계룡시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오페라와 드라마를 결합한 독창적이고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제공하여, 계룡시민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고 계룡시 홍보를 위한 문화자산으로 활용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룡시는 졸속하고 안일한 행정으로 입찰이 무산되고 계약이 해지되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반납하고, 사업 자체를 취소하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허술한 행정 처리로 이미 망신을 당했고, '의뭉스러운 계약을 감춰보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수의 시민들은 "오페라 사업의 본질은 계룡시만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지속가능한 문화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사업을 누구에게 주는가'라는 이권을 위한 계약에만 몰두하는 것은 '본질을 착각한 위선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행사업체와 공연업체도 구분 못하고, '몰랐다'는 해명 납득할 수 있는가?"


이번 오페라 사업을 둘러싼 핵심 문제는 단순하다. '행사업체'와 '공연업체'를 구분하지 못한 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구분하지 못한 것인지?", "구분하지 않은 것인지?"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협상적격자로 선정된 A업체는 축제나 행사 등에 필요한 장비를 렌탈하고 진행하는 행사업체다.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공연기획업체와는 질적으로 다른 업태다.

특히, A사는 2022년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에 참여하여 행사에 필요한 장비 등의 렌탈을 진행했다. 이번 오페라 사업의 진행을 맡은 실무책임자 역시 2022년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 당시 엑스포지원단장을 맡았던 동일 인물이다. 따라서 A사를 모를 리가 없다. 

'무지(ignorance)는 알지 못하는 것'이고 '무시(ignoning)는 알지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모른다고 할 때, '그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무책임자는 "A사를 모른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도적인 무지가 아닐까?"

실무책임자는 A사가 협상적격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A사가 워낙 제안서를 잘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A사의 제안 내용에 대해 다수의 공연전문가들은 "그와같은 제안서를 출연진까지 확정하여 1달 이내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최소 2~3개월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A사가 최소 2~3달 전에 '계룡시 오페라 제작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이유다. 


"'견강부회'하는 계룡시의 시민 기만하는 역행 행정“


견강부회(牽强附會) 근거가 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대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맞춤

입찰 자격을 주문하는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공고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완료된 '오페라 제작 공연' 용역의 <단일제작건 기준 추정금액 1억 원 이상>의 실적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는 업체로 한정하고 있으며, 하도급 및 공동도급은 불허하고 있다.

그런데 A사가 제출한 ▲2023년, 2024년 소극장오페라페스티벌 각각의 1억2천만 원 상당의 실적증명서 2건은 위 조직위원회에서 발급한 것도 아니고, 허위로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2023년 제14회 천안시 평생학습축제 운영 대행용역 ▲2023년 도시재창조한마당 행사 대행용역 ▲2024년 지역문화교류 통합축제 운영 대행용역 등의 실적증명서 3건도 토크콘서트와 부합되지 않는 내용으로 확인되었다.


단일제작건 1억 원 이상 실적이라고 판단한 공연 2건의 포스터 (2023년에는 3일간 오페라 3건, 2024년에는 2일간 오페라 2건 공연이 올려졌다)


이와같이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제출한 실적증명서가 '조작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계룡시는 이를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사업이라면, 입찰 자격과 서류 검증은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다. 이는 실수라는 변명으로 덮을 수 없는 중대한 직무 태만이다.

계룡시는 A사의 입찰 참가 자격 미달 사실을 언론 보도 이후 확인하고, 오페라 제작 용역 계약을 해지하며 기지급된 계약금 1억2천여만 원도 회수했다. 또한, 6월 25일(수) A사 대표를 불러 청문을 실시해 지방계약법에 따라 A사에 대해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처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입찰·계약 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할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 계룡시의 대응 태도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전광석화와 같이 바로 계약해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렇다 할 A사의 항변도 없이 쉽사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부적격 서류'에 대한 '인지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특정 업체에 오페라 공연을 밀어주기 위한 '짜맞추기 행정'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페라 공연 자체를 취소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은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와 계룡시 문화콘텐츠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가 '정권 보신주의' 및 '행정 편의주의' 앞에서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들이 갖는 불신과 분노의 뿌리는 행정의 절차적 부실만 아니라, 그 부실을 숨기고 덮으려 하는 계룡시장의 태도와 본질적 책임 회피에 있다.


"계약서 저 너머의 진실을 찾아서"


계룡시는 ▲괴목정, 입암수변공원, 사계고택 등 3경 ▲계룡의 봄 그리고 여름 ▲별마루센터 ▲계룡시민의 노래 등을 홍보하기 위해 홍보영상 4건을 총 5천여 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유튜브 브이로그 수준이다. 계룡시 홍보영상이라고 내놓기에는 너무나 허접한 수준이다. 이는 4개의 홍보영상 제작을 경쟁입찰을 통해서 능력있는 영상업체를 선정할 수 있음에도 계약을 건건이 쪼개서 특정 업체와 4건 모두 수의계약 했기 때문이다. "계룡시 홍보영상을 제작한다"는 본질보다 "누구에게 제작을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짜맞추기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엄사초등학교 복합시설사업도 본질인 수영장 건립보다 주차장 설치에 역점을 두면서 공동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을 받아 계룡시 학생들의 생존수영장 건립 자체가 멀어져가고 있다. 

이와같이 계룡시는 이응우 시장이 부임한 이래 크고 작은 '졸속 행정'과 '역행 행정'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데서부터 발생한다. 오페라 공연의 본질, 계룡시 홍보영상의 본질, 엄사초 학교복합시설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행정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마무리하겠다.

영화 대부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는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라"고 이야기했다. 이응우 시장의 편협한 인사와 왜곡된 정책은 마치 죽기살기로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와 다를 게 없는 걸로 시민 눈에 비치고 있다.

졸속행정이 만든 위기, 이제라도 본질을 직시하고 책임있는 쇄신으로 응답하기 바란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