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산당제· 주곡리장승제· 채운리실버커플

놀뫼신문
2020-02-20

[김은 마을기자가 스케치한 정월대보름]

부인산당제· 주곡리장승제· 채운리실버커플


논산에서 올해 달집태우기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가운데, 노성면 호암2리와 벌곡면 어곡리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갔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을마다 고유의 풍습이 있고, 개인집에서 풍습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마을공동체는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근본적 관습과 생활 풍습을 이어가고자 한다.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주민들이 모여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다. 마을 사람들의 소식통 역할도 했던 전통 풍습을 살려가는 마을들을, 김은 마을공동체 전문기자가 둘러보았다.



부인당산제(부인2리)


부적면 부인2리 마을에서는 부인당산제를 올린다. 올해는 정월대보름 전날, 주시준 논산두레풍물보존회의 지신밟기행사로 시작되었다. 

2월 7일 오후 4시 30분, 논산두레풍장의 행차는 마을회관에서 출발하여 마을 골목을 돌아 당산나무로 향한다. 그 곳에는 당산제를 올릴 수 있는 사당이 있다. 제를 올리기 위해 준비중이다. 천 년을 이어 온 부인당산제이다.  고려 태조왕건과 조영부인과의 일화인데, 조영부인이 죽고 난 후 지금까지 산제를 모시고 있다. 논산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인 임채학 문화유산해설사가 들려주는 부인당 설화를 좀더 들어보자. 

고려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을 하기 전 격전지 황산벌에서 후백제군과 대치중일 때다. 지칠 대로 지친 왕건이 진영을 둘러보고 잠시 잠이 들었다.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지고 큰 솥을 머리에 인 채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왕건은 꿈이 불안하여 용하다는 무당에게 해몽을 듣고자 했다. “서까래 셋을 짊어진 것은 임금 왕(王)자로 왕이 된다는 것이요, 큰 솥을 쓰고 바다에 들어간 것은 용좌에 앉는다는 것이며 닭의 울음소리는 고고함으로서 높은 것이요, 수만 집의 방망이 소리는 등극이 가까워졌다는 뜻이요.”라면서 해몽을 해주었다. 왕건은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 그 후 왕건은 대승(大勝)을 거두었고, 그 무당을 찾아 상으로 ‘부인’이라는 칭호와 밭을 하사하였다. 그 부인이 죽자 동네 사람들이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 천년이 넘게 마을공동체가 이어진 것이다. 



향토문화재로 지정받고자 준비중


서동석 이장은 2019년 1월 1일자로 부인2리 이장을 맡았다. 그는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귀촌을 결심하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맘으로 지금의 부인리로 내려왔고, 이제 11년이 되었다. ‘논산이 소멸도시’라는 위기의식을 농촌에 사는 사람이라고 아무나 느끼는 것은 아닐 듯하다. 그러나 농촌마을의 이장이 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요즘 사람들은 직업이 있든 없든 모두들 자기 일에 바쁘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공동체 회복의 중요성과 그것을 고민하는 이장들이 늘고 있다. 서동석 이장은 공동체회복을 위해서는 동기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의 구심점을 찾다가 당산나무와 부인당산제, 그리고 두레풍장을 떠올렸다. 

그 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 자신의 주변에 산적한 일들과 마을일을 어떻게 순조롭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둘 다 가능하도록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귀촌한 1년차 이장이 당연하겠지만 그때 논산시 농촌마을만들기협의회 김시환 회장의 조언과 격려로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한다. 지금도 막막하긴 매 한가지지만 방향과 목표를 찾았다는 점이 큰 위안이다. “숨어 있는 논산의 보물 부인당산제를 잘 보존하여 논산의 향토문화재로 지정받는 일이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행복한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를 줄기차게 해나갈 것이다”고 정월 대보름의 다짐을 밝혔다.



주곡리 장승제와 청년회 결성



향토문화유산 찾아서 살려나가기


 <주곡리 장승제>는 논산시 향토문화유산 2호라고 했다.  논산시 향토문화유산 어떻게 지정될까? 논산시장이 지정한다.

  1.  「문화재보호법」및「충청남도 지정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지정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향토의 역사적·예술적·경관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에 대하여 보존·보호할 필요가 있는 유형·무형·기념물·민속자료 등 유산
  2.  향후 문화재로서 보존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유적
  3.  향토문화·토속·풍속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료

논산시 향토문화유산 1호는 강경 덕유정이다. 1992년 10월 28일 지정되었다. 같은 날 지정된 2호는 <주곡리 장승제>이다. 마지막호인 45호는 고산임화 동제와 소금단지 화재맥인데, 2015년 1월 19일 지정되었다.

 <주곡리 장승제>는 논산시 향토문화유산 2호이다. 주곡리 장승제는 주곡리마을회에서 관리한다. 그래서 정월대보름 전 날인 2월 8일(음력 1월 14일)은 장승을 직접 깎아 세우고 제를 올린다. 2년 전 마을 자원조사를 위해 주곡리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백일헌 종택이 있는 마을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마을 전체를 관심 있게 보고 ‘주곡(酒谷)리’라는 마을 이름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려면 이곳 주막에 들러 하룻밤 묵어야 했다. 그러니 술이 있었던 모양이다. 술골로 불리다가 숫골이 되었고 1914년 지금의 상월면 주곡리가 되었다. 백일헌 종택 외에 청주양씨의 유래, 조각장이 이 마을에 있다는 것, 장승제를 500년을 이어서 지낸다는 것, 내가 만난 이재오 님이 이삼 장군(함평 이씨) 후손이라것과 또 다른 전주 이씨 사당도 있다는 사실 등등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장승제를 지내는 날은 꼭 가서 맛있는 점심을 대접받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무를 베어 마을에서 직접 장승을 깎아야 하지만, 올해는 쉬었다. 행사가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그 동안 묵었던 장승을 정리하고 그 장승을 태워 묵은 때 씻는 것으로 장승제를 대신했다. 1년 만에 찾은 마을은 많이 변했다. 이 마을을 처음 찾았을 때도 마을 입구에는 장승과 당산나무가 떡 버티고 있어 마을의 기운이 범상치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때는 그냥 농촌마을에 불과했다. 그 때 지금의 변화를 꿈 꾼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재오 이장님!



마을견인차 청년회와 이재오 이장


그 때는 이장이 아니었다. 그 뒤로 이장이 되었고 마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장승제는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 그것은 이재오 이장의 헌신적 노력과 물심양면 마을일에 혼신을 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외부 인사들도 장승제에 관심이 있고 외부인들이 방문하게 되니 마을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 도움이 된 듯하다. “마을주민들의 협조와 많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고, 함께 하니 더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그러나 녹록하지만은 않다. “이장을 맡고 가장 힘든 일은 몇몇 주민들이 믿어주지 않은 일”이라고 속사정도 털어 놓는다. 

그래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기대와 희망이 있다. 마을 입구에는 소나무를 심어 첫인상이 강하다. 회관 앞에는 연꽃밭을 조성하여 연꽃을 볼 때면 평화롭다. 마을 뒷산 소나무 숲속 둘레길을 만들어 산책 코스를 만드니, 운동 삼아 걷는 것도 여유롭고 솔향기가 힐링에 충분하다. 노인회관 확장과 리모델링으로 깔끔하고 넓어진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함께 동고동락의 공간이다. 

이 많은 일들을 했다. 그것은 공동체를 회복 위한 준비로 하드웨어적 변화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회를 다시 구성하고 있다. 풍물동아리처럼 시작되고 있지만 이장의 깊은 뜻은 또 있다.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데는 청년회 구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재오 이장의 앞으로의 계획은 예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움을 담은 마을을 만들어 마을주민들과 행복하게 노후를 즐기는 삶이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큰 꿈이 있다. 변화가 쉽지 않다.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멀고 힘겨울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공동체 회복에 온 힘을 다 할 것이란다. 500년을 이어온 역사를 담은 마을답게...




이웃마을 독거노인 화촉(채운2리)


지난 2월 8일 정월대보름날 많은 행사가 취소됐다. 와중에 강경읍 채운2리는 마을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한바탕 웃음과 복이 넘치는 훈훈한 분위기였다. 칠순 생일을 맞은 조원호 님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생신 축하를 위해 마음을 담아 마을에 떡과 선물을 내주었다. 마을사람들은 모두다 축하해 주었고, 건강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빌어주었다.

 노년이지만 좋은 인연을 맺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행복한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혼자 사시던 두 분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노년을 함께 보내기로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을경사라며 새 실버커플을 한가운데 불러놓고 축하해 주었다. 

 이 마을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복해하는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나아가 1년에 한 번씩 선진지 견학과 교육도 주요 활동으로 잡혀 있다. 때 마침 마을을 방문한 이영태 읍장도 주민들과 함께 윷놀이를 한판 벌였다.



-김은(논산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벌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