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100주년기념 기획시리즈(7)] 교육현장의 일제잔재

놀뫼신문
2019-03-27

[3·1운동100주년기념 기획시리즈(7)] 교육현장의 일제잔재

충남교육청의 ‘일제잔재청산추진단’ 활동상 기대


충남도의회는 지난 18일 제 310회 임시회에서 김지철 교육감을 출석시켜 충남교육현안을 질문하였다. 한영신 의원(천안시)은 학교현장에서 일제잔재 청산 대책을 물었다. 대안 제시를 병행하면서 구체적인 질문을 이어갔는데, 지면 관계상 질문 요지만 싣는다. 이에 대하여 교육감이 조목조목 심도 있는 답변을 내놓자 마지막에는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도의회에서 좀처럼 유례없는 일이라는 후문이다. 그 현장으로 달려가 본다. 



[한영신 의원] 

질문1) 학교현장 내 일제잔재 청산은 매우 늦었습니다. 일제잔재의 완벽한 청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전수조사를 통한 현황 파악과 이를 지원하고 추진할 수 있는 추진단의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잔재 청산 추진단 위원 숫자는 적절한 것인지, 또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어떻게 운영하실 것인지에 대해 답변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질문2) 현재까지 충남도 교육청에서 파악한 일제잔재는 무엇이고, 어떻게 파악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 주시기 바랍니다. 본 의원은 효율적인 일제잔재의 청산을 위해 타 지역의 사례를 파악하고 타 시도 교육청과 정보공유 및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교육감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3) 학교 과정에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우리 역사에 대한 현장 탐방과 보고서 작성 등을 추가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역사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관련 우대제도 도입을 제안합니다.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급 사회단체와 학술단체와의 협력단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제의 잔재 청산에 대한 교육감님의 의지와 구상을 밝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학교의 일제잔재 청산에 관해서 큰 지지를 보내주시면서 응원도 해 주시고 좋은 의견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일제잔재청산추진단 구성과 회의결과


충남교육청이 구성한 일제잔재청산추진단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이 원래의 명칭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올해만 운영하지 않고 내년까지는 기본적으로 운영합니다. 전문가집단이기 때문에 성과가 더 있으면 후년 정도까지도 생각중입니다.어쨌든 일제잔재청산추진단의 중심사업은 글자 그대로 일제의 잔재청산에 있습니다. 일제의 찌꺼기, 일제의 찌끼를 걷어내겠다는 겁니다. ‘잔재(殘滓)’라는 말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못 알아들어서 저는 찌꺼기라는 말을 쓰는데, 재(滓)가 찌꺼기 재, 더럽힐 재라서 그렇습니다. 

구성은 현재 역사를 전공한 대학교수들과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시민단체, 학교관리자(교장), 역사교사, 또 업무담당자 등으로 해서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요하다고 하면 학계와 또는 유관기관에서 더 증원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는 현재 분기당 1회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지난 2월 달에 1차 회의 결과, 친일 잔재의 청산을 통해서 어떻게 학교문화를 바꿔갈 것인가? 논의했습니다.  일제 시대 교장의 사진을 뗀다든가 또는 교가를 바꾸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학교의 문화 속에 남아 있는,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의식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일제 문화들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 

학교문화 전반도 검토했습니다. 학생 생활교육에서 ‘단체기합, 엎드려뻗쳐’ 다 일제시대에 들어온 것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새로운 학교문화운동으로 바꿔낼 것인가? 이에 대한 토론회를 독립기념관 행사장에서 했는데 교수님 세 분 오시고 민족문제연구소 한 분, 또 교사 한 분이 토론해 주셨어요. 그 자리에는 전국에서 오신 방청객들, 직속기관장과 교육장 등 열댓 분 이상이 동참하셔서 풍성한 토론회가 되었습니다. 


2) 학교현장의 일제교육 잔재 세부내용들


우리 교육청에서는 3·1 운동 100주년과 그리고 4·11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서 학교 내 현재 남아있는 일제의 찌끼를 걷어내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든다는 데 가장 비중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713개 학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다양한 영역에서 일제의 찌끼들이 남아 있었는데요, 작년 12월부터 1월까지 조사를 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황국신민화 교육과 내선일체 교육 그리고 전쟁 교육을 시키느라고 초등학생까지 수류탄을 던지는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학교 건물이 서양학교 건물에 비해서 군대 막사와, 병영과 아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은 식민지를 살았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학교 모습입니다.

위안부나 강제 징용에 끌려가도록 학생들을 내몰았던 교장들의 사진이 아직도 버젓이 중앙 현관에 그리고 2~3층 올라가는 계단 좌우에 걸려 있다는 부끄러운 역사의 보고서였습니다. 그런 학교가 29개교였습니다. 저는 일제(日帝)와 친일(親日)을 구분해서 사용하고자 합니다. 친일행위 경력자가 작사/ 작곡한 교가가 남아 있는 학교는 31개교입니다. 

학칙을 바꾸려고 제가 4년 반 동안 열심히 노력을 해왔습니다. 징계규정을 살펴보니까 시인 윤동주를 잡아가던 사유가 불온서적 소지 또는 불온서적 탐닉였는데, 이런 표현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겁니다. 학생생활규정의 징계규정에 나오는 백지동맹, 동맹휴학, 불온문서 탐닉, 불온서적 소지, 불령선인(不逞鮮人), 이런 말들이 다 일제시대에 생겼습니다. 불령(不逞)은 불평불만이 가득차고 협조하지 않는 자를 칭하는 한자입니다만, 불령조선인을 그 당시 일제시대 용어입니다. 불평불만자를 색출해내는 데 쓰던 용어가 징계규정에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아주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용어들이 학칙에 포함된 학교가 102개였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 또는 미래지향적 교육과는 무관한, 과거 일제시대에 강조되었던 용어들이 많았습니다. 일제시대에 성실(誠實)과 근면(勤勉)을 가르친 것은 황국신민으로서, 다시 말해서 일본왕이 지배하는 식민지의 국민으로서 가장 강조했던 덕목입니다. 아직도 성실과 근면 이런 것들이 교훈에 가장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 단어 자체로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미래지향적 교훈들은 정말 적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모두 일제의 찌끼로 파악했습니다.


3) 타시도 교육청과의 협업


타 시도 교육청과 함께 협업을 하면 좋겠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해나가겠습니다. 작년 11월에 독립기념관에서 업무협약을 하면서 4개 충청권 시도 교육청이 함께 하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까 후발주자가 된 교육청들 때문에 갑자기 선발주자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겠습니다. 충청권 교육감정책협의회 등을 통해서 업무공유를 검토중입니다. 우리가 조사한 자료를 함께 나누고 함께 사업들을 공동으로 벌이는 것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4) 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학교들


끝으로, 학교교육과정에 우리 역사현장 탐방에 대해서 우대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고견이라 생각합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교과과정, 사회과나 또는 역사과 관련해서 동아리활동 또는 가족체험활동을 권장합니다.  학교 내에서 지침에 의해서 이미 계획된 프로그램에 의해서 진행된 그러한 경우에는 수행평가까지 반영할 생각입니다. 

충남의 경우에는 또 이미 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실례를 들면 덕산고등학교 학생들은 충의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봉사활동 점수를 받습니다. 4월부터 조사해가는 과정을 시군과 협조하여 해나갈 것입니다. 만세운동을 한 학교가 천안뿐 아니라 부여에도, 당진에도 있습니다. 당진 면천초등학교는 독립운동의 발상지입니다. 공주에는 영명학교가 있습니다. 현재의 영명고등학교를 유관순 열사도 다녔지만 100년 전 4월 1일, 유관순 열사는 병천 아우내장터에서 만세운동을 하였죠? 그 때 오빠 이름이 유진석, 유우석 등 2개 3개로 겹쳐서 표기됩니다만, 어쨌든 오빠는 영명학교에서, 만세운동을 학교에서부터 부르고  공주읍내 장터로 나가서 다 체포되고 구속이 되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던 학교죠.

독립만세운동의 발상지가 되었던 학교들은 단순히 사진을 빼서 역사관에 보관하고 사이버상으로 보관하는 것 외에도 그 사실을 정확히 명기해서 지정할 계획입니다. 그 학교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일전 3월 1일에 아산에서는 온양초등학교 그리고 선장 이쪽 지역과 영인지역 초중고 학생들  100명이 2주에 나누어서 직접 현장을 탐방하였습니다. 해설사 설명도 들은 뒤에 토론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3·1만세운동 100주년과 임정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데 딱딱한 교과서처럼 하지 않을 것인가” 이 논제를 놓고서 오후 내내 토론하는 것을 제가 직접 가서 본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의원님께서 제안해 주시고 도움주신 바와 같이 일제 청산은 한 번 기념식을 하고 끝나는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가 아니라 내년, 후년까지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길게 보고 가겠습니다. 지속 추진하겠습니다. 


5) 친일 노래와 교가(校歌) 청산 문제


이번 조사한 항목 외에도 다른 일제 잔재가 많이 있다고 보고 저희도 홈페이지를 통해서 일제 찌꺼기를 걷어내기 위한 디렉토리를 만들 것을 현재 준비중입니다. 지나친 일본식 표현들도 걷어내는 작업을 하겠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3~4학년 사회과 교과서에는 ‘사방공사’라는 말이 없어졌습니다. ‘사태막이공사’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1~2학년 때는 ‘흰피톨’이라 배웠는데, 정확하면서도 아름다운 말입니다. 그 이후에 백혈구도 바뀌었어요. 정말로 불행한 일이죠. 

일제청산을 사회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에 그대로 따라왔던 이 불행한 역사를 저는 충남만이라도 좀 걷어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아까 말씀드린 발원지학교 그리고 항일노래와 독립 친일가요들을 청산해 가고자 합니다. 방학 때 주민과 함께 하는 항일노래와 친일가요들을 비교해서 음악 전공 교수님들이 노래도 부르고 해설도 하는 그런 시간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가 부분은 동문회가 있기 때문에 좀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될 것 같습니다. 광주는 교가 바꾼 학교들이 한결 같이 사립학교들입니다. 사립학교의 법인에서 빨리 결정을 했다고 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추진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어야 되고, 그 내용은 반드시 교육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하겠습니다. 

그래서 역사의식을 기르는 역사교육으로 또 새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교문화운동을 통해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충남교육에서만이라도 반민특위 작업을 


해방후 한 번도 식민지 잔재를 걷어내거나 식민지에 부역했던 사람을 처벌하지 못한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는 오명을, 충남에서는 걷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는 나치에 그 짧은 기간에 협력했던 사람 중에 10만 명당 94명을 구속했고요, 아시는 대로 네덜란드는 419명을 구속했고 그리고 벨기에는 596명을 구속했고 노르웨이 같은 경우에는 633명을 구속했습니다. 드골정권은 1만 1200명을 사형을 시켰고 비공식 통계로는 12만 명을 처형한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언론사에 종사했던 2주 이상 신문을 발행했던 프랑스신문은 현재 살아있지 못합니다. 13일까지 나치하에서 신문을 발간했던 신문만 살아 있습니다. 강제노역을 1만 명을 시켰고 공민권이 박탈된 사람이 프랑스에서는 4만 명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와 너무도 비교되는 대목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1948년 10월달에 제헌헌법에 의해서 반민특위를 구성하고 그 이듬해 2월까지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승만 정부에서 깡패를 동원하고 경찰이 협조한, “그래서 무너진 역사를 지금이라도 살려야 된다”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의원님들과 함께, 특히 오늘 좋은 의견을 주시고 질문해 주신 한영신 의원님과 함께 이 부분을 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일동박수)


[정리]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