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비목(碑木)과 기념비, 알려주세요!

놀뫼신문
2019-06-26

[논산근대사사적지 탐방객 박원연 KDMT대표]

애국지사 비목(碑木)과 기념비, 알려주세요!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3·1운동100주년을 맞아 애국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2019년, 애국의 길을 나홀로 걷는 이를 만났다. 이제 ‘반공(反共)’,  “때려잡자 공산당”의 우물 안에서 나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열어제쳐야 할 문이 많은 시점에서 이번 6·25초대석은 논산사람 아닌, 외지인이다.

1년에 한번 꼴로 놀뫼신문에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손필규선생 절의비, 채운면 심암1리 마을회관에 세워진 3·1운동기념비 위치를 물어보는 전화였다. 처음에는 재야사학자인가보다 생각하였는데, 두 번째 통화는 좀 길게 하다 보니 우리 근대사 사적지를 탐방하는 서울사람이라고 하였다. 전국 방방곡곡 애국관련 비석과 기념비, 사적지를 거의 다 누볐으며 그 중 논산도 예외일 리가 없었다. 논산사람보다 더 논산스러운 KDMT 박원연 대표를 만나, 그가 무엇을 그토록 찾아다니며,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떠한지 조감해 본다.


박원연 KDMT 대표


놀뫼신문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였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구글 첫 화면에서 최근 기사 중 “제막”을 입력하여 검색하는 일입니다. 지자체나 집안 등에서 사적물을 제막(除幕)한 후에 올린 신문기사, 등산객 등이 올린 블로그 등등 모두 검색을 통하여 찾아내다 보니 놀뫼신문 기사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놀뫼신문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두 번의 사적지와 같이, 다른 지역신문에도 애국지사의 생가, 묘소, 사적비, 안내판 등이 소개되면 찾아갑니다. 그런데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확인도 안 하고 막무가내로 가서 찾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면, ....산 등의 애매모호한 정보라서 구체적인 위치 파악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특정지역을 선택하고 지도에 등록해놓은 순서대로 탐방을 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재필박사 본거지를 찾았습니다. 본가를 건축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가서보니, 그냥 주춧돌만 두고, 설명서만 있더군요. 이렇게 탐방한 날짜 누계가 벌써 853일째네요. 


논산 계룡은 군부대도 많아서 수십 차례 들렀겠는데요, 그 결과물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www.dmook.co.kr/albummania/modernkorea.asp 에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회사의 도메인을 사용하다보니 일반인이 외우기도 힘들고 해서, "꼭 기억하겠다"는 뜻으로 www.kmemories.co.kr 로 옮기는 작업 중입니다. 이곳에서  화면 상단의 시군구별선택에서 충남 논산시를 선택하시면 지도 위에 사적지가 표시됩니다. 현재 논산시에는 58기의 사적이 있네요. . 최근에는 연산초등학교 6.25참전유공자비와 채운면 심암리 3·1만세 애국지사 기념비, 궐기비, 유진필 선생 묘소를 찾아봤습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현재 6,169곳에 사적지에 8,863기의 사적 중에서 8,855기를 탐방 완료했습니다. 해당 사적지 리스트를 클릭하시면 해당지역의 전자앨범, 해당페이지가 열리고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블로그에도 올려놓았습니다. 

3군본부가 있는 계룡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별, 종류별, 인명별 등등의 조건으로 검색하는 것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작업량이 아니고, 저도 이제 늙어서(웃음) 개발속도 낼 수 없어서 답답한 상태입니다. 마무리되면 스마트 폰에서 현 위치에서 가까운 사적을 보실 수 있도록까지 개발 예정입니다. 올해 안에 끝내보려 하는데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



이런 일은 정부에서 해야 하는 일이고, 실제 그런 DB작업도 쌓여 있지 않나요?


국군, 경찰 관련은 정부에서도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매년 6월이 되면 국방TV 등에서 홍보를 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독립유공자관련은 광복회 회원분들이 너무 연로해서 홍보를 거의 못하고 있는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관공서에서 해놓은 자료를 보면 누락된 데가 참 많습니다. 최근에는 애국지사, 호국영령, 역사의 수레바퀴에 희생된 민간인 관련되어 생가, 묘소, 비석 등등 남아 있는 흔적을 찾아서 탐방중입니다. 소중한 우리 근대사 흔적이지만 정부에서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답답해서 시작한 것이 너무 넓어졌어요. 그렇지만 누군가 해놓지 않으면 안 되어서 꾸준히 해보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우리의 소중한 근대역사 사적지를 알려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고양시키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선열들은 피를 흘리면서 나라를 지켰고, 그 다음 후손들은 이를 기리기 위해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정성을 들여서 사적비를 세워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우리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사적비를  관리조차 안 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세태에서 저는 조금이라도 더 찾아서 알리고 싶은 일념뿐입니다. 제 조사표를 보고서 혹 공적인 기념물 중 빠진 것이 보이면 즉시 알려주십시오. 찾아가겠습니다.  


이 작업은 개인 차원을 넘어서 보이는데요, 탐방 계기 및 범위가 궁금합니다.


저는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2010년 둘 다 동시에 군 복무중일 때부터입니다. 둘째 아들이 포항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할 때, 해병대의 7대 전적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군 복무중인 아들들 생각하면서 집사람과 같이 주말에 해병대 전적비 탐방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탐방을 하다 보니, 해병대에서 육·해·공, 경찰까지 넓혀지게 되고, 또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들을 바치신 애국지사까지 확장되었습니다. 현재는 동학혁명, 항일 독립 관련, 독립 후 이념 다툼으로 인한 호국시설, 민간인 희생 사적지까지 탐방하고 있습니다. 동학혁명부터 5·18광주 민주화 운동까지가 되겠네요. 



이 작업이 현지촬영 후에도 정리 작업 등에 시간 물쓰듯 들 거 같습니다만...


탐방한 결과치를 일목요연하고 보기 편하게 만들어 놓는 작업은 화룡점정입니다요^ 그 과정이 좀 길긴 해요. 숱한 사진들 보정하고 순서 등을 정해서 지역별로 뒷부분에 추가하다 보니까요. 애국지사의 경우에는 공훈록도 같이 입력하고 비문을 입력합니다. 탐방기에는 제 개인적인 사견은 전혀 넣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보훈처의 공훈록, 비문 등만 입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앨범에는 정확한 GPS정보까지 넣어서 지도보기를 하면 주소뿐 아니라 아무나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부가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탐방리스트를 엑셀로도 만들다 보니, 현재까지 총 853일의 탐방날짜 수와 총  75,744장의 사진이 총 536권의 전자앨범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더 자세한 사적의 종류, 대상 등은 홈페이지 앞부분에 통계치가 있습니다.


개인블로그 하나 운영도 여의찮은 상황에서, 기술지원과 경비지출 문제도 만만치 않을텐데요~


대학때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83년 졸업 후 계속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에 종사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상사 전산부에 입사하여 회사 전산개발을 하다가 한국경제신문에서 새롭게 통신서비스를 시작하면서 KETEL이라는 PC통신업계로 이직하였고, 이어 KT Hitel, 나우누리... 초고속통신이 시작되자 Dreamline이라는 회사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iMBC에서 방송을 통한 통신서비스를 하다 2002년에 KDMT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많이 이야기가 되고 있는 전자책, 디지털교과서, 전자앨범 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이태리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 고급 콘텐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재는 출판사, 교육업계를 상대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탐방앨범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역시 제 회사의 소프트웨어 dmook를 이용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논산시 계룡시 근대사 사적지



www.dmook.co.kr/albummania/koreamodern.htm 전자 앨범으로 들어가 보니, 노성 항공학교에서는 비행기 타는 생생한 장면들도 들어 있다. 계룡 군부대도 출입하고 국방일보와의 인터뷰도 살펴보니, 민간인 신분에서 하기 어려운 곳도 넘나들고 있다.  “비명(碑銘)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가 겸 사회비평가인 복거일의 데뷔작인 이 책은 대체역사소설의 효시로 유명하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소설에서는 가능하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실패했다는 가정에서 출발, 1980년대 식민지 서울을 살아가는 반도인의 1년을 그리는 내용으로서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논산에는 소설이 아니라 실제 “비석을 찾아서” 다니는 사람이 있다. 조중헌 논산향토사연구회장은 전국적인 탁본의 대가이다. 박원연 대표는 논산의 근세사 비석을 카메라에 담아두고 있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들 한다. 하물며 비석, 기념비는 생명력에서도 그러하지만 표출(表出)에서도 가히 기념비적이다. 


[대담]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