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따뜻한 음식에 추위도 녹이고, 이야기도 가득한 여행

놀뫼신문
2020-02-04

따뜻한 음식에 추위도 녹이고, 이야기도 가득한 여행

지역 고유의 푸짐하고 신선한 제철 음식을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 만들기


[영월]닮았으나 조금씩 다른 맛을 가진 영월서부시장의 메밀전병 맛집들 촬영 박상준

[영월]볶은김치를 사용하는 영월서부시장 메밀전병 촬영 박상준

[영월]색깔을 넣은 '신세대' 메밀전병 촬영 박상준

[영월]서부시장 입구 촬영 박상준

[영월]영월서부시장 닭강정 촬영 박상준

[영월]영월서부시장 메밀부침개 촬영 박상준

[영월]영월서부시장 메밀전 촬영 박상준

[영월]영월시장 종합상가 쪽의 라디오스타 벽화 촬영 박상준

[영월]해질녘의 동강사진박물관 촬영 박상준


메밀전병!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강원도 겨울 시장의 미(味)담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정선아리랑시장)]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서부시장길(영월서부시장)]

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을거리다. 추위를 이기려고 국수 한 그릇 서둘러 말아 먹거나, 출출함을 면하려고 막 튀겨낸 도넛을 베어 물 때, 만든 이의 인생을 맛보는 것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생의 미감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을거리가 많아 여행자로 하여금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도 일으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現 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은 여행자의 별미가 되었다. 

정선아리랑시장 동문과 서문 어느 쪽으로 들어가든 ‘메밀이야기’ ‘곤드레이야기’ ‘콧등치기이야기’ 등 먹자골목이 반긴다. 골목을 나눴지만 콧등치기, 곤드레밥, 올챙이국수 등을 한집에서 판다. 전은 메밀부침과 전병, 수수부꾸미, 녹두전 등 모둠전 형태로 5000원 선이다. 

정선아리랑시장 골목 안쪽에 ‘청아랑몰’이 있다. 청춘과 아리랑을 합친 이름이다. 3층 컨테이너 건물은 1층 푸드 코트, 2층 액세서리 숍과 공방, 3층 퍼브(pub)로 구성된다.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분식에서 마카롱, 과실주, 수제 맥주까지 작지만 알차다.

영월은 한동안 박물관 여행지로, 영화 〈라디오 스타〉 촬영지로 불렸다. 근래에는 영월서부시장이 대세다. 〈라디오 스타〉의 정서가 녹아든 소도시 시장이 ‘먹부림’으로 특화되며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영월 사람에게 여전히 동네 시장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메밀전병의 성지’다. 메밀전병 맛집은 영월서부아침시장 자리에 모여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맛이 특별하다. 

메밀전병과 더불어 영월서부시장 먹부림 양대 산맥의 하나는 닭강정이다. 매콤하고 달콤한 자극으로 매혹한다. 영월서부시장의 닭강정은 땅콩 가루를 넉넉히 묻혀 고소한 맛이 더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도 입소문이 나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다. 아리힐스 스카이워크나 동강사진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 

*당일여행 │맛이야기여행│정선아리랑시장→아리힐스-스카이워크→아리랑브루어리→영월서부시장 │시장과예술여행│정선아리랑시장→아리랑브루어리→영월서부시장→동강사진박물관→젊은달와이파크

*1박2일여행 │첫째날│정선아리랑시장→아리힐스-스카이워크→상유재→아리랑브루어리 │둘째날│영월서부시장→동강사진박물관→라디오스타박물관→젊은달와이파크

*문의 정선아리랑시장 033)563-6200, 영월서부시장(영월군청 경제고용과) 033)370-2763


[예산]무와 시래기를 넣은 붕어찜 촬영 구완회

[예산]예당호 대흥식당의 어죽 촬영 구완회

[예산]살이 향긋한 민물새우와 미꾸라지튀김 촬영 구완회

[예산]수덕사선미술관 입구 촬영 구완회

[예산]402m의 예당호 출렁다리는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촬영 구완회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


[충남 예산군 예당호 일대]

본래 어죽이란 음식이 그렇다. 농사일 바쁜 한여름에 하루 짬을 내, 마을 사람들이 개울에 모여 물놀이도 하고 천렵도 좀 하다가, 커다란 솥단지 걸고 잡은 물고기에 대파, 양파, 생강,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불린 쌀이랑 국수, 수제비까지 끼니 될 만한 것 몽땅 넣고, 푹푹 끓여서 흐물흐물해진 생선살에 밥과 국수, 수제비가 들어가 걸쭉해진 국물 한 사발 푸짐하게 나눠 먹는 것. 한겨울에는 얼음 깨고 물고기를 낚아 뜨끈한 국물 한 사발로 동장군을 물리치기도 했다.

그러니 조선 팔도 어디나 물고기가 사는 곳이라면 어죽이 있었다. 된장을 푸는지 고추장을 푸는지 맑은 국물을 내는지, 밥만 넣는지 수제비도 넣는지 국수까지 몽땅 넣는지에 따라 강원도식, 전라도식, 충청도식으로 나뉘었지만, 동네 사람 모여 맛있고 푸짐하게 영양 보충하는 건 모두 같았다.

충남 예산에서도 그랬다. 1964년 둘레 40km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동네 사람들이 농사짓는 틈틈이 모여서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이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에 민물새우 넣어 시원한 국물을 만든다. 불린 쌀에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깻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한 순간이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 곳이 있다.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보시길 추천한다. 402m의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와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이 있다. 

예산의 대표 사찰인 수덕사에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고건축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들러볼 만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에는 최근 새로 단장한 무료 족욕장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당일여행 예당호어죽→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수덕사→덕산온천족욕장

*1박2일여행 │첫째날│예당호어죽→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수덕사→덕산온천족욕장 │둘째날│예산 윤봉길의사 유적→한국고건축박물관

*문의 예산군관광안내소 041)339-8930


[벌교]꼬막으로 넘쳐나는 벌교 시장 거리 촬영 최갑수

[벌교]벌교 시장에 가득한 꼬막 촬영 최갑수

[벌교]꼬막정식거리 촬영 최갑수

[벌교]꼬막정식 촬영 최갑수

[벌교]꼬막탕수육 촬영 최갑수

[벌교]꼬막회무침 촬영 최갑수

[벌교]육즙이 가득한 참꼬막 촬영 최갑수

[벌교]보성여관 촬영 최갑수

[벌교]삼화목공소 촬영 최갑수

[벌교]소설 태백산맥 문학거리 촬영 최갑수

[장흥]이맘때 장흥시장에서는 매생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촬영 최갑수

[장흥]매생이를 채취하는 어민 촬영 최갑수

[장흥]굴을 넣은 매생이 떡국 촬영 최갑수

[장흥]매생이국 촬영 최갑수

[장흥]매생이전 촬영 최갑수


지금 제일 맛있는 겨울 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벌교꼬막정식거리)]

[전남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정남진장흥토요시장)]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지만, 제철에 먹는 맛에 비할 바 아니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에서 꼬막을 먹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에 가는 것이다. 1인당 2만원 정도면 꼬막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데친 참꼬막, 꼬막을 듬뿍 넣고 부친 전, 갖은 채소를 곁들여 매콤하고 새콤한 회무침, 새꼬막을 푸짐하게 넣은 된장찌개 등이 나온다. 나중에 공깃밥을 주문해 참기름 한 숟가락 둘러 비벼도 별미다. 꼬막탕수육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식당 주인은 꼬막을 넣고 끓이다가 거품이 나면 바로 건져야 맛있다고 귀띔한다. 꼬막이 껍데기를 벌릴 때까지 삶으면 질겨지니 주의한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되어 있다.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싶다.

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예전에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채취했지만, 올해는 2월 중순까지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다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김을 양식하는 주민은 매생이를 ‘웬수’로 여겼다. 김발에 매생이가 붙는데, 매생이가 섞인 김은 반값도 못 받기 때문이다. 이제는 매생이가 김과 자리를 바꿨다.

남도 사람들은 매생이를 주로 탕으로 먹는다. 옛날에는 돼지고기와 함께 끓였다는데, 요즘은 대부분 굴을 넣고 끓인다. 방법은 간단하다. 민물에 헹군 매생이에 물을 붓고, 굴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소금이나 조선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 한두 방울과 참깨를 뿌려 낸다. 오래 끓이면 매생이가 녹아 물처럼 되기 쉬우니, 한소끔 끓자마자 불을 꺼야 한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보자.

*당일여행 벌교꼬막정식거리→정남진장흥토요시장

*1박2일여행 │첫째날│벌교꼬막정식거리→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 │둘째날│보림사→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장흥토요시장

*문의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4,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거제]외포항 대구조각상 촬영 서영진

[거제]외포항 대구찜 촬영 서영진

[거제]외포항 대구탕 촬영 서영진

[거제]외포항 전경 촬영 서영진

[거제]외포항 좌판대 대구 촬영 서영진

[거제]외포항 포구의 대구 촬영 서영진

[통영]통영중앙시장 촬영 서영진

[통영]물메기 촬영 서영진

[통영]물메기탕 촬영 서영진

[통영]봉수골 봄날의 책방과 전혁림미술관 촬영 서영진


뜨끈한 생선 살이 입에서 ‘사르르’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외포항)]

[경남 통영시 새터길(서호시장)]

담백한 생선 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뜨끈한 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남쪽 겨울 바다를 주름잡는 대구와 물메기는 12월부터 식탁에 올라 이듬해 2월까지 미식가를 유혹한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튀김, 대구찜, 대구탕이 2만5000원에 코스로 나오며, 대구회와 대구전, 대구초밥을 내는 곳도 있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살이 사르르 녹는 대구탕(1만5000원) 맛만 봐도 겨울 향미가 입안 가득 전해진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며 고소하다. 대구 요리는 2월 중순까지 제철이다. 생대구로 만든 음식은 말린 대구로 끓인 탕이나 찜과는 또 다른 품격이 있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체급은 작아도 애주가들 사이에서 물메기가 ‘해장에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메기는 동해안 일대에서 곰치라는 이름으로 친숙하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관광객이 편리하게 물메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강구안 옆 중앙시장 일대다. 시장 안 횟집과 해물탕집에서는 겨울이면 물메기탕을 낸다. 한 그릇에 1만5000원 선. 예전보다 값이 오르고 양은 줄었지만, 맑은 국물과 어우러진 겨울 물메기의 담백한 맛을 못 잊는 단골들이 식당 문을 두드린다. 팔팔 끓인 무와 어우러진 물메기탕은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숙취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메기탕은 2월을 넘어서며 도다리국에 배턴을 넘기고 식탁과 작별을 고한다.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가조도는 연륙교 옆에 조성된 수협효시공원 전망대와 ‘노을이 물드는 언덕’의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다. 통영 봉평동의 봉수골은 미술관과 책방, 찻집, 게스트하우스 30여 곳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으며, 사색을 겸한 겨울 산책에 좋다.

*당일여행 외포항→두모몽돌해변→서호시장→봉평동 봉수골

*1박2일여행 │첫째날│외포항→두모몽돌해변→가조도→바람의언덕 │둘째날│서호시장→봉평동 봉수골→미래사→서피랑→중앙시장

*문의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통영관광안내소 055)650-0580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