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나들이] ‘일중 김충현 서예전~라이프사진전’ 보며 들으며

2021-07-06

|문화나들이| 

‘일중 김충현 서예전~라이프사진전’ 보며 들으며


지역문화는 교류를 원한다. 교류대상 중 제일 빈번한 곳이 서울이 아닐까 싶다. 중앙문화는 내려오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논산문화원은 6일, 허영자 시인을 초청하여 ‘시가 담은 비밀’이란 연제의 강연을 듣고 대담과 사인회를 이어갔다. 『투명에 대하여』 등 40여 권의 시집을 낸 한국서정시의 대모 허영자 시인은 성신여대 명예교수로 여전히 현역이다.

“논산문화”에도 초대시가 실린 바 있는 허 시인의 논산 나들이는 두 번째다. 이밖에도 ‘논산문화’ 권두시로 전국 각지의 유명시인들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경향(京鄕)의 문화교류이거니와, 논산문화는 대부분 향토색 짙은 지방 특유의 문화로 그득가득이다. 1986년 “내고장소식”지로 소탈하게 출범했고 2003년 재탄생한 “논산문화”가 2021 하반기 개봉 박두 시점이다. ‘논산문화’ 발간에 따른 자체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 논산문화 여름호 목차 등은, 본지 인터넷판에 상세히 실린다. 


(1958년 발표한 고체 비문 <논산무명용사비>이다. 판본체를 한글고체로 재탄생시킨 작품 중 백미로 꼽힌다.)




일중 김충현 탄생 100주년 특별전


논산은 서예의 고향이다.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손꼽히는 대가들도 많다. 전국적으로 볼 때, 한글서예까지 포함하여 국내 굴지의 서예가를 뽑으라면, 단연 一中이 두각일 것이다. 

일중 김충현(金忠顯, 1921~200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회가 지난달 8일부터 시작하여 이달 6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 전관에서 개최되었다. 

글씨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노닐었던 ‘시대의 중심’ 일중은, 역사의 한복판에도 그의 흔적을 남겨왔다. 그런 작품 중 하나가 <논산무명용사비>이다. ‘옥포대승첩기념탑명’을 쓴 다음해 1958년 발표한 고체 비문이다. 글자 짜임에 변화가 많아 초창기 고체(古體)에 담긴 김충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데, 판본체를 한글고체로 재탄생시킨 작품 중 백미다. 

86세로 작고한 일중이 한글서예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바는 “한글고체를 통하여 고판본을 서체로 쓰는 길을 후세에 열어준 것”이다. ‘한글고체’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에 착안한 서체를 일컫기 위해 일중이 창안한 말이다. 한글서예에서 한글 고체를 만들어 고판본을 서체로 승화 발전시키는 길을 튼 그는, 한글과 한문 서예에 두루 정통했던 대가이다. 한문서예에서 전, 예, 해, 행, 초(篆隸楷行草)의 각종 서체를 혼융해 자신만의 독자적 서풍(書風)을 확립한 일중은, 현대판 추사 김정희처럼도 느껴진다.

그는 서예가로만 머물지 않았다. 외형 못지않게 내용을 우선했고, 그래서 학문의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는 시대의 지성이었다. 그는 교과서에서뿐 아니라 역사의 현장에도 살아 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 제 2부는 <일중의 한글서예, 변화의 중심에 서다>다. 일제로 인해 억압되었던 한국문화를 되살리고, 독립지사와 열사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와 동상이 활발히 제작되던 때, 일중은 자신의 한글 서예가 새로운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길 원했다. 시대혼을 담았다. 논산무명용사비는 물론 4·18~4·19 기념탑 비문 등, 그의 흔적을 보노라면 현대사가 그대로 되살아나는 느낌들이다. 

1부 <서예에 눈뜨다>는 일제강점기 김충현 학생이 서예를 공부하며 접한 자료들이다. <네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으로 시작되는 수작을 보니, 학생때 작품이다. 1938년 중동학교 1학년 때 ‘전조선남여학생작품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이렇듯, 어렸을 때부터의 작품이 보관되어 온 것을 보니 그 집안의 가풍마저 엿보이는 듯하다. 

이번 전시를 놓친 분들에게 10월 제주도 ‘소암기념관’ 순회 소식을 전한다. 이번에 전시된 일중 저서는 도록, 삶과 서예, 우리글씨 쓰는법, 궁체와 고체, 능라세묵 등이며 3~4만원대이다. 본지는 일중선생기념사업회 특별전 <주요 작품 및 해설>을 인터넷판에 싣는다. 문화계 소식으로 #충청서도 대표작가개인전 #임정에서 활쏘기를 하다(林亭觀德) #‘바람의 언덕’ 민용기 초대전  #탑정호화가 김이훈의 충곡리벽화 이야기 등도 실려 있다(nmn.ff.or.kr)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이 8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열린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 종전의 기쁨에 낯선 두 남녀의 길거리키스 등 101컷이 눈길을 끈다. )


라이프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라이프 지에도 실린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런 아나운서 멘트가 기억난다면, 구세대다. 신세대는 1인미디어다. 카톡이나 밴드, 유튜브 등을 통하여 글보다는 사진과 동영상을 너른 바다로 흘려보낸다. 이런 SNS가 없던 시절에도 사진은 세계 곳곳(www)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미국 사진화보월간지 “LIFE”를 통하여서.....

한국에서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가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8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다.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어서다.

이 전시회를 보고 온 기자는, 101장의 사진을 은진마을학교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보라 했다. 길거리키스 장면이 뽑혔다.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한 2차 세계대전 종식의 상징은, 행진하던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다. 미국 타임 스퀘어에서 포착된 이 둘은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 길을 가다 갑작스럽게 만난 여인과 격렬한 키스를 나누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들은 제지하거나 어색해하기는커녕 함께 웃고 기뻐한다. 

전쟁의 종식이 사랑으로 환치되는 마법의 순간을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찍어 <라이프> 잡지에 게재하였고, 이 장면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졌다. 길거리 키스 장면은 가끔 나온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전시회의 제목은 ‘결정적 순간’이다. 세상에 둘 뿐인 듯 길거리 한 가운데 서서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다. 평화 시작점이기도 한 종전(終戰)에 대하여 우리 나라 작가들은 어떻게 표현해 왔까? 얼핏 떠오르는 그림은, 휴전선 녹슨 철모를 뚫고 나온 풀꽃이다. 비목이 흐른다. 애잔하다. 최민식 작가의 흑백사진도 우리네 정서다. 상고머리에 꼬질한 포대기를 두른 아기 업은 소녀, 허름한 담벼락과 골목 사람들의 누추한 삶이 흐른다. 그렇지만 그런 장면들이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게 해준다. 왜 그럴까?

편집실에서 최종 선택된 사진들, 그리하여 프린트된 101 신...... 탄광에서 하루 작업을 마친 광부 삼대의 시꺼먼쓰 얼굴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표정, 첨단 과학기술이 펼쳐놓은 전에 못보던 세상, 역사 속 위인과 판타지 속의 스타들이 전시장 한 반열에 올라가 있다. 개인의 삶과 시대의 모습을 사진 딱 한 장으로 웅변하는 이번 전시회는, 진정성과 느낌을 공유하는 한마당이다. 

시대는 변하여, 시각과 심상을 넘나드는 오감 서비스다. 라이프 사진전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회에 가지 못해도, 집안에서 101장의 사진 속 24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동영상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성우 윤동기의 목소리는, 스틸 사진들이 살아서 움직이게끔 애니메이션화해주는 듯싶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