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안내|
‘바람의 언덕’에 민용기 초대전
“지나갔으나... 그리운 것”들이 말을 걸다
갤러리 바람의 언덕에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지나갔으나...그리운 것> 민용기 초대전이 6월 26일부터다. 7월 26일까지 한 달간이다.
바람의 언덕은 탑정저수지 북단, 행정구역상으로는 가야곡면 산노1리 날맹이다. 갤러리 & 문화공간이다. 전시, 공연, 스몰웨딩 등 각종 문화기획이 펼쳐지는 곳인데, 그 중심부는 전시장이다. 이번 민용기 초대전은 지금까지의 전시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작가 경력이 간단하다. 대전미술대전과 소사벌미술대전 입선 딱 두 줄뿐이다.
20여 점의 작품이 담백하게 걸려 있는데, 통상 작품마다 붙어 있는 라텔이 없다. 관람자가 직관으로 느끼도록...... 어쩌다가 작가 혹은 관장의 설명을 듣는다면 그건 덤이다. 음악과의 조화도 눈여겨 보고 귀 담아들으면 좋을 팁 같다. 미술 이야기에 앞서 음악이야기부터 청해본다.

배경음악이 바람의 언덕과도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여기 전시장 내에 흐르는 음악은 주로 뉴 에이지 계열 음악입니다. 거기에 발라드 팝과 클라시컬 팝 켈틱 음악 등이 섞여 흐르고 있을 겁니다. 원래 뉴에이지 음악은 종교계에서는 사탄의 음악이라 하여서 금기시되기도 했지요. 이유가 있는데, 무념 무상의 곡이기 때문이랍니다. 들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되는데, 나쁘게 표현하자면 ‘홀리는 음악’이란 죄명이지요. 내 작품은 느낌 위주의 작품들입니다. 내 그림을 음악과 함께 관조한다면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음악은 조용한 편입니다만, 혹시 나중에 아주 강렬하고 거친 느낌의 작업을 해서 내놓게 된다면 그때 음악은 하드락이나 메탈스러운 곡으로 바뀌게 되겠지요!^




바람의 언덕과는 어떤 인연인지요?
여기 바람의 언덕 이현주 관장은 원래 마당발이랍니다(웃음). 오래 전 내가 커피샵을 운영했는데,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그날 영업 마감 후 내가 스파게티를 만들어서 커피샵 식구들과 먹으려 했습니다. 그 말 들은 이관장은 “그거 한 젓가락 얻어먹겠다”고 하더니만, 진짜 밤 12시 넘어 끝까지 앉아 있는 거였어요^^ 당시 단골이 아니었는데, 그 한밤의 야식 사건 후 진짜 단골이 되었고요,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교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사실 난 전시 같은 것엔 관심 없었어요. 누가 전시회한다 하면 그냥 자기 과시 정도로도 보였고요... 그러던 중 갑자기 나보고서 ‘전시를 하자’는 거예요. 몇 번 거절했어요. “내 그림은 그럴 가치가 없는 것들이고 누가 보러나 오겠냐?’ 그랬지요.” 와중에도 “선생님의 애정 어린 작품 세계를 한번쯤은 세상에 꺼집어 내보자”는 이관장의 말이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쪽으로 생각으로 바뀌더라구요.
‘위대한 탄생’은 갑작스러운 경우가 참 많더군요^ 그런데 작품명 등을 표시하지 않았어요?
사실 처음부터 무엇을 의도하고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문득 어떤 질감이 떠오르면 기억해 두었다가 바탕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이 주는 느낌에 따라 드로잉해 나갑니다. 이번 전시물은 아닙니다만....

바닥 작업 후 인물 크로키 형식으로 간단하게 마감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내 나름으로 ‘삶’을 표현해본 겁니다. 나는 삶이라 했지만, 보는이가 혹시 운동회라 생각하였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 이 작품의 제목은 ‘운동회’도 되겠지요.
작가의 의도는 이젤에 걸려 있는 시점까지는 유효하고 중요합니다. 이젤에서 내려놓음과 동시에 해석은 보는이의 몫입니다. 앞으로도 작품에 제목을 붙일 거 같지가 않네요^
‘무제’도 아닌 ‘아예 제목없음’에는 절반만 찬동하기로 하죠ㅎ~ 그래도 이번 전시회 작품 중 몇 점을 직접 해설해 주신다면?

이 그림을 자세히 보시겠어요? 깨진 도자기를 붙이고 넘어지는 듯한 항아리를 그려 넣었습니다. 다소 불안한 그리고 흐드러진 꽃을 보여줌으로써, 한때 화려했던 회상과 같은....
저는 미술이라는 공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도 그렇지만, 원래 어디에 매이거나 하는 것 없이 자유롭고 싶고요, 미술 장르에서도 그러합니다. 굳이 내 작품 설명을 하자면 사실적인 그림이라기보다 보는이들과의 대화성? 그 대화성을 바탕으로 소설성을 갖고 싶습니다. 흔히 작가들이 이용하고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며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소재들, 예컨대 깨진 그릇이라든가 흩날리는 꽃잎 등을 소재로 하여 정적인 느낌, 추억 또는 외로움 등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 사라져가는 듯하나 아직은 질기게 남아 있는, 그런 느낌을 표현한 것입니다.
대화성, 소설성이라 했는데요, 이번 첫 전시회처럼 일반대중과의 만남에서 교감하고 싶은 메시지는?
관람객과 직접 만날 기회가 된다면 솔직하고 편한 얘기들을 나누고 싶어요. 작가라면 누구나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고 자신의 의도로 작업한 작품에 크게 공감해 주기를 바라겠지요.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단순히 보이는 그림에서 그치지 않고 ‘이 사람은 왜 깨진 항아리를 오브제하고 똑바로 서 있지도 않은 항아리에 꽃을 그렸을까?’ 갸우뚱해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봐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교감이 깊어질 거 같아서요!
작업하시는 곳과 개인 이야기도 들려주시지요.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시점 등 포함해서요~
작업은 동학사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림 외 철판을 자르거나 용접하는 작업도 병행하다 보니 작업장이 되었는데, 내년에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발은.... 저는 미술전공자도 아니고 전업작가도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무작정 출품한 것이 운좋게 입선한 경험만 있을 뿐이지요. 대략 20여 년 전 식구들과 떨어져 내려와 혼자 계룡산 밑에서 민박하며 지냈던 적이 있었어요. 늦가을이었네요. 허물어져가는 빈집들이 많았는데 그 집 중 어느 곳에서 빗물에 젖어 얼룩지고 곰팡이가 꺼멓게 피어 붙은 벽지가 너덜너덜 붙어 있는 베니다, 그 베니다가 바람에 날려서 굴러오더군요.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던 내 발 앞에서 딱 멈추어 섰는데, 그때 내 눈에 그것이 추상적인 멋진 그림으로 보이더라구요. 그것이 내 심미안의 개안(開眼)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이후 몇 번 정식 배움을 갖고자 생각은 하였습니다. 16년 쯤 전 우연히 서울서 내려왔다는 큐레이터 분과 만나서 장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내 작업을 보고서 조심스럽게 하는 말이 이랬어요.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방법으로 그냥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물론 기초가 없어 그 답답함에서 배우고자 하는 뜻에 이해 안 가는 바 아니나, 자기 생각에는 그렇다. “당신 스타일은 아주 거친 느낌 위주의 작품인데(그 당시에는 그랬음) 표현 방법을 남에게 배우려 하지 말고 조금더 독학으로 고집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 조언을 핑계 삼아 지금까지 혼자만의 고집으로 고민하며 진도를 나가보는 중입니다.
회화 외에, 철판 용접 등으로도 작품활동을 하시나요?
사회초년시절 용접이라든가 절단 등 철공구 다루는 일을 했어요. 그 경험으로 철재를 이용한 간단한 조형물 등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병행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재료는 가리지 않았습니다. 돌이 될 수도 있고 나무 조각이 될 수도 있고요. 요즘 하는 판넬에 오브제 재료로 도자기 파편, 녹이 슨 철 조각 등 다양합니다. 판넬에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그냥 굴러다니던 잡동사니가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는데, 여인이 임신하듯 판넬에 착상(着想)이 되는 것이지요. 현재는 자연 부식된 철판, 아니면 인위적으로 부식시킨 철판을 사용합니다.
작품세계의 변화와,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것은요?
내 작품을 돌이켜보면 어떤 특정 관심사라기보다 그 당시에 처한 나르시스 표현이랄까요? 회상과 반추에 근거한 흔적? 하튼 자연스럽게 흘러왔는데, 요즘 변화라면 모션 크로키입니다. 사람에 액션을 더하여 느낌, 표현 방법에 변화를 주어보는 중입니다. 추구(追求)라는 말은 너무 버겁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하여서 한동안 내려놓았던 붓을 다시 잡아볼까 하는 의욕이 생겨나네요.

바람의 언덕에서 작가님 작품에 공감하는 이들의 바람이 불어닥치면 좋겠네요^ 이번 인터뷰 마무리는 이현주 관장님에게 부탁합니다.
민용기 작가님 작품을 20년 넘게 접해왔어요. 그 첫 개인전을 바람의 언덕에서 열며 저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시선과 마음의 꿈틀거림들이 그때그때마다~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고 탄생하여서 그것을 볼 때마다 참 좋았습니다. 그냥요~~ 그림마다 진한 인간애와 남다른 감성이 느껴져서 저는 팬이 되어 있었고요~ㅎ~
한참 전 작업실에 들렀는데, 그때 새로운 작품 두 점을 보았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무언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동성이 느껴지더군요. 스토리텔링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민작가님 작품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와요. 이야기꾼이에요~^
[대담·정리] 이진영 기자
|전시회안내|
‘바람의 언덕’에 민용기 초대전
“지나갔으나... 그리운 것”들이 말을 걸다
갤러리 바람의 언덕에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지나갔으나...그리운 것> 민용기 초대전이 6월 26일부터다. 7월 26일까지 한 달간이다.
바람의 언덕은 탑정저수지 북단, 행정구역상으로는 가야곡면 산노1리 날맹이다. 갤러리 & 문화공간이다. 전시, 공연, 스몰웨딩 등 각종 문화기획이 펼쳐지는 곳인데, 그 중심부는 전시장이다. 이번 민용기 초대전은 지금까지의 전시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작가 경력이 간단하다. 대전미술대전과 소사벌미술대전 입선 딱 두 줄뿐이다.
20여 점의 작품이 담백하게 걸려 있는데, 통상 작품마다 붙어 있는 라텔이 없다. 관람자가 직관으로 느끼도록...... 어쩌다가 작가 혹은 관장의 설명을 듣는다면 그건 덤이다. 음악과의 조화도 눈여겨 보고 귀 담아들으면 좋을 팁 같다. 미술 이야기에 앞서 음악이야기부터 청해본다.
배경음악이 바람의 언덕과도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여기 전시장 내에 흐르는 음악은 주로 뉴 에이지 계열 음악입니다. 거기에 발라드 팝과 클라시컬 팝 켈틱 음악 등이 섞여 흐르고 있을 겁니다. 원래 뉴에이지 음악은 종교계에서는 사탄의 음악이라 하여서 금기시되기도 했지요. 이유가 있는데, 무념 무상의 곡이기 때문이랍니다. 들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되는데, 나쁘게 표현하자면 ‘홀리는 음악’이란 죄명이지요. 내 작품은 느낌 위주의 작품들입니다. 내 그림을 음악과 함께 관조한다면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음악은 조용한 편입니다만, 혹시 나중에 아주 강렬하고 거친 느낌의 작업을 해서 내놓게 된다면 그때 음악은 하드락이나 메탈스러운 곡으로 바뀌게 되겠지요!^
바람의 언덕과는 어떤 인연인지요?
여기 바람의 언덕 이현주 관장은 원래 마당발이랍니다(웃음). 오래 전 내가 커피샵을 운영했는데,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그날 영업 마감 후 내가 스파게티를 만들어서 커피샵 식구들과 먹으려 했습니다. 그 말 들은 이관장은 “그거 한 젓가락 얻어먹겠다”고 하더니만, 진짜 밤 12시 넘어 끝까지 앉아 있는 거였어요^^ 당시 단골이 아니었는데, 그 한밤의 야식 사건 후 진짜 단골이 되었고요,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교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사실 난 전시 같은 것엔 관심 없었어요. 누가 전시회한다 하면 그냥 자기 과시 정도로도 보였고요... 그러던 중 갑자기 나보고서 ‘전시를 하자’는 거예요. 몇 번 거절했어요. “내 그림은 그럴 가치가 없는 것들이고 누가 보러나 오겠냐?’ 그랬지요.” 와중에도 “선생님의 애정 어린 작품 세계를 한번쯤은 세상에 꺼집어 내보자”는 이관장의 말이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쪽으로 생각으로 바뀌더라구요.
‘위대한 탄생’은 갑작스러운 경우가 참 많더군요^ 그런데 작품명 등을 표시하지 않았어요?
사실 처음부터 무엇을 의도하고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문득 어떤 질감이 떠오르면 기억해 두었다가 바탕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이 주는 느낌에 따라 드로잉해 나갑니다. 이번 전시물은 아닙니다만....
바닥 작업 후 인물 크로키 형식으로 간단하게 마감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내 나름으로 ‘삶’을 표현해본 겁니다. 나는 삶이라 했지만, 보는이가 혹시 운동회라 생각하였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 이 작품의 제목은 ‘운동회’도 되겠지요.
작가의 의도는 이젤에 걸려 있는 시점까지는 유효하고 중요합니다. 이젤에서 내려놓음과 동시에 해석은 보는이의 몫입니다. 앞으로도 작품에 제목을 붙일 거 같지가 않네요^
‘무제’도 아닌 ‘아예 제목없음’에는 절반만 찬동하기로 하죠ㅎ~ 그래도 이번 전시회 작품 중 몇 점을 직접 해설해 주신다면?
이 그림을 자세히 보시겠어요? 깨진 도자기를 붙이고 넘어지는 듯한 항아리를 그려 넣었습니다. 다소 불안한 그리고 흐드러진 꽃을 보여줌으로써, 한때 화려했던 회상과 같은....
저는 미술이라는 공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도 그렇지만, 원래 어디에 매이거나 하는 것 없이 자유롭고 싶고요, 미술 장르에서도 그러합니다. 굳이 내 작품 설명을 하자면 사실적인 그림이라기보다 보는이들과의 대화성? 그 대화성을 바탕으로 소설성을 갖고 싶습니다. 흔히 작가들이 이용하고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며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소재들, 예컨대 깨진 그릇이라든가 흩날리는 꽃잎 등을 소재로 하여 정적인 느낌, 추억 또는 외로움 등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 사라져가는 듯하나 아직은 질기게 남아 있는, 그런 느낌을 표현한 것입니다.
대화성, 소설성이라 했는데요, 이번 첫 전시회처럼 일반대중과의 만남에서 교감하고 싶은 메시지는?
관람객과 직접 만날 기회가 된다면 솔직하고 편한 얘기들을 나누고 싶어요. 작가라면 누구나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고 자신의 의도로 작업한 작품에 크게 공감해 주기를 바라겠지요.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단순히 보이는 그림에서 그치지 않고 ‘이 사람은 왜 깨진 항아리를 오브제하고 똑바로 서 있지도 않은 항아리에 꽃을 그렸을까?’ 갸우뚱해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봐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교감이 깊어질 거 같아서요!
작업하시는 곳과 개인 이야기도 들려주시지요.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시점 등 포함해서요~
작업은 동학사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림 외 철판을 자르거나 용접하는 작업도 병행하다 보니 작업장이 되었는데, 내년에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발은.... 저는 미술전공자도 아니고 전업작가도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무작정 출품한 것이 운좋게 입선한 경험만 있을 뿐이지요. 대략 20여 년 전 식구들과 떨어져 내려와 혼자 계룡산 밑에서 민박하며 지냈던 적이 있었어요. 늦가을이었네요. 허물어져가는 빈집들이 많았는데 그 집 중 어느 곳에서 빗물에 젖어 얼룩지고 곰팡이가 꺼멓게 피어 붙은 벽지가 너덜너덜 붙어 있는 베니다, 그 베니다가 바람에 날려서 굴러오더군요.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던 내 발 앞에서 딱 멈추어 섰는데, 그때 내 눈에 그것이 추상적인 멋진 그림으로 보이더라구요. 그것이 내 심미안의 개안(開眼)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이후 몇 번 정식 배움을 갖고자 생각은 하였습니다. 16년 쯤 전 우연히 서울서 내려왔다는 큐레이터 분과 만나서 장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내 작업을 보고서 조심스럽게 하는 말이 이랬어요.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방법으로 그냥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물론 기초가 없어 그 답답함에서 배우고자 하는 뜻에 이해 안 가는 바 아니나, 자기 생각에는 그렇다. “당신 스타일은 아주 거친 느낌 위주의 작품인데(그 당시에는 그랬음) 표현 방법을 남에게 배우려 하지 말고 조금더 독학으로 고집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 조언을 핑계 삼아 지금까지 혼자만의 고집으로 고민하며 진도를 나가보는 중입니다.
회화 외에, 철판 용접 등으로도 작품활동을 하시나요?
사회초년시절 용접이라든가 절단 등 철공구 다루는 일을 했어요. 그 경험으로 철재를 이용한 간단한 조형물 등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병행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재료는 가리지 않았습니다. 돌이 될 수도 있고 나무 조각이 될 수도 있고요. 요즘 하는 판넬에 오브제 재료로 도자기 파편, 녹이 슨 철 조각 등 다양합니다. 판넬에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그냥 굴러다니던 잡동사니가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는데, 여인이 임신하듯 판넬에 착상(着想)이 되는 것이지요. 현재는 자연 부식된 철판, 아니면 인위적으로 부식시킨 철판을 사용합니다.
작품세계의 변화와,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것은요?
내 작품을 돌이켜보면 어떤 특정 관심사라기보다 그 당시에 처한 나르시스 표현이랄까요? 회상과 반추에 근거한 흔적? 하튼 자연스럽게 흘러왔는데, 요즘 변화라면 모션 크로키입니다. 사람에 액션을 더하여 느낌, 표현 방법에 변화를 주어보는 중입니다. 추구(追求)라는 말은 너무 버겁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하여서 한동안 내려놓았던 붓을 다시 잡아볼까 하는 의욕이 생겨나네요.
바람의 언덕에서 작가님 작품에 공감하는 이들의 바람이 불어닥치면 좋겠네요^ 이번 인터뷰 마무리는 이현주 관장님에게 부탁합니다.
민용기 작가님 작품을 20년 넘게 접해왔어요. 그 첫 개인전을 바람의 언덕에서 열며 저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시선과 마음의 꿈틀거림들이 그때그때마다~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고 탄생하여서 그것을 볼 때마다 참 좋았습니다. 그냥요~~ 그림마다 진한 인간애와 남다른 감성이 느껴져서 저는 팬이 되어 있었고요~ㅎ~
한참 전 작업실에 들렀는데, 그때 새로운 작품 두 점을 보았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무언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동성이 느껴지더군요. 스토리텔링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민작가님 작품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와요. 이야기꾼이에요~^
[대담·정리]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