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합천 1700리 ‘백의종군길’ 광복절날에는 논산을 걷다

놀뫼신문
2020-08-19

[2020 백의종군길 도보대행군 기행록]

서울~합천 1700리 ‘백의종군길’ 광복절날에는 논산을 걷다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한국걷기연맹)에서 이순신장군 백의종군길을 걷고 있다. 선상규 회장을 필두로 15명의 회원이 8월 8~30일 서울에서 합천 670km를 걷는 행사이다. 논산은 15~16일 통과하였다. 

이번 행군에는 해군제독 출신이 단장으로 참가하였다. 해군측에서 현재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 점검을 겸하여서다. 논산출신으로는 김명중 씨가 함께 걷고 있다. 재천안 논산향우회장 역임한 그는 논산문화원 회원으로서 동생 김권중 항월1리장과 함께 초포교 발굴 복원 작업을 추진중이다. 일행은 15일 항월1리에서 두레 먹었고 16일 은진에서는 류제협 전 논산문화원장의 안내를 받았다. 다음은 김태호 광주대명예교수의 기행록이다.




광복절, 공주 계룡면 출발 

논산 초포에서 두레먹다(27km)


8월 15일(토), 75주년 광복절이다. 아침 6시 반에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조반을 들고 7시에 걷기에 나섰다. 첫 행선지는 1.2km 떨어진 공주시 계룡면 행정복지센터(중략)... 거기에서 7시 반에 논산방향으로 출발하였다. 참가자는 15명, 처음으로 정예 대원만 참여하였다.

조용한 시골길을 두 시간여 걸어 당도한 곳은 논산시 경계(지경리)의 무동정(舞童亭)이라는 마을쉼터. 특이한 이름의 정자를 나서니 도로 양편에 활짝 핀 무궁화가 일행을 반긴다. 잠시 후 노성천이 나타난다. 하천을 따라 제방을 한참 걷다가 차량들이 질주하는 차도 옆의 소로로 빠지니 10시가 가깝다. 통행이 뜸한 길에서 한데 모여 광복절 노래를 합창하고 힘차게 만세를 불렀다. 노성면사무소에 들러 경내에 비치된 스탬프 날인 후 잠시 휴식하며 간식먹기, 충무공이 백의종군 길에 “노성현 동헌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은진으로 향했다”는 기록을 새기며.

10시 반 다시 일어나 광석면 항월1리 초포로 향하였다. 우리말로 풋개마을은 우리 일행과 동행한 김명중 씨의 고향마을이다. 예전에는 참게가 많이 잡히고 지금은 딸기가 주산인 농촌이다. 한때 600여 명이 거주하던 큰 마을이었는데 현재는 60여 호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해마다 농한기인 8월 15일을 두레 먹는 날로 정하여 마을잔치가 열린다고. 

풋개 마을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지났다. 마을의 중심지에서 동네잔치를 벌이던 주민들이 일행을 맞아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박수로 환영해주었다. 기념 촬영 후 잔치마당 바로 아래에 있는 김명중 씨의 옛집에 차린 점심장소로 향하였다. 동네잔치의 음식에 들밥을 별도로 준비하였다는 김명중 씨의 설명, 지금은 노모 혼자 기거하는 시골집이 반듯하다.

푸짐한 식사 후 한 시간여 휴식하는 동안 일부는 피로를 푸는 낮잠을 즐기기도. 오후 2시쯤 도착한 세종일보 취재진의 백의종군길 탐사기획이 마을잔치와 겹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3년 전 풋개마을을 지날 때 차량 지원하던 동료가 ‘내 고향 풋개’라 새긴 시비의 글을 전해주어 이를 기행록에 적은 적이 있다. 오늘은 김권중 이장의 안내를 받으며 ‘내 고향 풋개’의 표지석과 시비(詩碑)를 찾았다. 시비의 작시과정과 그 의미의 맥락을 전해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오후 2시 넘어 풋개마을을 출발, 2018년에 개통한 풋개 다리를 건너니 논산시 부적면에 접어든다. 논산은 예부터 평야지대, 그 넓은 평원의 이름은 ‘가마뜰’로 벼들이 풍년을 기약하고 있다. 하우스 속의 특수작물 딸기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생산지다. 가마뜰 한 시간 걸어 부적면소재지 공원에서 잠시 휴식 후 은진면의 관촉사 주변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 가깝다. 걸은 거리는 27km, 내내 충실한 이벤트가 이어지는 뜻깊은 8‧15 백의종군 대행군이 보람 있다.

저녁식사는 숙소 관촉사 인근의 농가맛집, 떡갈비를 곁들인 다양한 메뉴가 참 깔끔하다. 호스트는 배준태 단장, 낮 더위를 먹었던 대원 모두가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울과 중부 지역은 마지막 장맛비가 내리는 날, 쾌청한 날씨에 충실한 이벤트가 겹친 이날처럼 참된 광복과 온전한 평화의 기운, 길이길이 뻗쳐라.



류제협 전문화원장의 논산 해설 듣고 

일요걷기회원과 함께 호남 입성(26km)



4월 21일(신사) 맑다. 일찍 떠나 은원(恩院, 은진의 원)에 이르렀는데 김익이 우연히 왔다고 한다. 저녁에 여산 관노의 집에서 잤다. 한밤중에 혼자 앉았노라니 슬프고 아픈 마음을 견딜 수 없다.

- 난중일기 『인간 이순신을 만나다』 중앙books 허경진 옮김에서


8월 16일(일), 맑은 날씨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다. 아침 6시 반,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조반을 들고 7시에 은진면사무소 방향으로 출발하였다. 출발 직전에 류제협 전 논산문화원장이 내방하여 논산지역의 옛 도로에 대하여  설명해주어 고맙다. 

해군측에서도 논산지역 백의종군 행로에 대하여 자문을 구하였다는 전문가, “풋개 등 평지에서 하천을 지나 논산중심부로 연결되는 길은 돌다리가 많았고 은진 부근에는 15년 전까지도 멋진 흙길이 많았는데 지금은 포장도로로 바뀌어 옛 정취가 사라졌다”며 『옛 지도에서 논산을 만나다』는 제목의 자료를 선상규 회장에게 건네준다. 해박한 지식, 상세한 설명에 감사할 따름이다. 

들판과 은진향교 지나 은진면사무소에 이르니 7시 45분, 청사 밖의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연무읍 쪽으로 향하였다. 

연무읍의 중심부를 지나 나라의 간성을 양성하는 연무대(논산훈련소) 정문에 이르니 9시 반, 서울에서 전세버스 편으로 아침 7시에 출발한 일요걷기 회원들(25명)이 먼저 와서 우리 일행을 반긴다. 

9시 50분에 연무대를 출발, 점심장소인 전라북도 익산시 여산 방향으로 향하였다. 통행하는 도로는 서울에서 목포로 이어지는 국도1호선의 요충지, 충무공의 백의종군을 비롯하여 역사상 유명 인사들의 발자취가 서린 길이다. 논산시 황화면 거쳐 작은 고개에 이르니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다. 경계 지점 도착시간은 오전 11시, 서울에서부터 250여km의 거리를 9일간 걸어 호남의 초입에 닿은 것이다.


- 김태호 광주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