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날, 송불암에서 열리는 소나무목신제

놀뫼신문
2020-07-02


논산에는 은진미륵을 비롯하여 미륵불이 몇 있다. 연산 송불암에도 4.25m 키의 미륵불이 서 있다. 그 옆에는 이 미륵불을 보호하듯 감싸주는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전설에 의하면 천년, 논산시 보호수 설명에는 250년인 왕소나무 밑에서 올해 제 9회 목신제가 열렸다. 지난 6월 25일 목요일 열린 목신제의 공식 명칭은 “천년 소나무의 탄생을 축하하는 송불암 소나무 목신제”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열린 목신제는 ‘무설 · 연타 스님이 함께하는 북소리 공연과 미륵부처님전 기도’로 시작되었다. 1시간이 넘게 미륵불 앞에서 진행된 타북과 독경 공연은 미륵불에서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소나무 아래 독경으로 이어졌다. 경봉 주지스님이 소나무를 향한 축원을 올리는 시간 <제가 오늘 흙이 되겠습니다>는 선창에 따라서 30여 명의 신도와 참배객들도 <제가 오늘 .... 물, 바람, 빛이 되겠습니다>를 후창하였다. 

12시는 소나무에 막걸리 부어주는 점심 시간! 미리 준비해둔 양촌막걸리 3박스가 소나무 뿌리 바로 밑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변의 실뿌리까지 널리, 흠뻑 뿌려졌다. 솔향에다 술향 가득한 경내에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탑돌이처럼 강강술래 나무돌이를 하였다. 10여분 넘게 돈 일행에게 대웅전에서는 특별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홍명원 무용가의 ‘향발무’


춤마루 홍명원 무용가의 축하무용이었다. 다들 대웅전으로 들어가 10여분 동안 “향발무”라는 춤사위를 완상하였다. 향발무는 궁중무용으로 태평성대나 기원제로도 쓰이는 춤이다. 

이날 홍명원 무용가는 조선전기 향악정대 가운데 가장 즐겨 추던 춤의 하나인 향발무를 재구성하여 평화와 넉넉함.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재구성 창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향발할 때 ‘발’은 놋쇠로 만든 것으로 심벌즈보다는 작은 모양의 악기이다. 뒤에는 사슴가죽 끈을 달아 손가락에 맬 수 있도록 하고 오색 매듭을 늘어뜨렸는데, 양 손의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에 각각 향발을 매고 장단에 맞춰 치면서 추는 춤이다.

광석면 출신인 홍명원 무용가에게 향발무 유래를 물으니 <정재무도홀기>의 무보로 설명해 준다. <일승월항지곡 향당교주를 연주하면 2명이 미리 좌우에서 향발을 매고 공읍으로 족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창사한다(족도=발로 뛰는 것). 향당교주하면 족도하며 팔을 펴서 향발을 세 번 친 다음 상대하여 향발을 세 번 치고 북소리에 따라 세 번 치거나, 등을 보이거나 마주 보며 한 장단이 지날 때마다 향발을 친다. 악사가 절차의 빠르기에 따라 박을 치면 손을 모아 족도하면서 물러나면 음악이 그친다.> 



소나무 목신제를 단오에 하는 이유


논산에서 송불암 미륵불 전설은 널리 퍼져 있다. 어느 스님이 이 동네를 찾아와 청년집에서 하룻밤 머물렀단다. 대접을 받은 후 ‘어머니가 사흘 후 돌아가실 거’라면서 그때 장례 방법까지 얘기해주었다. 그러자 격분한 청년이 스님을 쫓아냈고, 장례식날 묘지에서 금바위는 열지 말라는 금기사항을 기억하지 못하여 열어버리니 벌집 소굴이었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스님이 벌에 쏘여 열반하면서 동네에 재앙이 미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네사람들이 그 스님을 위하여 미륵불을 세웠다는 줄거리다. 

처음에는 미륵불 주변에 있던 소나무가 밑으로 쳐지게 자라면서 그 줄기를 미륵불이 떠받치는 형태의 공생였다고 한다.  소나무가 계속 자라면서 미륵불이 피사의 사탑처럼 점점 더 기울어지자 결국 둘을 떼어놓는 공사를 하게 되었다. 워낙 특이한 형태의 소나무라서 이승만 대통령이 탐을 냈단다. 서울로 떠가려고 헬기를 띄우려 했으나 기독교인이 사찰 소나무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생각해서인지 불발로 그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미륵불도 위기가 있었다. 군데군데 파인 곳이 조총의 상흔이라는데, 미륵불과 소나무 이 둘의 이야기는 현대판 전설로도 이어지는 듯싶다. 

송불암(松佛庵)이라는 이름에서 보다시피 소나무와 미륵불은 이 암자의 양대 보배이다. “소나무 정기가 가장 좋을 때가 단오 무렵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옛 어른들께서 단오날이 소나무 생일이라 들었어요. 그래서 행사를 단오날 한답니다.” 경봉 주지스님의 설명이다. 가야곡 양촌리 가정자마을의 목신제(木神祭)는 매년 음력 정월 14일 저녁 마을 어귀에 있는 당산나무에서 지낸다. 시기는 달라도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하나일 성싶다. 


- 이진영 기자 (사진제공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