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주인공 김종술 기자와의 인터뷰] 오늘도 금강에서 풍찬노숙하며

놀뫼신문
2019-12-17

[영화 ‘삽질’ 주인공 김종술 기자와의 인터뷰]

오늘도 금강에서 풍찬노숙하며 



본지의 올해 기획 시리즈 하나가 금강이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금강하굿둑을 어찌할 것인가?’ 이 난제를 두고 충남도의회 금강특위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 가는 중이다. 기자는 지난 지난 13일 세종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삽질' 공동체 영화상영 자리를 찾아갔다. 이 자리에는 이상진 금강유역물관리위원장도 동석하였다. 

다큐멘터리 ‘삽질’은 지독하게 슬픈 현실을 절망의 나락으로 끌고가는 듯했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손사래치면서 퇴장해 가는 영화속 사람사람들,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는 현실속 거물급들의 법정.... 영화와 현실이 겹치는 주인공 김종술은 공동체 영화상영 뒤 관객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난 지금까지 져본 적이 없다. 이길 때까지 싸우기 때문이다.” 뚝심 가득찬 김종술 기자에게 인터뷰를 청하였다. 천리길 금강에 한줄기 젖줄 대고 있는 논산을 위해서도......





논산사람들은 금강에서 한걸음 빗겨나 있다고 체감하는 편인데, 실상은 어떠한지?

전혀 그렇지 않다. 논산 상류에 3개의 보가 만들어지고 더 많은 오염원이 흘러든다. 우리가 단순히 녹조라고 말하는 남조류 속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이 독성 물질은 청산가리의 20~200배의 독극물이라고 한다. 

독성물질은 농산물에도 축적된다. 녹조가 가득한 물로 농사를 지었던 일본이나, 독일 등 많은 곳에서 쌀과 채소 등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는 사례가 많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농산물에서 남조류 조사가 없다. 조사를 안했을 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4대강 녹조는 전국적인 재앙이다. 


충남도의회 금강특위도 의지를 가지고 금강 문제에 접근중이다.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가?

4대강 사업이 준공되고 수질악화를 겪으면서 2018년 금강 세종보는 1월, 공주보는 3월에 수문이 전면 개방됐다. 올해 들어서 지난 2월 22일 4대강조사평가단의 4대강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특히 공주보를 놓고서는 논란이 뜨거워졌다. 공주보를 개방하면 농사지을 물도 없고 가축먹일 물도 없다고 관변 단체와 정치권이 수문개방 반대를 펼쳤다. 

그때 충남도가 금강특위를 만들어서 찬성·반대 측 주민을 위원으로 들이고 갈등을 해소시켰다. 물이 부족하다는 농가를 찾아 이야기를 듣는 등 해법을 찾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인환 위원장이 찬성·반대 측의 입장 정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수문이 개방된 지 1년이 지난 상태로, 수문 개방도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수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지난 봄 농번기 농사를 끝냈고 가을철 추수를 끝냈다. 단 한 농가도 물이 없거나 부족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논산에서도 삽질을 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재는 상영관이 10여개 미만으로 극장을 찾아서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상영관은 줄었지만, 깨어있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단체관람이나 공동체 상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나 공동체 상영 시 김병기 감독과 김종술 기자가 상영관을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 ‘삽질’은 전국 200여개의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겨울왕국2”가 전국의 상영관을 얼어 붙이면서 지금은 대관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전아이쿱생협, 안동환경운동연합, 울산언론발전을위한시민모임, 여수환경운동연, 제천간디학교, 안산환경운동연합, 전국비구니회, 제천참여연대, 꿈틀리 학교+강화도 시민단체 등 50여 곳에서 진행해 왔다.


반응들이 궁금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반응부터 보면 

 “지금껏 내가 봐온 다큐 중에서 삽질이 가장 우수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의 밀도도 깊고, 상당히 짜임새가 있다. 상영관이 적어서 안타깝다.”-효림 스님

“결국은 자본과 생명의 싸움이다. 자본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정치경제의 주역들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 과연 이 삶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안에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삽질이라는 강물을 5천만 국민 중에서 3천만 이상이 봤으면 좋겠다.”-고려대 강수돌 교수

다른 곳에서의 반응도 엇비슷하다. 

 “만약 당신이 매일 물을 마셔야 한다면 매일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아야 한다면 꼭 보아야할 영화이다.”(황선아 주부)

 “4대강 사업을 이렇게 정확하게는 몰랐다....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기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담합을 하는 것, 자연 경관이 헤쳐지는 정도만 알았는데, 담합을 하고, 국회와 군대까지 동원된 것은 처음 알았고 충격이었다.”(한국외대 대학생)

 “영화를 보면서 지식인의 한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가? 자신이 옹호하고 소신을 갖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 아니다’ 소신이라고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답변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것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이 정부를 맡았었나’ 하는 생각에 참담하기 그지없다.”(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삽질’이란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4대강 사업은 강을 죽인, 대한민국을 속인 희대의 사기극이다. ‘삽질’은 단편적으로 접한 파괴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서 편집한 영화다. 사람들은 대부분 잊고 있지만 4대강 사업 전반을 통틀어 가장 기막힌 속임수는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사업으로 둔갑한 과정이다.

처음엔 민자 유치를 내걸고 국민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면서 대운하를 추진했다. 그러다 대운하 사업성을 타진한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리자 세금을 투입하는 4대강 사업으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부렸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계획이 막 공개된 2006년 당시 대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증거’로 제시된 독일과 네덜란드 운하 현장을 직접 찾은 감독은 담당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실효성도, 효율성도 낮은 운하의 심각한 문제를 찾아냈다. 

오랫동안 4대강을 취재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모아 각 20분 분량으로 총 5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2017년 말부터 지난해 1월까지 온라인 방송으로 먼저 공개했다. 우리가 속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5부작 다큐멘터리 공개 과정에서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수락해 94분 분량의 영화가 탄생했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은 어떤 과정으로 출판까지 하게 되었는지?

지난 2008년부터 금강 전역을 돌면서 취재를 했다. 그러다가 2010년 직업 기자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사비를 들여서 활동중이다. 1년에 340일 가량을 금강에 나가면서 대부분 강에서 먹고 자며 생활한다. 한달이면 차 기름값만 해도 100여만 원, 1년에 3~4차례 비행기까지 띄우며 취재하느라 파산 지경이었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가 왔지만, 거절하다가 더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가기 위해 한겨레출판사 제의를 받아들였다. 내 책은 책상에 앉아 정제된 용어와 고급 단어로 써내려간 글은 아니다. 풍찬노숙하며 낮에는 강을 돌고 밤이면 텐트에서 쓴 글이다. 많은 분들이 ‘당신 글에서는 냄새가 난다’라는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밥이고 빵이다 


영화 ‘삽질’이나 저서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 삽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기의식이 작동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10년 전, 22조2000억원을 들인 일회성 사업으로 알고들 있다. 그러나 4대강은 지금도 유지·보수라는 이름으로 매년 5000억~1조의 세금이 투입되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금이 강을 맑게 하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삽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절박함이 영화제작의 원동력이 됐다. 


이 밖에 영화 ‘삽질’이나 금강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연은 일회용이 아니다. 한그루의 나무를 베는 시간은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십년이 걸린다. 강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다. 2년 만에 4대강 공사를 끝냈다고 좋아했지만, 그 강을 되돌리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늦어지면 금강에서만 살아가는 생물 30~40%가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해마다 보를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고 강을 망치는 데 사용된다. 4대강 유지관리비로 사용되는 그 돈이 우리의 아이들 교육에 쓰이거나 사회적 약자, 우리 노후에 쓰인다면 대한민국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대동강물은 김선달이고,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은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는 낭만을 구가한다. 금강붙박이 김종술은 온몸으로 노래한다. “금강에 살어리랏다~”는 삶의 찬가를....


- 대담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