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의 캠핑이야기] 한라산 철쭉꽃 & 송악산 둘레길

놀뫼신문
2022-06-30


해외 여행길이 일부 열렸다지만 연휴와 이른 휴가에 최근 제주 여행객이 부쩍 많아졌다. 6월 제주 여행객 증가는 한라산 철쭉, 수국, 반딧불이 축제 등이 한몫하는 것 같다. 이번엔 캠핑 이야기는 생략하고 바로 여행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제주의 상징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기 위해서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가 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길지 않은 여행 일정을 고려하여 뒤로 미루어 둔다. 한라산 등산 코스 중 짧은 구간으로 영실, 어리목, 돈내코 코스가 있는데 그중 철쭉을 만날 수 있는 영실 코스를 선택했다.

한라산 서측 1,100 고지 휴게소, 영실입구 매표소를 지나 영실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영실 코스(영실∼윗세오름)는 3.7km로 2시간이면 충분하게 오를 수 있다. 주변 수목과 영실 계곡을 즐기며 쉬엄쉬엄 오른다.



본격적으로 기암괴석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오르막길로 접어들면 가파른 산길이 능선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병풍바위와 붉게 수놓은 철쭉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한라산 영실코스의 첫 번째 매력은 영주십경(瀛州十景,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의 하나인 영실기암(靈室奇巖)을 들 수 있다. 해발 1,400∼1,600m 지점의 거대한 계곡 우측에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다.



조금 올라가면 평탄한 산길이 나타난다. 선작지왓(제주 방언으로 ‘바위들이 서 있는 넓은 벌판’)이다. 윗세오름 도착 전 해발 1,600m 정도에 위치한 평편한 관목지대다.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군락을 이루어 4월부터 6월까지 분홍색 꽃으로 덮인 모습은 산상의 화원으로 비유될 만큼 장관을 이룬다.



특히 5월 말부터 6월 초에는 철쭉이 만개하여 한라산 철쭉을 그리워하는 등산객이 많이 찾아온다. 저 멀리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한라산 화구벽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철쭉밭을 바라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모름지기 국토 최남단의 영산 한라산의 더할 나위 없는 철쭉 산행의 진수라 할 수 있다. 노루샘을 지나 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하산한다.


다음은 서귀포 서남쪽에 있는 송악산으로 이동한다. 깎아지른 거대한 절벽을 따라 차곡차곡 쌓인 가로 줄무늬 낭떠러지, 위로 이어진 산책로, 봉긋 솟아오른 분화구까지 매력적인 곳. 절벽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 소리 장단을 즐기며 송악산 둘레길을 1시간 정도 걷는다. 송악산 정상 일부 탐방로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올해 7월까지 출입을 제한하는 자연휴식년제가 시행 중이다.



서귀포시 안덕면과 대정읍에 펼쳐진 올레길 10코스 중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코 송악산 둘레길이다.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동쪽으로 우뚝 솟은 산방산, 가까이 바다 한가운데 의좋은 형제섬이 떠 있고, 남쪽으로 제주에서 가장 낮은 섬 가파도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산이라지만 해발 104m 높이로 낮은 언덕 수준이어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분화구 아래 들판에는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말들의 풍경이 그림 같다. 진득한 바다 내음과 신선한 제주 바람이 스치며 온몸을 정화하여 준다. 끝없이 펼쳐진 쪽빛 바다 물결이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활짝 열게 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진 진지동굴의 아픈 역사도 있다.



오늘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온 젊은 직장인을 만났다. 사진을 찍어주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야기 속엔 한라산의 철쭉꽃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여행, 내면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 주는 여행이 참 좋다.


- 여병춘 사진작가(전 국민건강보험공단 논산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