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면 갈산리 미석문학관 개관] 내 고향 갈산리를 ‘시마을’로

놀뫼신문
2022-04-07

[광석면 갈산리 미석문학관 개관] 

내 고향 갈산리를 ‘시마을’로 


갈산리는 진입이 쉽지 않은, 은근히 감추어진 동네다. ‘논산대교’ 건너 부여쪽으로 난 큰 길이 ‘대백제로’이다. 이 도로는 부여~서천을 지나 장항과 군산을 이어주는 ‘동백대교’까지 장시진으로 이어진 64km 150리 대장정길이다. 논산대교에서 3km 정도 달리면 옆으로 빠지는 길이 하나 나온다. 이 샛길은 표 나는 데가 없어서 그냥 휙 지나치기 십상인데, 갈산리 초입 진입로다. 

용케도 거기로 해서 빠져나오면 시골길 군데군데 비교적 대형인 게시판들이 뜨문뜨문이다. 시화판(詩畫板)인데, 10여 편의 시화들이 촘촘 전시되어 있다. “저게 뭐지?” “누가 설치해놓은 거지?” 이런 궁금증은 갈산2리마을회관  인근에 도달해서야 해소된다. 

갈산2리는 갈미한과로 유명한 동네다(본지 인터넷판 https://nmn.ff.or.kr/23/?idx=514628&bmode=view 참조). 동네 한가운데 소나무 곰솔 쌍군송이 수호신처럼 늠름한 갈산리는 김영배 시조시인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마을이다. 최근, 이 마을 도로변에 문학관이 하나 들어섰다. 이름은 <미석(美石) 한규원 문학관>. 낯선 시인의 이름표가 달렸다. 



시골마을 갈산리가 들썩한 개관식날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지난 달 26일(토) 점심때 한유롭기만 한 시골마을 북적였다. 서울에서 버스가 오더니 40여 명이 내렸고 동네사람, 축하객들까지 모이니 100여 명 육박했다. 미석(美石) 한규원 문학관 개관식은 그렇게 진행됐다. 

행사는 1~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축사는 논산에서는 권선옥 시인(논산문화원 원장), 갈산2리 고성식 이장이 하였다. 테이프 커팅과 중식 후 2부 시낭송과 공연으로 이어졌다. 박수정의 ‘배 띄워라’ 공연 후 한규원 관장의 ‘홀로 계신 어머니’를 시작으로 윤숙희 외 다수의 시낭송, 김명선의 ‘진도 아리랑’, 김아가타의 ‘쿠엔세라’가 이어졌다. 끝으로 전 논산여고 윤여진 교사의 풍물패가 등장해 코로나로 침체해 있던 동네를 들었다 놨다 했다. 


갈산리 주변 도로에는 시화게시판이 20여 곳 설치되어 있다. “계속 작업해서 동네 곳곳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동네 오가는 분들 보십사고 읽기 쉽고 생각거리가 있는 시들을 야외에 전시하는 겁니다. 지역분들과 협의하여 갈산리를 ‘시마을’로 가꿔가고 싶습니다. 특히 학생들도 찾아와 읽고 성찰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이렇게 포부를 밝히는 그는 현재 안양 ‘위너 에코텍’에서 반도체 전문일을 하는 엔지니어다.

공학도였던 그는 시 외에도 여러 문학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작가이다. 문학적 끼가 다분했던 그의 문단 늦깎이에 속한다. 시는 2013년, 수필은 2015년, 동시 2017년, 소설 2019년 등단했으니 말이다. 그는 시와창작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논산문인협회 회원으로서의 활동보다는 시의 대중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사계절 그리고 삶” 카페가 계속하여 업데이트되고 있다( https://cafe.daum.net/hgw06060). 오프라인으로는, 그는 쉬는 날 차를 몰고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으로 나간다. <시를 실어 나르는 차>가 대문자로 쓰인 차에 시와 아동도서를 가득 실은 이동도서관 & 시화전시차량 운전자이다. 한규원 시인과의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한규원 관장 인터뷰]

“저는 시 한아름씩 배달하는 택배기삽니다”


여기 갈산리가 고향인지요?

네. 제가 태어난 동네입니다. 서광초등학교 졸업후 논산대건중고를 다녔고요 미석(美石)은 여기서 어렸을 때 불려졌던 이름입니다.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신 후 이 집이 비어 있었고요, 여기에 문학관을 생각한 것은 2015년 제2수필집 『추억을 여는 황금열쇠』를 쓰면서부터였습니다. 고향의 추억과 흔적을 남기고 싶은 최적지가 고향집이라는 생각에서였죠.

김영배 시조시인은 대선배님이시죠. 선생님 조카와 친구 사이니까요. 제가 한국문인협회 논산지회 가입한 때는 얼마 전 2020년입니다. 회사에서 아직 놓아주지 않고 있지만, 일을 놓게 되면 논산으로 내려와 살 생각입니다.


실내는 방마다, 마당에는 응접실, 그리고 시화게시판이 동네로 뻗어나가는 구조네요. 시가 넘치고 넘쳐서 흘러가는 모양새 같아요~~

실내 1관에서 3관까지는 제 나름 어록을 작품화시켜 전시해 놓은 방들입니다. 4~5관은 그동안 썼던 시에 일부를 시화로 제작해 보았고요, 마당 한켠 응접실은 저와 교분이 있는 예술인들 작품도 함께 전시한 작은도서관입니다. 

제 개인적인 인연인데, 화가모임인 예솔회 최규순 회장의 초대로 예솔회 부회장이 되었어요. 화가이자 소설가인 이정순 님이 책 삼백 권과 그림까지 기증해 주셨는데, 이분들을 기념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기 책은 누구든 와서 보거나 가져간 다음 반납해 주시면 됩니다. 집에서 안 보는 책은 가져와 책꽂이 빈 칸을 채워주시면 더 고맙겠고요^ 



여기 서가에 꽂혀 있는 저서들을 보니, 시집 외에도 여러 장르의 책을 내셨네요?

수필, 소설, 동시, 동화책도 집필했는데 총 여덟 권 정도 되는 거 같아요. 동시집과 동화책을 낸 것은, 제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아섭니다.  

2015년 『성찰에는 세상의 답이 있다』 1대화집을 필두로 5집까지 집필했습니다. 동화로는 단편 『바람 빠진 자전거』, 중편『느티나무와 소나무, 장편『집 나간 아기 고양이』 등이 있는데요, 저는 여기 문학관이 인성교육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직장생활이 끝나면 문학관에 내려가 시 해설 및 어록 내용을 직접 전달하고자 합니다. 인성에 도움에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들 단체견학도 요청할 예정이고요....


삶을 생각해보는 인생시랄까 교훈시가 적잖고, 시가 어렵다는 통념도 넘어선 듯 보이네요. 미석 시인이 생각하는 시(詩)란 어떤 것이며, 대표시 하나 소개로 여운을 가져보죠!

시란, 시인 각자의 정의에 따라 좌우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는 생활 속의 시입니다. 매일 먹는 음식과도 같다, 즉 최근 체험한 것을 평범한 글로 감성과 감동을 누구나에게나 공감이 가도록 써가고, 그 결과 편하게 읽히면 참 좋겠다는 생각과 관점입니다. ‘대표시 하나만 뽑으라’면 어떤 시인이든 곤혹스러울 텐데요, 저는 이번 개관식때 낭송한  ‘홀로 계신 어머니’와 ‘개벽’을 꼽아야겠네요!


홀로 계신 어머니

      

새벽보다 한참이나

먼저 일어나

우두커니 앉아 계시는 어머니


두해 전 아랫목

아버지의 빈자리를

응시라도 하는 듯


이른 봄보다

먼저 일구어 놓은 밭에

새 풀이 돋아나고


아낙네의 가녀린 손은

어디 가고

손등은 구리빛에 거북이 등 같네


재촉해서 온 발걸음에

뒤돌아보니

힘이 부친 어머니는 오리걸음이시네

어머님 손으로

여럿 자식 농사 지었건만

곁에 있는 자식 없으니


잠깐 왔다 가는 아들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


어머님 흔들어 주시는 손에

자식건강 가정행복

가득 가득하길 기원하시네.


[대담]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