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소식]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영화 “탄생”

놀뫼신문
2021-12-20

[영화계소식]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영화 “탄생”

대륙탐험가 김대건, 첫 포교지인 강경·논산에서 재탄생



지난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85세 생일을 맞았다. 그날 논산 김홍신문학관에서는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보여줄 영화 “탄생” 팬사인회가 열렸다. 

김대건 역이 확정된 윤시윤 등은 촬영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지만, 박흥식 감독과 안성기·이문식 배우가 자리를 함께 했다. 안성기는 15세 김대건을 비롯한 최양업 등 3인을 마카오 유학길로 이끄는 역관 유진길로 분한다. “큰 역할은 아니지만 ‘내가 천주교 신자라서 뭐라도 하겠다’ 했더니 박 감독이 이 역을 주었다”고 밝힌다. 이 영화의 메가폰은 영화 ‘경의선’, ‘역전의 명수’ 각본·연출을 맡았던 박흥식 감독이 잡았다. 


김대건 신부 일대기 “탄생” 팬사인회


한 자리에 참석한 배우 이문식에게 맡겨진 역은 조신철 역이다. 외국에 있는 신부님들을 조선으로 모셔오는 마부 역할이고, 나중에 순교하게 되는 하층민이다.

제작비 총 150억 예정인 이번 영화에서 100억 이상을 개인 투자하는 남상원 회장은, 배우로서 말 타는 장면에 잠시 출연할 예정이다. 김형도 충남도의원은, 비밀리에 드리는 미사에서 망보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저산너머”에서는 상여꾼으로 분했고, 나바위성당 미사 참석자들 동원에 기여도가 컸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할 역할은 대폭 줄어들었다. 김대건 신부가 한국인 최초의 신부가 되어 입국한 이후 1년여 관아의 눈을 피해서 활동하다가 25세 꽃다운 나이에 순교를 당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인 대형 미사 신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충남도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에서는 기여도가 높아졌다. 김대건 신부의 동반 심벌인 선박 라파엘호 제작 등에 8억여원(도비·시비 50%)이 지원된 것이다. 주 촬영지인 논산시도 제작비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1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황명선 논산시장이 제작지원금을 요청했고, 그 안을 논산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12월 17일 김홍신문학관에서 열린 팬 사인회 자리에서 공표되었다. 


선샤인스튜디오에서 한달간 촬영 시작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는 당진이다. 그렇지만 ‘탄생’이라는 영화의 탄생지는 논산으로 자리매김되는 듯하다. 이 영화는 전국 로케다. 크랭크인은 12월 6일 평창 동막골에서였다. 13~14일 보령을 거쳐 16일은 논산 선샤인스튜디오에 들어와 촬영을 시작하였다. 논산에서는 한 달 예정이며 실내 주요 장면 대부분이 촬영된다. 경기도 용인, 안성, 충남 당진, 논산, 보령 외에도 부안, 창원 등 전국 로케가 예정되어 있다. 

조선을 떠나 모험을 시작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는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대서사시로 펼쳐진다. 해외 로케를 검토한 바 있으나 실사와 LED Wall을 활용한 첨단 VFX 기술이 동원되어서 완전 실감나게 촬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생(誕生) 영화는 기획 준비에 1년여 걸렸고, 촬영~편집에는 1년 정도 소요 예정이다. 아이 출산과 맞먹는 시간들이다. 시사회는 내년 10월, 로마교황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잉태에서 요람까지, 논산사람들이 대거 참여한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선 김홍신 소설가, 박유진 가톨릭문화원장 등이 역사 고증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영화 ‘탄생’은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돼 활동중인 유흥식 대주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홍신 작가의 대건고 후배인 유 대주교는 지난해 ‘저산너머’를 보고 이 작품에 40억 전액을 투자한 남상원 회장에게 성인 김대건 영화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지난 11월 제작발표회때 유 장관은 영상메시지를 보내왔다. “성 김대건 신부님이 지녔던 형제애, 평등사상, 미래를 향한 모험과 희망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오늘의 우리에게 절실한 정신”이라고 전제한 다음 “김대건 신부님은 비록 25년 26일의 짧은 지상 생활을 마감하셨지만 영화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해 세계화 소회를 밝혔다.



신지식인, 모험가, 실천가였던 청년 김대건


이성 동명인 박‘흥식’ 감독은, “탄생”이 종교 영화라기보다 일반 대중영화라고 성격을 규명한다. 천주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김대건은 어떤 이미지일까? 김대건, 그를 ‘한국인 최초의 신부’로만 줌인하는 순간 그는 종교의 벽에 갇히고 만다. 영화 ‘탄생’은 그를 진취적인 모험가, 탐험가로 소개한다. 청년 김대건은 조선인 가운데 최초로 서양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다. 박 감독은 “김 신부가 아편전쟁 후 남경조약 체결시 현장 통역관으로 참가했을 때 나이가 21살이었다”고 들려준다. “바다와 육지를 종횡무진 누비고,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모험가 청년 김대건”을 부각시킨다. 

신밧드의 모험이나 혹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하멜 표류기처럼 역사적 사실로 환치하면, 다소 막연했던 200년 전 역사가 좀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김태리와 이병헌이 열연했던 ‘미스터 선샤인’ 주 촬영지 논산의 선샤인 스튜디오가 우군으로 다가선다. 논산 강경의 새 명물 라파엘호 두 척도 역사적 현재이다. 

“200년 전과 현재의 역사는 단절된 게 아니라 연장선상일 뿐이며, 따라서 동일요소 공감대 폭이 넓다.” 1년 전 김홍신 문학관에서 열린 시나리오 검토 단계에서 한 위원이 했던 발언이다. 200년 전 조선시대 한반도의 현실은 어떠했는가? 개혁군주 정조가 목숨 걸고 추진한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신분제 타파는, 1800년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도로묵ㅠㅜ 그의 개혁 시도들이 일순에 좌초 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이 불씨는 1894년 ‘양반과 노비가 평등하다’는 만민평등 사상으로도 잉태되고 ‘동학농민혁명’으로 출산되어 요원의 불길처럼 한반도에 번져나갔다. 19세기 백여 년 잠복기에 어떤 일들이 이어져 왔을까? 하나뿐인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자유와 평등 박애의 씨를 파종하고 그 씨를 키워가며 전파해간 김대건 같은 선각자와 민초들 덕에, 평등은 오늘날 우리의 현주소가 되어 것이다. 

“내년은 김대건, 최양업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차별과 불평등의 금기를 뛰어넘어 평화와 인간존중을 소망했던 조선 첫 사제들의 정신을 본받아, 그리고 인권과 정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다 스러져간 수많은 ‘김대건, 최양업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면서 사제와 수도자의 본분과 사명에 더욱 헌신하기로 다짐합니다.” 작년 연말,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중의 일부다. 



사적 현재 김대건의 재해석, 재탄생 


김대건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자유, 평등, 박애, 형제애는 사제수업만으로 체화된 게 아니었다. 마카오 유학 , 불란서 극동함대 사령관 세실의 에리곤호 승선, 아편전쟁, 동서 만주를 통한 육상입국로 개척, 라파엘호 서해 횡단, 백령도를 통한 해상입국로 개척....

“탄생”은 청년 김대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로 탄생하고 또 안타깝게 순교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대건은 조선인 가운데 최초로 서양언어를 배운 코스모폴리탄으로 청나라 아편전쟁 한복판에도 선다. 인류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전쟁으로 기록되는 아편전쟁, 민본 의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영국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인간들을 파멸로 몰고가는 아편을 대놓고서 사가라 강매하는 비행을 저지른다. 그런 역사의 현장에서 청년 김대건은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었을까?

200년이 흐른 지금, 당대의 조선사와 세계사를 우리는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논산의 카톡릭 미션 스쿨에서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논산대건중고등학교에서는 지난 5월 24일 김대건 성인 유해안치식을 가졌다. 지난 10월 23일에는 김대건 신부가 강경까지 타고온 선박 ‘라파엘호’가 강경에 재현되었다. 매년 1학년은 강경 김대건 신부의 최초 사목지와 근대화거리를 둘러보고, 2학년은 김대건 신부의 고향인 당진 솔뫼를 다녀온다. 

쌘뽈여중고에서 올해 벌인 캠페인 주제는 “유네스코 세계 기념해에 등재된 대한민국”이었다. 2012년은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2013년은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의 해였다. 유네스코에서도 K-인물 행진중이다. 지난 12월 17일 인성부 동아리에서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전하는 7가지 메시지> 캠페인을 펼쳤다.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 가정공동체의 소중함,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등이 그 메시지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념인물 중 첫 번째 종교인이었다. 유네스코는 2년 전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하였다. 종교인으로서는 두 번째 경사다. 이를 기념하여 기획되었고, 논산인이 대거 참여하는 영화 “탄생”은 라파엘픽쳐스·민영화사가 제작 진행중이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