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호화가 김이훈의 충곡리벽화 이야기

놀뫼신문
2020-12-18

[탑정호화가 김이훈의 충곡리벽화 이야기]

산은 물이 되고

물은 바람이 되니 

바람은 하늘이어라


충곡리는 중요한 길목이다. 감곡리쪽에서 올 때, 우회전하면 탑정호수변생태공원이다. 조금 더 직진하면 신풍매운탕 등 매운탕집으로 유명한 탑정호이다. 좌회전하면 탑정호에 물을 대주는 산이다. 돈암서원에서 출발하여 충곡서원~백제군사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솔바람길은 수락산이다. 

충곡서원 들어가는 진입로에 충곡2리마을회관이 있다. 휙 스치고 지나가기 십상인 이 회관에 잠시 들러 보자. 회관 안쪽으로까지 걸어가보자. 짠~ 또다른 호수가 나온다. 아니, 벽면에 산과 물이 부닥치면서 물결 넘실댄다. 동네 어르신이 마을회관에서 나오시며 한 말씀 하신다. “이 그림 보고 있으면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텨~”

최근 등장한 이 벽화는 11월 초 시작하는 거 같더니 한달여의 작업 끝에 12월 초 마무리가 되었다. 벽화작업을 총괄한 탑정호 화가 김이훈을 하늘스케치 카페에서 만났다. 기자는 제목부터 물어보았다. <산은 물이 되고, 물은 바람이 되니, 바람은 하늘이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충곡리 벽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요?


2년 전, 우연히 충곡리 마을의 교회에 봉사하러 왔다가 인연이 되었습니다.  마을공동소유의 이곳 갤러리 카페와 작업장에서 작업한 지 2년이 흘렀네요~~ 한 해 동안 수시로 탑정호를 산책하며 구상도 하고 작업도 해왔습니다. 마을과 자연에서 받았던 좋은 에너지를 마음껏 작품에 열정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작가로서 마을을 위해 별로 해준 것이 없었기에 마음 한 켠에 늘 빚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올해 초 “논산시 예산으로 벽화를 해줄 수 있느냐”는 마을분의 제안이 있었고, 선뜻 승낙을 하게 된 상황입니다. 11월 초 일단 마을회관 전체 도색하는 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벽화는, 전면보다 측면에다가 그렸습니다.


다른 데 벽화와 격이는 다른 느낌입니다. 작가의 개성 외에도 여러 면에서 차별화가 느껴지는데요....


일반적으로 벽화는 완성된 형상을 위해 시작부터 형상을 그리며 진행합니다. 그런 것에 비해 우리동네 벽화는 오리무중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대체 무엇을 그리는지 중반까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요^ 

빨강, 파랑, 노랑 삼원색이 산발적으로 불규칙하게 화면을 가득 채워갔습니다. 그림을 진행하면서 서서히 하늘이 되고 산이 되고 물이 되며, 그러한 진행방식으로 산은 물이 되고, 또 물은 하늘이 되는 작업으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동네분이나 동참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암중모색였겠네요? 사전 귀띔도 안 해주고... “우리 동네 화가는 독재”라는 소리 안 들었나요?^


정반대죠!^ 이번 벽화프로젝트를 통해  벽화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든 함께 동참해서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예술에 대한 생각의 접근성을 시도하였습니다. 

“마을의 자랑이 될 만한 작품성있는 벽화가 우리 마을에도 있다”는 자긍심이 마을사람들에게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을을 떠난 이들에게도, 또한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도 인상적인 추억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요....


그런 마음이 전제되었다면, 전문가나 제자들에게 일임하는 관행과 충돌할 거 같은데요? 실제 작업은 어떻게 진행해나갔는지요?


일단 마을분들과 지역의 작가, 그리고 대전의 지인 몇 분이 오셔서 초반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중간에 전공하신 분은 빠지고, 마을분들 위주로 단색을 한통씩 들고 화면 전체를 터치로 칠하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칠하면서 모두들 그림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감은 없었고, 그냥 생각없이 칠하도록 만 당부 들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 화면에 색들이 겹쳐 칠해지면서부터는 풍경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칠한 색을 찾으며 동참에 대한 즐거움을 함께 공유할 수가 있었습니다. 


차별화가 과정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 얘긴가 보네요? 그런데 아무리 멋지고 의미 깊은 벽화도 몇 해 지나나 보면 변색이나 퇴색이 되면서 진가가 떨어져 보이던데요ㅜm


보존성을 위해서 기존 페인트는 밑칠용으로만 사용하였고요.... 그림은 모두 아크릴릭 물감으로 그렸습니다. 작품 수명의 핵심이 되는 밑바탕에는 바인더를 2회 칠하였고, 그 위에 수성페인트를 한번 더 올렸습니다. 완성작 후에는 매트바니쉬로 보호피막을 입혀서 자외선과 외부 비바람의 자극에도 보존성 유지되도록 공을 들였습니다. 


작업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는군요. 이제는 작품 자체로 돌아와서요, 이 작품을 통하여 내놓거나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가 강력했을 거 같은데요?


여기, 한켠에 제목 써놓았는데 보이나요?  (벽에 코를 대고 보니까 색맹검사종이처럼“산은 물이 되고, 물은 바람이 되니, 바람은 하늘이어라”가 가까스로 부상한다.)

우리는 하나의 생명이면서 동시에 50조의 세포들로 이루어진 완전체입니다. 자연도 산과 물과 하늘처럼 하나의 호흡으로 살아서 역동하잖아요? 그러한 자연이 살아 숨쉬는 탑정호 호수의 생명이 이곳 충곡리마을에도 생명력 가득한 장소로 거듭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작업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풍경화에서 보여지는 즐거움은 멋진 노을풍경이나 오리들이 날아오르는 역동적인 모습들, 또는 사실적인 묘사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묘사력 등일 겝니다. 나는 이런 즐거움보다는 하늘이 보이고 물이 가득한 화면으로 일관하였습니다. 30여년 작업하며 이룩해온 작업방식을 그대로 벽화작업에도 적용하여 칠하기, 흘리기, 겹치기의 기법으로 완성도를 높여보았습니다. 작가로서 자연이 있는 시골에 와서 작업하며 누리는 생명력이 마을의 모든 분들과 공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벽화는 동네벽을 타고 쭉~쭉~ 이어지는 맛도 솔솔치 않은데, 단일품처럼 보여서 아쉽네요. 향후 벽화를 통하여 더 그려내고 싶은 내용이나 공간이 있다면요?


마을을 가로지르는 수로가 부자연스러워 보여요. 우리 동네 에는 자연경관에 최대한 동화되고 어우러지면서도 담백한 ‘충곡리 벽화’가 충곡스러운 거 같아요^ 

공간은 마을벽일 수도 있지만, 여기 카페는 상설전시장으로서 가변성이나 가성비가 돋보이는 거 같아요!^ 

마을공동소유인 이곳 갤러리 카페는 장사보다는 작업과 갤러리를 통한 전시가 주목적이었습니다. 동네 우물이 남아 있고 그야말고 우물가인 #하늘스케치  이 카페는, 접근성을 위해 더치커피와 핸드드립 정도만 간단하게 마시는 공간으로 운영중입니다. 

지난 2년여, 나는 이곳 하늘스케치갤러리에서도 개인전 등 다양한 소통의 시도를 진행해 왔습니다. 2019년 바람의 언덕 갤러리에서는 탑정호를 중심으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탑정호 자연의 생명력을 좀더 깊이있게 호흡할 수 있는 작품으로 지역분들과 소통하며 보답하고 싶습니다. 


각자의 5관으로 소통하고 느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입으로 본인의 작품세계를 좀쉽게,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주신다면요?


그동안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관념 속 풍경을 형상화해왔던 편입니다. 2018년 논산에서 시작한 작업 이후 작업들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관념 속의 풍경과 현실(자연)의 공간이 접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 개인전에서는 티끌이면서 한편으로 생명의 원천일 수 있는 흙으로 작업을 이야기했다면, 이후에는 흙이라는 재료에서 빛에 대한 이야기로 점차 접근해가는 과정입니다. 내게 있어서 ‘빛’은 물리적으로는 파장과 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또한 무한한 색의 향연으로 가득한 신비로운 세계입니다. 그러한 빛이 화면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재료의 연구와 표현의 연구를 병행하며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먼저 재료의 연구에서는.... 수채화물감의 투명성을 이용해서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을 입자 형식으로 터치를 반복하며 겹쳐서 칠하며 화면의 밀도를 쌓아감에 따라 화면이 밝아지는 과정으로 진행합니다. 표현의 연구에서는.... 화면의 물성적 밀도, 즉 빛의 요소로 진행되어지는 과정에서 우연의 공간을 발견하듯이, 화면의 풍경을 구성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습니다. 나에게 있어 하늘은 물성적 빛의 향연이면서 심미적 위로의 대상이다. 그러한 하늘을 그리기 위해서, 물과 대지는 늘 친구처럼 함께 등장하는 이웃입니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