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김수환추기경 어린시절 영화 ‘저 산 너머’

놀뫼신문
2020-04-22

[문화가산책] 김수환추기경 어린시절 영화 ‘저 산 너머’ 

김추기경의 논산영화 『저 산 너머』 4월말 개봉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가  개봉박두, 마침내 4월 30일 전국 개봉관에서 일제히 상영된다. 작년 4월 상월면 숙진리에서 크랭크인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연산읍 표정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할아버지 김익현의 생가이다. 영화 주촬영지는 그 옆 동네 숙진리이다. 논산영화인 ‘저 산 너머’는 전국 첫 시사회를 논산으로 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하여 연기되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개봉되는 이 ‘가족 영화’는 당분간은 논산에서 만나기 어렵다. 논산에 있는 영화관 자체가 폐쇄 상황인지라 대도시로 나가야 한다. 개봉을 앞둔 25일, 하루만 논산을 찾는다. 

이 영화의 메가폰은 영화 『해로』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최종태 감독이 잡았다. 최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선배로서 둘 사이의 친분이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김추기경의 어머니로 분한 이항나는 봉감독이 추천한 배우였다. 이 외에 영화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안내상, 강신일, 송창의, 이열음이 관객들을 100년 전으로 끌고간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아역 배우 이경훈은 26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철부지 동심이다.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마음밭 특별한 씨앗을 키워간 꿈 많은 7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무비다. 감독은 최종태, 제공 아이디앤플래닝그룹, 제작 리온픽쳐스, 배급 리틀빅픽처스이다. 아이디앤플래닝그룹 남상원 회장은 김홍신문학관 건립에 이어 이 영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논산출신 문화사업가이다. 김홍신 작가는 김수환 추기경 생존시 각별한 사이였다고 술회한다. 감동어린 영화를 네 번 연속 보고서 썼다는 김홍신 작가의 추천사가, 또하나의 감동어린 압권으로 다가온다. 



[김홍신의 영화 『저 산 너머』 추천사]

우리 가슴을 다독여 줄 영혼의 소리



어두운 시절, 한 줄기 희망의 횃불로 우리 세상을 기쁘게 해준 큰 스승 故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 11주기에 다시 우리들 곁으로 자박자박 다가오셨다.

마흔 일곱 나이에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연소로 추기경에 오른 김수환 추기경은 2019년 4월 ‘세계선교모범 14인’에 선정되어 서울대교구에서 성인시복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작고 궁핍했던 대한민국에서 세계종교사상 위대한 성직자가 탄생한 것은 기적 같다고 했다.

정채봉 선생의 책 『저 산 너머』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애잔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추기경 선종 뒤에 발간했다. 추기경께서 살아 생전에는 출간하지 않기로 다짐받은 명저이다. 2009년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고 그 분의 사랑을 크게 받았던 내가 경향신문에 추모사를 썼고 KBS에 출연하여 추억담을 회고하기도 했다.

2019년 봄날에 추기경 선종 10주기 기념으로 영화 촬영이 시작됐고 선종 11주기인 금년 봄에 개봉한다기에 마음 여미고 네 번이나 시사회를 찾았다. 다큐멘터리일 거라는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영상은 그림인 듯 환상인 듯했고 내용은 서정시인 듯 서사인 듯 가슴 울렁이게 했다. 험한 세상사를 따뜻하게 승화시킨 감독의 시선은 해맑고 경쾌했다. 외로운 이를 껴안아 주고 슬픈 이를 다독여주며 울고 싶은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여 울적한 마음을 쏟아버리게 만드는 마력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사태로 답답한 사람들에게 ‘저 산 너머’에 반드시 희망과 자유가 있다는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영화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지극한 사랑과 인류애와 참자유와 진실한 사랑의 가치를, 우리 시대를 가장 아름답게 관통한 김수환 추기경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람마다 ‘고통 채널’이 있기 마련이다. 고통채널을 ‘희망 채널’로 바꾸어준 선각자의 혼울림을 알려준 영화 ‘저 산 너머’를 처음 보면서 일 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한꺼번에 다 쏟아버렸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영상미에 반하고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정신력을 배웠다. 세 번째는 시대를 이끄는 힘과 그 울림으로 더불어 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네 번째는 추기경께서 남긴 ‘바보’라는 화두가 신비로운 비밀로 다가왔다.

영화 ‘저 산 너머’가 논산에 자리잡은 ‘김홍신문학관’에 촬영 본부를 두고 제작했기에 내게 큰 기쁨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김홍신문학관을 아무 조건없이 기부한 남상원 회장이 사비 전액을 출연하여 영화를 만들었기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남 회장이 불교신자임에도 아낌없이 투자했을 뿐 아니라 부처님 오신 날인 4월 30일에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이 더욱 기뻤다. 종교를 뛰어넘는 참 따스한 품앗이 사상이 우리민족의 근본이라는 자긍심을 느꼈다.

시사회 뒷풀이를 하는데 남 회장이 ‘김수환 추기경님의 자손이 된 느낌’이라며 가톨릭으로 개종할지 고민한다고 하자 유경촌 보좌주교께서 “그 마음이 이미 신자가 된 것이니 아니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세상 최고의 가치는 진실(眞實)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2019년 논산 돈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돈암서원의 상징적 인물은 조선조 예학의 선구자이자 큰 선비인 김장생 선생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바로 김장생 선생의 11대손이라는 걸 남회장이 밝혀냈다. 

그래서 논산시 연산면 표정리 조부 김익현의 생가터를 찾아냈고 근처에 땅을 빌려 추기경 어린 시절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장으로 활용했다. 더 아름다운 사연도 많지만 그 중 한 가지만 밝히자면 영화 마지막 촬영 장소가 고창 선운사 말사인 도솔암 아래의 동굴인데, 김대건 신부가 최초로 미사를 집전한 장면을 그곳에서 촬영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마음 가다듬는 게 절실하다. 이럴 때 우리 가슴을 다독여 줄 영혼의 소리가 필요하니 따뜻한 가족 영화를 관람하며 외로움을 감싸줄 혼울림의 영화 ‘저 산 너머’에 푹 빠져보길 권한다.

내 마음을 추스르며 ‘저 산 너머’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영화 『저 산 너머』제작진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뜨거운 박수와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