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오월, 이 아름다움의 끝은 어디인가?

놀뫼신문
2024-05-13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오월,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먼 산을 바라본다.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인간의 문명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나날이 푸르러가며 새로운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신록의 오월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까지도 맑고 향기롭다.

우리가 비록 가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려 녹음을 스쳐오는 오월의 태양은 곧 모든 것을 가져다줄 듯하지 아니한가?

더할 나위 없는 맑은 하늘과 신록으로 옷을 입은 탑정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받은 크고 무거운 짐 벗어놓고 가라 한다. 그리고 논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머금고 있는 강경포구 역시 오월의 태양 속에서 새 단장이 한창이다.

오월은 그 아름다움 만큼 날씨도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한 컷의 사진을 위한 기다림은 인내의 연속이다. 그 기다림과 인내를 마다하지 않은 여병춘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 전한다. 피천득 시인의 ‘오월’ 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 풍광을 독자에게 보내드리려는 노회한 편집장의 아집 또한 이해 바란다.


 [탑정호] 






오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 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 수필집 「인연」中




 [강경] 


전영주 편집장

여병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