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근대의 시간 위에 예술을 입히다…‘2026 강경국가유산야행’

2026-08-08

8월 28~29일·9월 4~5일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서 4일간 개최

근대 건축물·골목 따라 펼쳐지는 버스킹…전국 130여 예술단체 지원

고양이와 예술의 특별한 만남 ‘묘한 야행’…15개 창작 브랜드 참여

도슨트와 걸으며 만나는 강경의 역사…스탬프 모으면 ‘강경통보’ 제공

e1fcabbb01654.jpg



낮의 강경이 근대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라면, 해가 진 뒤의 강경은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야외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오래된 건물에 조명이 내려앉고 골목마다 음악이 흐른다. 한쪽에서는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다른 골목에서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과 아기자기한 창작상품을 만난다. 도슨트를 따라 천천히 거리를 걷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 하나, 골목 하나에도 강경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근대문화유산을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걷고, 듣고, 체험하고, 즐기는 야간 문화콘텐츠로 풀어낸 ‘2026 강경국가유산야행’이 오는 8월 28~29일과 9월 4~5일, 총 4일간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 일원에서 펼쳐진다.

(재)논산문화관광재단(이사장 백성현)이 마련한 올해 야행은 야경(夜景)·야로(夜路)·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設) 야숙(夜宿) 야식(夜食) 야시(夜市) 등 ‘8야(夜)’를 중심으로 강경의 근대역사와 문화예술을 연결한다.

특히 거리 버스킹과 고양이 작가 팝업스토어 ‘묘한 야행’, 강경역사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도슨트 투어 등은 올해 강경야행의 색깔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골목마다 음악이 흐른다…130여 팀 몰린 ‘거리 버스킹’


올해 강경야행의 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줄 것은 골목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 버스킹이다.

버스킹 공연 모집에는 논산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전문 예술단체 약 130개 팀이 지원했다. 재단은 심사를 거쳐 지역 예술인과 전국의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고르게 선발해 무대를 꾸민다.

공연장은 별도로 마련된 하나의 대형 무대에 집중되지 않는다.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 일원에 총 5개 공연구역(ZONE)을 마련하고 관람객들이 골목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공연을 만나도록 구성했다. 대중음악부터 재즈, 마술, 퍼포먼스 등 장르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강경의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 공연의 배경이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역사적인 건축물과 골목, 야간조명 그리고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일반 공연장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강경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정해진 객석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음악을 만나고, 또 다른 골목으로 이동해 새로운 공연을 즐기는 방식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연장이 되는 셈이다.


강경 골목의 오랜 친구 ‘고양이’…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올해 야행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묘한 야행’이다.

단순히 고양이가 귀여워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아니다. 여기에는 과거 상업도시 강경의 생활사가 담겨 있다.

강경은 포구를 중심으로 곡식과 각종 물자가 활발하게 오가던 도시였다. 많은 물품이 창고에 쌓였고, 그곳에서 쥐를 잡으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존재가 바로 고양이였다.

‘묘한 야행’은 이처럼 강경의 창고와 골목을 지켰던 고양이를 현대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로 다시 불러낸 프로그램이다.

행사에는 전국의 고양이 창작 브랜드 15개가 참여한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그림과 포스터를 비롯해 키링·엽서·스티커·도자기·패브릭 제품·액세서리·생활소품 등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작품과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단순한 작품 전시나 상품 판매에 머물지 않는다.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전시와 판매, 체험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묘한 야행’은 행사 기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된다.

강경이라는 도시가 가진 역사적 이야기에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고양이와 캐릭터, 창작상품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국가유산 활용사업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냥 지나쳤던 건물도 이야기를 알고 보면 달라진다


강경야행을 조금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도슨트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논산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강경역사문화연구원이 운영하는 도슨트 투어는 야행의 주요 지점을 직접 걸으면서 강경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강경은 한때 전국적인 상업도시로 번성했던 곳이다. 도시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을 보여주는 근대 건축물과 역사문화자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설명 없이 건물만 바라본다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도슨트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들려준다.

참가자들은 야행의 스탬프 투어 주요 지점을 따라 이동하며 각각의 장소에 담긴 역사를 듣는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춘 해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더했다. 스탬프 투어를 완료하면 행사 전용 화폐인 ‘강경통보’를 리워드로 받을 수 있다.

강경통보는 1,000원권으로 행사장 일대에서 프로그램을 체험하거나 물품 등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역사탐방을 지역 상권과 행사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장치인 셈이다.

도슨트 투어 사전 신청은 8월 7일부터 21일 오후 4시까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진행되며 회차별 정원이 차면 마감된다. 행사 당일 예약 취소 등에 따른 잔여 인원이 있을 경우 현장 접수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재를 보는 밤’에서 ‘도시를 경험하는 밤’으로


강경국가유산야행의 진짜 주인공은 특정 공연이나 행사가 아니라 어쩌면 ‘강경이라는 도시 그 자체’인지 모른다.

근대건축물을 배경으로 음악을 듣고, 오래전 강경의 창고를 지켰던 고양이를 현대 예술작품으로 만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골목의 시간을 따라 걷는다. 역사와 공연, 예술, 체험, 관광을 하나의 동선에 담아낸 것이다.

특히 야간이라는 시간도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낮에 보던 오래된 건물도 조명을 만나면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고, 평범했던 골목도 음악과 사람들이 더해지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한다.

지진호 논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아름다운 야경 속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은 강경국가유산야행의 큰 매력 중 하나”라며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강경의 특별한 밤을 즐기길 당부했다.

또한 “강경의 거리를 직접 걸으며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유산과 야행이 어우러진 특별한 밤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00년의 시간을 품은 근대 건축물, 포구와 시장으로 이어진 상업도시의 기억, 고양이가 뛰어다녔을 오래된 골목, 그리고 그 골목을 다시 채우는 음악과 사람들.

2026년 늦여름, 강경의 밤은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옛것과 오늘의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거리로 다시 깨어난다.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