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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는 기행문을 가르치고 써보게 한다. 성장하고 졸업한 후 여행 기회가 많아지면서 기록의 형태는 다양해진다. 여행지마다 사진 찍느라고 난리인 풍경의 연출 주인공들이 된다. 그 사진들이 SNS를 뒤덮는다. 블로그에서는 사진마다 글이 붙기도 하고,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은 세분화를 거듭한다. 이 모든 게 개취요 자유다. 다만 글로 기록하는 사람의 인구증가율은 과히 높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이 추세는, 문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성싶다. 문학기행은 개인적으로도 떠나지만, 문인협회나 문학서클, 문화원 등은 경비를 지원받아 단체로 하기도 한다. 제도권에 들어온 느낌이다. 5월 16일, 당진의 나루문학회에서 논산을 찾았다. 하루 종일 논산에 머물렀는데 오전은 김홍신문학관에 머물렀다. 오후 1시 옛날집에서 점심 푸성귀 즐긴 다음 관촉사를 들렀다. 그 후에는 종학당으로 향했다. 마침 그날은 파평윤씨 종중회의가 열렸고 오후에는 종학당 해설로 이어졌다. 그 시간대 도착한 나루문학회는,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종학당 이모저모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행운은 정수루로 이어졌다. 음풍농월하기에는 이른 낮 시간, 화랑도처럼 거닐면서 시 낭송하고 음료도 즐기는 유유자적의 오후 한때 풍류를 한껏 즐기다 귀가길에 올랐다. 10여 명 단촐한 일행 속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두드러졌다. 교사출신의 7순할머니, 초3인 손녀는 어느날 훌쩍 논산으로 조손동행을 했다. 옛 선비들이 노닐던 누각에서 대한민국 천혜비경 저수지를 내려다 보며 산바람을 휘감았다. 자연이 주는 호사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니고, 바람을 잡고 펜을 잡았다. 어디 그 초딩뿐이랴~ 나루문학터에 유유히 떠있는 ‘문학기행’호들도 논산고기들을 줄줄 건져올렸다. <그 퍼덕이는 낚과물들을> 그물에 담긴 날것 그대로 풀어놓는다.
- 이진영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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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나루문학회 논산 문학기행 네 편 컬렉션

“아저씨, 작가님 호가 모루라는데, 모루가 뭐예요?”
[정수민 초딩의 문학기행문]
- 언제 – 26년 5월 16일 화요일
- 어디서 – 나루문학회 문학기행을 간다고 해서
- 누구랑- 할머니 양내승과 외손녀 정수민
- 기대 – 문학관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궁금
- 교통편 – 부회장님의 자가용과 회장님의 자가용으로 나누어 타고 감
- 보고 느낀 것 – 휴게실마다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았다
일곱 살 때부터 외할머니를 따라서 시를 써왔다. 나루문학 기행을 김홍신 문학관으로 간다고 해서 어떤 시인일까 궁금했다. 직접 가서 보니 대발해라는 책을 썼고, 지금까지 141권을 썼다고 들었다. 천장까지 닿는 책장에 책이 가득해서 놀랐다. 이 다음에 더 크면 그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시집을 내려고 자주 쓰고 있는데, 빨리 시를 많이 써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큰 징도 쳐봤다. 살짝 쳤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웠다.
은진미륵 부처님도 보았다. 계단을 올라갔는데, 엄청 큰 부처님이 있었고, 동양에서 제일 큰 부처님이라고 해서 놀랐다.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듣기 위해 귀가 크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소원을 말했다. 할머니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얼른 시를 써서 할머니랑 시집을 내고 싶다고.
나루문학 회장님은 나를 항상 챙겨준다. 시를 같이 읽어서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도 많이 주셔서 배부르고 좋았다. 할머니랑 문학기행을 해서 너무너무 즐거웠다.
- 정수민(초등 3학년)

문학관 뒤란에 있는 산아래 연못에서 ‘오우가’ 구가하며

종학당 정수루에 올라 몸과 마음, 삶의 봇짐들 풀어놓다
[대우받는 기분의 감사여행, 짧게나마 기록]
나루문학기행의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 일정을 계획하신 회장님의 준비가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나눠 주신 인쇄물은 김홍신문학관 기획 실장님께서 놀라실 만큼이었고 한 번 듣고 흘리기엔 아까운 정보들을 눈으로 확인하니 꽤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문영호 부회장님께서 챙겨 오신 다기에 차를 내어주신 시간은 김미송부회장님의 말씀처럼 매우 몹시 대우받는 기분까지 들었고요. 동행해 주신 회원님들과 찬조로 마음 나눠 주신 분들과 운전으로 더 애써 주신 회장님과 문부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문학회 이름에 걸맞게 현장을 방문하고 작품을 나누고 마음이 함께한 나루문학기행!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면 좋겠다는 소망이 깊어졌습니다.
- 이지영 회원
[문학의 향기를 따라서]
하늘이 맑은 아침, 우리는 길을 떠났다. 논산의 김홍신 문학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초록빛 잎새가 산천을 수놓는 계절의 수를 따라 점점 가벼워졌고, 길을 따라 달려 도착한 문학관은 마음의 도착지처럼 다가왔다.
문학관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숨결을 살피는 이들이 먼저 우리를 맞았다. 이진영 기획실장님의 해설과 함께, 이수영 서예가님의 선처럼 정성스러운 손길이 문학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문학기행 자료집을 준비한 김선순 회장님의 수고로움이 이곳의 깊이를 더했고, 덕분에 우리는 문학의 흐름을 더 밀도 있게 느낄 수 있었다.
문학관 건립은 건축가 한 사람의 의지와 수많은 손길이 엮여 이루어졌다. 이진영 기획실장님의 해설은 김홍신 작가의 삶과 문학관의 공간을 잇는 다리가 되었고, 도움의 손길은 오늘의 이 자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김선순 회장님의 작품 설명은 우리의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고, 펜으로 평생을 함께한 선생의 땀방울이 열매를 이루어 문학관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모습은 가슴을 울렸다.
김홍신 작가는 우리에게 삶과 문학의 관계를 깊이 되새기게 한다. 그의 삶은 단순한 글쓰기의 연속이 아니었다. 시인과 소설가, 정치인과 방송인으로서 다채로운 틀을 넘어, 한 인간의 깊은 고민과 끈질긴 집필의 의지가 대하소설과 역사적 대작을 탄생시켰다. 인고의 세월을 지나 오늘의 문학관에 그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학관 태징의 여운을 느긋 느끼며
<태징—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징> 그 소리는 내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며 대나무 숲을 지나고 푸른 숲을 넘었다. 마치 창공에 퍼지고 작가의 글이 대발해에 넘나들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문득 세상의 모든 울림을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했다. 그러나 이곳 문학관의 책들 속에서 아직도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가 남아 있고, 글의 향기가 여전히 우리를 이끈다. 작은 언덕 위의 공간에서 이수영 서예작가의 기타 연주가 흐르고, 그 음악에 맞춰 들려오는 노래는 문학관을 감싸며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선물로 남겼다.
<관촉사~종학당> 오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맛본 콩나물 비빔밥은 옛날 우리 엄마의 솜씨를 떠올리게 했다. 점심의 따뜻한 한 끼를 지나 관촉사 은진미륵 불상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설사님의 말씀처럼, 큰 귀를 가지신 은진미륵은 모든 작은 목소리까지 듣고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따뜻한 이야기가 우리를 안심시켰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종학당이었다. 옛 선비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그 가르침의 맥을 오늘의 우리 삶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종학당 누각의 차와 더불어 들려온 클라리넷 연주는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게 해 주었고, 우리 회원들 간의 대화 속에서 뜻깊은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이번 나루문학 기행은 회장님의 손수 준비한 맛있는 먹거리로 입맛까지 즐거웠고, 종학당에서의 차 한 모금, 관촉사에서의 고요한 숨, 문학관에서 마주한 작가의 삶—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 우리의 마음에 남았다.
오늘의 여정은 끝나지만, 문학의 길은 계속된다. 나루문학 기행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길에서도 김홍신 작가의 삶과 작품이 우리를 깊이 있게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글을 쓰는 것은 "영혼의 상처를 다스리고 향기로 남기는 일"이라는 김홍신 작가의 삶, 영원히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 문영호(부회장)

[문학을 만나고, 나를 묻고 고요 속에 머무는 하루]
당진에서 46년의 긴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나루문학회는 해마다 한 번씩 문학기행을 떠난다.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회원 간의 친목을 다지며, 문학 속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시간이다. 올해 나루문학회가 향한 곳은 논산이었다.
이번 문학기행은 김홍신문학관을 중심으로 관촉사 은진미륵, 그리고 종학당까지 이어졌다. 주제는 “삶을 견디며 써낸 문학, 기다림과 침묵, 배움과 수양의 정신.” 우리는 논산이 품고 있는 문학과 역사, 정신의 결을 따라 걸으며 오늘의 나를 조용히 돌아보는 하루를 보냈다.
문학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지나간 자리, 오래 침묵하던 돌과 나무, 배움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공간을 걸으며 결국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다. 누군가 견디며 살아낸 시간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문학은 어쩌면 “잘 쓰는 기술” 이전에 “깊이 살아내는 힘”인지도 모른다.

작은도서관으로도 활용되는 김홍신문학관 3층 문학전망대에서
<김홍신문학관> 먼저 찾은 김홍신문학관의 책장은 천장 끝까지 빼곡했다. 한 사람의 생애가 저토록 많은 문장으로 쌓일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오래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책들은 단지 종이가 아니라 시대를 견디며 건너온 시간의 층위처럼 느껴졌다.
김홍신 작가는 141권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기록해왔다. 그의 삶은 ‘쓴다’는 일이 얼마나 치열한 견딤의 과정인지를 보여준다. 가난과 상처, 시대의 모순 속에서도 그는 사람을 향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이 흐른다.
1981년 발표된 『인간시장』은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작품의 진짜 힘은 판매량에 있지 않았다. 억압과 부조리로 가득했던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장총찬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분노와 상처를 발견했다. 김홍신은 문학을 통해 묻는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문학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문학관은 “바람으로 지은 집”이라고 한다. 여기서 바람은 세월 속에서 견뎌온 삶의 고비이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바람을 담아내는 공간, 그것이 문학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문학관은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품고 낮은 자세로 사람 곁에 머무는 휴머니즘 문학의 집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문학관의 상징 이미지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까만 원과 빨간 원이 부분집합처럼 나란히 놓여 있는데, 이는 평생 만년필로 글을 써온 작가의 잉크방울과 긴 시간 자신의 몸을 혹사하며 흘린 핏방울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숙연해졌다. 한 권의 책 뒤에는 한 사람의 고통과 인내, 그리고 삶 전체가 스며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학관을 안내해준 이진영 실장님의 해설은 유쾌하면서도 깊은 통찰이 있었다. 김홍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쉽고 따뜻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학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려는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번 문학기행은 사람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논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예가 이수영 작가님은 이른 시간부터 문학관에 나와 회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사진 촬영은 물론 기타 연주와 노래 선물까지 더해주며 문학기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들 속에서 일렁이는 마음들이 문학이 되고, 문학은 결국 사람과 더불어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침묵과 기다림의 시간 은진미륵> 문학관을 나와 찾은 관촉사 은진미륵은 또 다른 울림이었다. 관촉사로 오르는 계단은 복잡한 마음을 하나씩 내려놓게 했다. 갑작스럽게 뜨거워진 날씨 속에서도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미륵님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주한 거대한 은진미륵은 압도적인 크기로 하늘을 담고 서 있었다.
고려 광종 시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은진미륵은 천 년 가까운 시간을 한자리에서 견뎌왔다.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묵묵히 품어온 존재다. 우리는 그 앞에서 문득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견디며 살아왔는가.” 삶에는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시간들이 있다. 기다림의 시간, 침묵의 시간, 홀로 지나야 하는 시간들. 은진미륵은 그 긴 시간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종학당의 고요는 우리에게 묻는 것> 관촉사의 미륵님을 뒤로하고 우리는 종학당으로 향했다. 종학당은 파평윤씨 종가에서 세운 사설 학당이다. 오래된 한옥과 넓은 마당을 바라보며 예전 한 종가가 지녔을 삶의 품격과 무게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공간의 고요함이었다. 나루문학회원들은 오래된 마루에 함께 둘러앉았다. 사방으로 펼쳐진 자연 풍광과 바람 속에서 우리는 잠시 시간을 잊었다. 아마도 옛 학생들 역시 이 자리에서 자연과 우주, 인간의 도리를 배우며 마음을 닦아갔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김홍신 문학세계를 이야기했다. 그의 시와 아포리즘을 함께 읽고 나누며 문학은 결국 삶을 깊이 바라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문학도 없다”, “잘 쓴 글보다 오래 살아낸 삶이 더 깊은 문장을 만든다”는 문장들로 회원들과 오늘을 소중히 담았다.
종학당은 단지 글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었다. 삶의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곳이었다. 조선의 선비들이 학문과 인격을 분리하지 않았듯, 문학 또한 결국 사람을 깊게 만드는 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우리는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배우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은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학당의 고요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번 논산 문학기행은 단순한 하루 여행이 아니었다. 문학과 역사, 사람과 사람의 온기가 함께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우리는 논산에서 문학을 만났고, 사람을 만났고, 결국 오늘의 자기 자신을 만났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가난을 견디고, 누군가는 외로움을 견디며, 또 누군가는 기다림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문학은 어쩌면 그 견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김홍신은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고, 은진미륵은 천 년 동안 침묵으로 기다렸으며, 종학당은 배움이 사람을 깊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문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살아낸 하루, 끝내 포기하지 않은 마음,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시선 속에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논산은 조용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 김선순(회장)
학교에서는 기행문을 가르치고 써보게 한다. 성장하고 졸업한 후 여행 기회가 많아지면서 기록의 형태는 다양해진다. 여행지마다 사진 찍느라고 난리인 풍경의 연출 주인공들이 된다. 그 사진들이 SNS를 뒤덮는다. 블로그에서는 사진마다 글이 붙기도 하고,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은 세분화를 거듭한다.
이 모든 게 개취요 자유다. 다만 글로 기록하는 사람의 인구증가율은 과히 높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이 추세는, 문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성싶다. 문학기행은 개인적으로도 떠나지만, 문인협회나 문학서클, 문화원 등은 경비를 지원받아 단체로 하기도 한다. 제도권에 들어온 느낌이다.
5월 16일, 당진의 나루문학회에서 논산을 찾았다. 하루 종일 논산에 머물렀는데 오전은 김홍신문학관에 머물렀다. 오후 1시 옛날집에서 점심 푸성귀 즐긴 다음 관촉사를 들렀다. 그 후에는 종학당으로 향했다. 마침 그날은 파평윤씨 종중회의가 열렸고 오후에는 종학당 해설로 이어졌다. 그 시간대 도착한 나루문학회는,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종학당 이모저모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행운은 정수루로 이어졌다. 음풍농월하기에는 이른 낮 시간, 화랑도처럼 거닐면서 시 낭송하고 음료도 즐기는 유유자적의 오후 한때 풍류를 한껏 즐기다 귀가길에 올랐다.
10여 명 단촐한 일행 속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두드러졌다. 교사출신의 7순할머니, 초3인 손녀는 어느날 훌쩍 논산으로 조손동행을 했다. 옛 선비들이 노닐던 누각에서 대한민국 천혜비경 저수지를 내려다 보며 산바람을 휘감았다. 자연이 주는 호사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니고, 바람을 잡고 펜을 잡았다. 어디 그 초딩뿐이랴~ 나루문학터에 유유히 떠있는 ‘문학기행’호들도 논산고기들을 줄줄 건져올렸다. <그 퍼덕이는 낚과물들을> 그물에 담긴 날것 그대로 풀어놓는다.
- 이진영 편집위원
2026년 나루문학회 논산 문학기행 네 편 컬렉션
“아저씨, 작가님 호가 모루라는데, 모루가 뭐예요?”
[정수민 초딩의 문학기행문]
일곱 살 때부터 외할머니를 따라서 시를 써왔다. 나루문학 기행을 김홍신 문학관으로 간다고 해서 어떤 시인일까 궁금했다. 직접 가서 보니 대발해라는 책을 썼고, 지금까지 141권을 썼다고 들었다. 천장까지 닿는 책장에 책이 가득해서 놀랐다. 이 다음에 더 크면 그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시집을 내려고 자주 쓰고 있는데, 빨리 시를 많이 써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큰 징도 쳐봤다. 살짝 쳤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웠다.
은진미륵 부처님도 보았다. 계단을 올라갔는데, 엄청 큰 부처님이 있었고, 동양에서 제일 큰 부처님이라고 해서 놀랐다.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듣기 위해 귀가 크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소원을 말했다. 할머니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얼른 시를 써서 할머니랑 시집을 내고 싶다고.
나루문학 회장님은 나를 항상 챙겨준다. 시를 같이 읽어서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도 많이 주셔서 배부르고 좋았다. 할머니랑 문학기행을 해서 너무너무 즐거웠다.
- 정수민(초등 3학년)
문학관 뒤란에 있는 산아래 연못에서 ‘오우가’ 구가하며
종학당 정수루에 올라 몸과 마음, 삶의 봇짐들 풀어놓다
[대우받는 기분의 감사여행, 짧게나마 기록]
나루문학기행의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 일정을 계획하신 회장님의 준비가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나눠 주신 인쇄물은 김홍신문학관 기획 실장님께서 놀라실 만큼이었고 한 번 듣고 흘리기엔 아까운 정보들을 눈으로 확인하니 꽤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문영호 부회장님께서 챙겨 오신 다기에 차를 내어주신 시간은 김미송부회장님의 말씀처럼 매우 몹시 대우받는 기분까지 들었고요. 동행해 주신 회원님들과 찬조로 마음 나눠 주신 분들과 운전으로 더 애써 주신 회장님과 문부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문학회 이름에 걸맞게 현장을 방문하고 작품을 나누고 마음이 함께한 나루문학기행!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면 좋겠다는 소망이 깊어졌습니다.
- 이지영 회원
[문학의 향기를 따라서]
하늘이 맑은 아침, 우리는 길을 떠났다. 논산의 김홍신 문학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초록빛 잎새가 산천을 수놓는 계절의 수를 따라 점점 가벼워졌고, 길을 따라 달려 도착한 문학관은 마음의 도착지처럼 다가왔다.
문학관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숨결을 살피는 이들이 먼저 우리를 맞았다. 이진영 기획실장님의 해설과 함께, 이수영 서예가님의 선처럼 정성스러운 손길이 문학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문학기행 자료집을 준비한 김선순 회장님의 수고로움이 이곳의 깊이를 더했고, 덕분에 우리는 문학의 흐름을 더 밀도 있게 느낄 수 있었다.
문학관 건립은 건축가 한 사람의 의지와 수많은 손길이 엮여 이루어졌다. 이진영 기획실장님의 해설은 김홍신 작가의 삶과 문학관의 공간을 잇는 다리가 되었고, 도움의 손길은 오늘의 이 자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김선순 회장님의 작품 설명은 우리의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고, 펜으로 평생을 함께한 선생의 땀방울이 열매를 이루어 문학관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모습은 가슴을 울렸다.
김홍신 작가는 우리에게 삶과 문학의 관계를 깊이 되새기게 한다. 그의 삶은 단순한 글쓰기의 연속이 아니었다. 시인과 소설가, 정치인과 방송인으로서 다채로운 틀을 넘어, 한 인간의 깊은 고민과 끈질긴 집필의 의지가 대하소설과 역사적 대작을 탄생시켰다. 인고의 세월을 지나 오늘의 문학관에 그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학관 태징의 여운을 느긋 느끼며
<태징—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징> 그 소리는 내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며 대나무 숲을 지나고 푸른 숲을 넘었다. 마치 창공에 퍼지고 작가의 글이 대발해에 넘나들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문득 세상의 모든 울림을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했다. 그러나 이곳 문학관의 책들 속에서 아직도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가 남아 있고, 글의 향기가 여전히 우리를 이끈다. 작은 언덕 위의 공간에서 이수영 서예작가의 기타 연주가 흐르고, 그 음악에 맞춰 들려오는 노래는 문학관을 감싸며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선물로 남겼다.
<관촉사~종학당> 오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맛본 콩나물 비빔밥은 옛날 우리 엄마의 솜씨를 떠올리게 했다. 점심의 따뜻한 한 끼를 지나 관촉사 은진미륵 불상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설사님의 말씀처럼, 큰 귀를 가지신 은진미륵은 모든 작은 목소리까지 듣고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따뜻한 이야기가 우리를 안심시켰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종학당이었다. 옛 선비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그 가르침의 맥을 오늘의 우리 삶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종학당 누각의 차와 더불어 들려온 클라리넷 연주는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게 해 주었고, 우리 회원들 간의 대화 속에서 뜻깊은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이번 나루문학 기행은 회장님의 손수 준비한 맛있는 먹거리로 입맛까지 즐거웠고, 종학당에서의 차 한 모금, 관촉사에서의 고요한 숨, 문학관에서 마주한 작가의 삶—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 우리의 마음에 남았다.
오늘의 여정은 끝나지만, 문학의 길은 계속된다. 나루문학 기행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길에서도 김홍신 작가의 삶과 작품이 우리를 깊이 있게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글을 쓰는 것은 "영혼의 상처를 다스리고 향기로 남기는 일"이라는 김홍신 작가의 삶, 영원히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 문영호(부회장)
[문학을 만나고, 나를 묻고 고요 속에 머무는 하루]
당진에서 46년의 긴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나루문학회는 해마다 한 번씩 문학기행을 떠난다.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회원 간의 친목을 다지며, 문학 속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시간이다. 올해 나루문학회가 향한 곳은 논산이었다.
이번 문학기행은 김홍신문학관을 중심으로 관촉사 은진미륵, 그리고 종학당까지 이어졌다. 주제는 “삶을 견디며 써낸 문학, 기다림과 침묵, 배움과 수양의 정신.” 우리는 논산이 품고 있는 문학과 역사, 정신의 결을 따라 걸으며 오늘의 나를 조용히 돌아보는 하루를 보냈다.
문학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지나간 자리, 오래 침묵하던 돌과 나무, 배움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공간을 걸으며 결국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다. 누군가 견디며 살아낸 시간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문학은 어쩌면 “잘 쓰는 기술” 이전에 “깊이 살아내는 힘”인지도 모른다.
작은도서관으로도 활용되는 김홍신문학관 3층 문학전망대에서
<김홍신문학관> 먼저 찾은 김홍신문학관의 책장은 천장 끝까지 빼곡했다. 한 사람의 생애가 저토록 많은 문장으로 쌓일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오래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책들은 단지 종이가 아니라 시대를 견디며 건너온 시간의 층위처럼 느껴졌다.
김홍신 작가는 141권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기록해왔다. 그의 삶은 ‘쓴다’는 일이 얼마나 치열한 견딤의 과정인지를 보여준다. 가난과 상처, 시대의 모순 속에서도 그는 사람을 향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이 흐른다.
1981년 발표된 『인간시장』은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작품의 진짜 힘은 판매량에 있지 않았다. 억압과 부조리로 가득했던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장총찬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분노와 상처를 발견했다. 김홍신은 문학을 통해 묻는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문학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문학관은 “바람으로 지은 집”이라고 한다. 여기서 바람은 세월 속에서 견뎌온 삶의 고비이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바람을 담아내는 공간, 그것이 문학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문학관은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품고 낮은 자세로 사람 곁에 머무는 휴머니즘 문학의 집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문학관의 상징 이미지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까만 원과 빨간 원이 부분집합처럼 나란히 놓여 있는데, 이는 평생 만년필로 글을 써온 작가의 잉크방울과 긴 시간 자신의 몸을 혹사하며 흘린 핏방울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숙연해졌다. 한 권의 책 뒤에는 한 사람의 고통과 인내, 그리고 삶 전체가 스며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학관을 안내해준 이진영 실장님의 해설은 유쾌하면서도 깊은 통찰이 있었다. 김홍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쉽고 따뜻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학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려는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번 문학기행은 사람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논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예가 이수영 작가님은 이른 시간부터 문학관에 나와 회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사진 촬영은 물론 기타 연주와 노래 선물까지 더해주며 문학기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들 속에서 일렁이는 마음들이 문학이 되고, 문학은 결국 사람과 더불어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침묵과 기다림의 시간 은진미륵> 문학관을 나와 찾은 관촉사 은진미륵은 또 다른 울림이었다. 관촉사로 오르는 계단은 복잡한 마음을 하나씩 내려놓게 했다. 갑작스럽게 뜨거워진 날씨 속에서도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미륵님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주한 거대한 은진미륵은 압도적인 크기로 하늘을 담고 서 있었다.
고려 광종 시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은진미륵은 천 년 가까운 시간을 한자리에서 견뎌왔다.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묵묵히 품어온 존재다. 우리는 그 앞에서 문득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견디며 살아왔는가.” 삶에는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시간들이 있다. 기다림의 시간, 침묵의 시간, 홀로 지나야 하는 시간들. 은진미륵은 그 긴 시간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종학당의 고요는 우리에게 묻는 것> 관촉사의 미륵님을 뒤로하고 우리는 종학당으로 향했다. 종학당은 파평윤씨 종가에서 세운 사설 학당이다. 오래된 한옥과 넓은 마당을 바라보며 예전 한 종가가 지녔을 삶의 품격과 무게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공간의 고요함이었다. 나루문학회원들은 오래된 마루에 함께 둘러앉았다. 사방으로 펼쳐진 자연 풍광과 바람 속에서 우리는 잠시 시간을 잊었다. 아마도 옛 학생들 역시 이 자리에서 자연과 우주, 인간의 도리를 배우며 마음을 닦아갔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김홍신 문학세계를 이야기했다. 그의 시와 아포리즘을 함께 읽고 나누며 문학은 결국 삶을 깊이 바라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문학도 없다”, “잘 쓴 글보다 오래 살아낸 삶이 더 깊은 문장을 만든다”는 문장들로 회원들과 오늘을 소중히 담았다.
종학당은 단지 글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었다. 삶의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곳이었다. 조선의 선비들이 학문과 인격을 분리하지 않았듯, 문학 또한 결국 사람을 깊게 만드는 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우리는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배우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은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학당의 고요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번 논산 문학기행은 단순한 하루 여행이 아니었다. 문학과 역사, 사람과 사람의 온기가 함께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우리는 논산에서 문학을 만났고, 사람을 만났고, 결국 오늘의 자기 자신을 만났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가난을 견디고, 누군가는 외로움을 견디며, 또 누군가는 기다림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문학은 어쩌면 그 견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김홍신은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고, 은진미륵은 천 년 동안 침묵으로 기다렸으며, 종학당은 배움이 사람을 깊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문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살아낸 하루, 끝내 포기하지 않은 마음,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시선 속에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논산은 조용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 김선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