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찍다] 댓잎 소리에 시름을 씻다, 천수만이 품은 보석 ‘죽도’

2026-05-04

남당항의 활기 너머로 보이는 초록의 섬, 10분이면 닿는 또 다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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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하게 펼쳐진 천수만과 어우러진 수산물의 보고, 남당항은 사시사철 활기로 가득하다. 대하와 우럭, 꽃게는 물론이고 미식가들이 특히 애를 태우며 찾는 천수만 최고의 별미 새조개가 사시사철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어사항까지 이어지는 무지갯빛 산책로, 일명 ‘남당무지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은은한 모래 해변과 다채로운 색채가 어우러져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길 위에서 바다로 시선을 돌리면 대나무가 무성하다는 섬, ‘죽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뷰파인더 너머로 마주한 ‘비움’의 미학


남당항에서 뱃길로 딱 10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죽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코끝에 스치는 공기의 결부터 달라짐을 느낀다. 홍성군 서부면 서쪽 한복판에 자리한 죽도는 홍성군 유일의 유인도이자, 섬 전체가 대나무로 뒤덮인 이름 그대로의 ‘대섬’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죽도는 올망졸망한 8개의 섬이 서로를 의지하듯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다. 탄소 없는 ‘에너지 자립 섬’인 이곳에선 도심의 소음이 떠나간 자리를 대나무 서걱대는 소리가 조용히 채우고 있다. 빽빽한 ‘대나무 숲 탐방로’에 들어서면 바람에 몸을 비비는 댓잎들의 속삭임이 마치 섬이 건네는 위로처럼 들려온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정화하는 ‘비움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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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등대와 세 개의 봉우리, 그리고 사색의 길


섬에 도착하면 정겨운 하얀 등대가 가장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죽도 둘레길은 약 3.5㎞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길이다.

섬 안에는 대숲이 우거진 나지막한 세 개의 봉우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용이 물길을 끊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 ‘옹팡섬 조망대’를 비롯해 각 조망대마다 만해 한용운 선사,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 백야 김좌진 장군 등 홍성이 배출한 충절 위인들의 캐릭터 상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천수만을 프레임에 담다 보면, 왜 이곳이 사진가들에게 그토록 사랑받는지를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삶의 활력이 넘치는 갯벌과 소박한 식탁


길을 걷다 보면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해산물들이 정겨운 어촌의 풍경을 완성한다. 우럭, 대하, 바지락 등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이라 갯벌 체험의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칼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다. 이어 소박한 카페에 앉아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즐기는 커피 한 잔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휴식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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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와 해넘이를 한 품에 안는 시간


죽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한 자리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유가 된다면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바다와 자연이 주는 평화를 온전히 누려보길 추천한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지는 시간은 우리 삶에 또 다른 에너지를 채워줄 것이다.

일상이 버거운 날, 카메라 한 대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도를 찾아가 보자. 탁 트인 바다와 푸른 대나무 숲이 당신의 지친 마음을 가만히 보듬어 줄 것이다.






[여행 Tip]

  • 교통편: 남당항 출발 기준, 평일 1일 5회(09:00부터 약 2시간 간격), 주말 1일 7회 운항
  • 주의사항: 매주 화요일은 휴항하므로 방문 전 확인 필요



- 글, 사진  여병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