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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깊을 줄이야. 김홍신 작가가 두 번째 시집 『그냥 살자』를 펴냈다. 『한 잎의 사랑』 이후 21년 만이다. 이 시집은 그의 고단한 삶과 사랑, 그리고 용서와 인생의 무게를 ‘그냥’이라는 말 안에 꾹꾹 눌러 담는다. 그는 이제 “소설가 김홍신”이 아니라 “시인 김홍신”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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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두 번째 시집, 그리고 사랑의 말들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살아낸 사람 김홍신의 인생시

김홍신 작가는 자신을 “김홍신 소설가”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펴낸 140여 권의 책 대부분은 소설이다. 『인간시장』으로 대표되는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의 저서는 이제 140권을 넘어섰다. 그 중에는 에세이도 있고, 평역서, 평론도 포함된다. 얼마 전 출간된 『수업이 끝나면 미래로 달려갈 거야』처럼 동화도 10여 편에 달한다.
그 동안 김홍신 작가의 시집은 한 권이었다. 2004년 사별한 아내 이화영 씨를 향한 그리움을 오롯 담은 『한 잎의 사랑』이 그것이다. 21년이 흐른 지금,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낸 시집『그냥 살자』에는 저자가 “시인 김홍신”으로 적혀 있다.
문인이 문학 장르를 넘나드는 경우는 적지 않다. 시와 소설은 어떤 경계일까?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의 평설에서 “왜 김홍신이 이와 같은 시를 쓰고 시집을 간행하려 할까?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서 말하는 소설의 발화법을 한 편으로 밀쳐두고, 비유와 상징과 압축의 방정식을 동원하는 시의 기법이 그에게 절실했던 까닭이 무엇일까?” 질문을 던진다. 이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곧 김홍신 시의 존재 양식을 말하는 것이 된다”고 답한다.
전문적으로 보면, 어렵게 들린다. 『그냥 살자』는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책이랄까? 한마디로 김홍신의 시는 고백의 언어요, 인생시이다. 이 시집에서도 그렇지만, 그의 에세이집나 소설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인생(人生)’이다. 삶이요 사랑이요 사람으로 풀어지는 인생!

‘대바람소리’ 들리는 문학관
6년 전 개관한 논산의 김홍신문학관에 들어서면 건물 하얀 벽면에 대형현수막이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대나무숲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은 「대바람 소리」이다.
“하늘에게 어찌 살라느냐 물으니 / 대나무처럼 살라 하네 / 대나무는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아 / 마디 있고 속 비어 그렇다네 / 인생의 고비가 마디요 / 속을 비우는 건 마음 내려놓는 거라네”
‘대바람 소리’는 64편이 담긴 이번 시집의 맨 앞에 실렸다. 이 시의 배경으로 실린 사진은, 노성천 풋개마을 인근이다. 대나무가 강변에서 자라는 풍경은 흔치 않다. 어느 해인가 장마에 떠밀려온 대나무 하나가 물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자라더니, 대숲을 이루었다. 노성천 백사장 진풍경 중의 하나다.
근래 출간된 김홍신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에 이 시가 쓰여진 배경이 설명돼 있다. 김홍신은 경남 산청 군수의 초대로 기산국악당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이 국악당의 대밭극장을 상징하는 시 한 편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곧바로 쓴 시가 대바람 소리다. 이후 박범훈이 이 시를 노랫말 삼아 작곡한 곡을 장사익이 불렀다. 유태평양도 불렀다.
대나무 이야기는 이어진다. “한번은 성철 대선사님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달라고 하소연했더니 ‘대나무처럼 살라’고 하셨다”, “그 뜻을 알 수 없어 상좌 스님께 여쭈었더니 ‘대나무가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는 건 속이 비었기 때문이고, 대나무의 마디는 고난이다’라고 해석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메모해뒀던 것이 시간이 흘러 대밭극장을 위해 시를 쓰게 되자 떠올랐다” “결국 스님의 말씀과 제 경험이 시가 된 것”이라는 졸가리다.
김홍신문학관은 반야산 아래 자락이다. 산 경계선을 따라 울타리가 쳐져 있다. 대나무숲 울타리다. 김홍신 작가가 문학관과 집필관 해설사로 직접 나설 때 혹간 던지는 질문이 있다. “사찰 주변에 왜 대나무를 심는지 아시느냐?” 산불이 났을 때, 대나무 터지는 소리가 불 났다는 신호탄이 되어 준다는 답이다. 이런 이야기는 대처에서 쉽게 들을 수 없다. 김홍신 작가는 삶의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들을 경청하고 메모한단다. 다양한 경험과 감상이 메모장에 적히고, 메모는 시가 된다. 인생시다.
겪어봐도 알지만, 그냥도 안다, 걍
유튜브에서 검색어 <겪어보면 안다 김홍신> 이렇게 넣어보면 여러 버전이 뜨는데, 조회수 160만, 108만 등의 영상도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저는 이번 시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가 「겪어보면 안다」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의 핵심 메시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시이고, 인생 명언입니다. 읽는 순간, 마음이 멈추고 숨이 깊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로그 ‘행복학개론’을 운영하는 김양홍 변호사의 시평이다. ‘겪어보면’은 일종의 조건문이다. 그런데 시인은 조건없음에 방점을 더 찍는 거 같다.
기자는 챗GPT에 “<그냥 웃지요, 그냥 살어>처럼 ‘그냥’이 들어간 비슷한 분위기의 명시나 명언을 찾아줄래?”라고 물었다.
[김홍신– 『인생은 견디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중에서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사는 거지./ 때 되면 먹고, 때 되면 자고,/ 아프면 좀 쉬고, 좋으면 좀 웃고.” → ‘그냥 살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 중 하나예요.] 이어서 두번째로 보여주는 문장은 김용택 시인의 글이다. [“그냥 웃었다./ 그냥 좋아서, 그냥 봄이라서,/그냥 살아 있으니까.” → ‘그냥’은 이유가 아니라 살아 있음 그 자체에 대한 감탄으로 나옵니다.]는 주석을 덧붙이면서.....
그러고 보니 김용택 초등교사의 제자가 썼다는 짧은시 한 편이 겹쳐진다.
<난 울 엄니가 좋다/ 참 좋다/ 왜그냐면/ 그냥 좋다>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인생사 전쟁터가 아니더냐(....중략....)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그냥 살라> 이 시집의 표제시 「그냥 살자」는 “그냥 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처럼 ‘그냥’은 시집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고향사랑 논산아리랑과 나라사랑
이런 류의 키워드는 고향땅에도 뿌리를 내리는 성싶다. 엄니, 사랑, 사람꽃 등등은 나고 자란 고향의 애칭어다. ‘논산을 하나로 쩜매준다’는 기치를 내건 김홍신 작시 「논산아리랑」이 탄생 1년이 넘었다. ‘논산아리랑’은 논산땅을 “황산벌 들녘 태평성대요 백제의 혼서린 양반고을”로 묘사하면서 우렁차게 시작한다. 전형적인 ‘한’의 아리랑 아닌 ‘흥’의 아리랑을 들고나옴으로써 한국아리랑의 지평을 여는 서곡이다.
이 시집에서 두 번째 실린 시는 <조선의 혼, 아리랑>이다. “젖가슴 내민 어머니처럼 / 옥녀봉은 따스하다 //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 통일이었다”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통일이었다」의 한 소절이다. 여기 금강이나 옥녀봉은 북한땅 금강산 거지만, 남녘 강경을 지나는 금강의 옥녀봉으로도 읽혀지는 듯. 고향땅과 조국 남북이 하나, 한결, 어울렁더울렁이다.
대나무에게 물으니 ‘바람’처럼 살라 하는데, 이 모두를 넘어서는 힘은 ‘사랑과 용서’에 있다는 작가 심중의 목소리는 이번 시집 도처에 녹아 있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등의 소설에서도 아우성이다. 2년 전 발간된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는 노시인의 군 시절 이야기다. 묵히고 묵혔던 이야기를 반세기 만에 빛 보였다. 이태원참사의 애도 현장을 보면서 출판 직전의 책 제목(적인종)을과감히 바꾸었다. 어떻게든 ‘애도’라는 단어를 넣고 싶어서였단다. 갈등의 시대, 대책 없어 보이는 시대에 그나마 보이는 유일한 구원통로는 사랑과 용서라고 보았기에.
이 시집의 제1부 사랑 1~2, 제2부 사랑벼락 1~2에 이어 제3부에 수록된 시들의 공통어 역시 ‘사랑’이다. ‘사랑하면 풋내나는 사람이 된다(사랑 서리)’는 전언, ‘다친 사랑이 더 찬란하다(다친 사랑)’는 판단, ‘사랑이라는 별이 있어 누구나 사랑하게 만든다(사랑앓이)’ 등이 그것이다. 상처도, 아픔도, 너와 나의 갈등도 결국은 사랑이다. 모두가 사랑이다.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사는 거지.” — 김홍신, 『그냥 살자』 중에서
<김홍신 시집, 『그냥 살자』 도서출판 작가, 112쪽, 정가12,000원>

- 이진영 편집위원
김홍신의 두 번째 시집, 그리고 사랑의 말들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살아낸 사람 김홍신의 인생시
김홍신 작가는 자신을 “김홍신 소설가”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펴낸 140여 권의 책 대부분은 소설이다. 『인간시장』으로 대표되는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의 저서는 이제 140권을 넘어섰다. 그 중에는 에세이도 있고, 평역서, 평론도 포함된다. 얼마 전 출간된 『수업이 끝나면 미래로 달려갈 거야』처럼 동화도 10여 편에 달한다.
그 동안 김홍신 작가의 시집은 한 권이었다. 2004년 사별한 아내 이화영 씨를 향한 그리움을 오롯 담은 『한 잎의 사랑』이 그것이다. 21년이 흐른 지금,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낸 시집『그냥 살자』에는 저자가 “시인 김홍신”으로 적혀 있다.
문인이 문학 장르를 넘나드는 경우는 적지 않다. 시와 소설은 어떤 경계일까?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의 평설에서 “왜 김홍신이 이와 같은 시를 쓰고 시집을 간행하려 할까?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서 말하는 소설의 발화법을 한 편으로 밀쳐두고, 비유와 상징과 압축의 방정식을 동원하는 시의 기법이 그에게 절실했던 까닭이 무엇일까?” 질문을 던진다. 이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곧 김홍신 시의 존재 양식을 말하는 것이 된다”고 답한다.
전문적으로 보면, 어렵게 들린다. 『그냥 살자』는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책이랄까? 한마디로 김홍신의 시는 고백의 언어요, 인생시이다. 이 시집에서도 그렇지만, 그의 에세이집나 소설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인생(人生)’이다. 삶이요 사랑이요 사람으로 풀어지는 인생!
‘대바람소리’ 들리는 문학관
6년 전 개관한 논산의 김홍신문학관에 들어서면 건물 하얀 벽면에 대형현수막이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대나무숲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은 「대바람 소리」이다.
‘대바람 소리’는 64편이 담긴 이번 시집의 맨 앞에 실렸다. 이 시의 배경으로 실린 사진은, 노성천 풋개마을 인근이다. 대나무가 강변에서 자라는 풍경은 흔치 않다. 어느 해인가 장마에 떠밀려온 대나무 하나가 물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자라더니, 대숲을 이루었다. 노성천 백사장 진풍경 중의 하나다.
근래 출간된 김홍신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에 이 시가 쓰여진 배경이 설명돼 있다. 김홍신은 경남 산청 군수의 초대로 기산국악당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이 국악당의 대밭극장을 상징하는 시 한 편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곧바로 쓴 시가 대바람 소리다. 이후 박범훈이 이 시를 노랫말 삼아 작곡한 곡을 장사익이 불렀다. 유태평양도 불렀다.
대나무 이야기는 이어진다. “한번은 성철 대선사님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달라고 하소연했더니 ‘대나무처럼 살라’고 하셨다”, “그 뜻을 알 수 없어 상좌 스님께 여쭈었더니 ‘대나무가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는 건 속이 비었기 때문이고, 대나무의 마디는 고난이다’라고 해석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메모해뒀던 것이 시간이 흘러 대밭극장을 위해 시를 쓰게 되자 떠올랐다” “결국 스님의 말씀과 제 경험이 시가 된 것”이라는 졸가리다.
김홍신문학관은 반야산 아래 자락이다. 산 경계선을 따라 울타리가 쳐져 있다. 대나무숲 울타리다. 김홍신 작가가 문학관과 집필관 해설사로 직접 나설 때 혹간 던지는 질문이 있다. “사찰 주변에 왜 대나무를 심는지 아시느냐?” 산불이 났을 때, 대나무 터지는 소리가 불 났다는 신호탄이 되어 준다는 답이다. 이런 이야기는 대처에서 쉽게 들을 수 없다. 김홍신 작가는 삶의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들을 경청하고 메모한단다. 다양한 경험과 감상이 메모장에 적히고, 메모는 시가 된다. 인생시다.
겪어봐도 알지만, 그냥도 안다, 걍
유튜브에서 검색어 <겪어보면 안다 김홍신> 이렇게 넣어보면 여러 버전이 뜨는데, 조회수 160만, 108만 등의 영상도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저는 이번 시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가 「겪어보면 안다」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의 핵심 메시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시이고, 인생 명언입니다. 읽는 순간, 마음이 멈추고 숨이 깊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로그 ‘행복학개론’을 운영하는 김양홍 변호사의 시평이다. ‘겪어보면’은 일종의 조건문이다. 그런데 시인은 조건없음에 방점을 더 찍는 거 같다.
기자는 챗GPT에 “<그냥 웃지요, 그냥 살어>처럼 ‘그냥’이 들어간 비슷한 분위기의 명시나 명언을 찾아줄래?”라고 물었다.
[김홍신– 『인생은 견디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중에서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사는 거지./ 때 되면 먹고, 때 되면 자고,/ 아프면 좀 쉬고, 좋으면 좀 웃고.” → ‘그냥 살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 중 하나예요.] 이어서 두번째로 보여주는 문장은 김용택 시인의 글이다. [“그냥 웃었다./ 그냥 좋아서, 그냥 봄이라서,/그냥 살아 있으니까.” → ‘그냥’은 이유가 아니라 살아 있음 그 자체에 대한 감탄으로 나옵니다.]는 주석을 덧붙이면서.....
그러고 보니 김용택 초등교사의 제자가 썼다는 짧은시 한 편이 겹쳐진다.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인생사 전쟁터가 아니더냐(....중략....)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그냥 살라> 이 시집의 표제시 「그냥 살자」는 “그냥 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처럼 ‘그냥’은 시집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고향사랑 논산아리랑과 나라사랑
이런 류의 키워드는 고향땅에도 뿌리를 내리는 성싶다. 엄니, 사랑, 사람꽃 등등은 나고 자란 고향의 애칭어다. ‘논산을 하나로 쩜매준다’는 기치를 내건 김홍신 작시 「논산아리랑」이 탄생 1년이 넘었다. ‘논산아리랑’은 논산땅을 “황산벌 들녘 태평성대요 백제의 혼서린 양반고을”로 묘사하면서 우렁차게 시작한다. 전형적인 ‘한’의 아리랑 아닌 ‘흥’의 아리랑을 들고나옴으로써 한국아리랑의 지평을 여는 서곡이다.
이 시집에서 두 번째 실린 시는 <조선의 혼, 아리랑>이다. “젖가슴 내민 어머니처럼 / 옥녀봉은 따스하다 //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 통일이었다”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통일이었다」의 한 소절이다. 여기 금강이나 옥녀봉은 북한땅 금강산 거지만, 남녘 강경을 지나는 금강의 옥녀봉으로도 읽혀지는 듯. 고향땅과 조국 남북이 하나, 한결, 어울렁더울렁이다.
대나무에게 물으니 ‘바람’처럼 살라 하는데, 이 모두를 넘어서는 힘은 ‘사랑과 용서’에 있다는 작가 심중의 목소리는 이번 시집 도처에 녹아 있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등의 소설에서도 아우성이다. 2년 전 발간된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는 노시인의 군 시절 이야기다. 묵히고 묵혔던 이야기를 반세기 만에 빛 보였다. 이태원참사의 애도 현장을 보면서 출판 직전의 책 제목(적인종)을과감히 바꾸었다. 어떻게든 ‘애도’라는 단어를 넣고 싶어서였단다. 갈등의 시대, 대책 없어 보이는 시대에 그나마 보이는 유일한 구원통로는 사랑과 용서라고 보았기에.
이 시집의 제1부 사랑 1~2, 제2부 사랑벼락 1~2에 이어 제3부에 수록된 시들의 공통어 역시 ‘사랑’이다. ‘사랑하면 풋내나는 사람이 된다(사랑 서리)’는 전언, ‘다친 사랑이 더 찬란하다(다친 사랑)’는 판단, ‘사랑이라는 별이 있어 누구나 사랑하게 만든다(사랑앓이)’ 등이 그것이다. 상처도, 아픔도, 너와 나의 갈등도 결국은 사랑이다. 모두가 사랑이다.
<김홍신 시집, 『그냥 살자』 도서출판 작가, 112쪽, 정가12,000원>
-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