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의 儒覽日誌] 사람과 자연, 그 사이에 머무는 기관…한유진이 실천하는 ESG의 길

2025-06-29

환경정화활동


충남 논산 노성면. 언덕 위로 천천히 오르면 드넓은 들녘과 저수지를 바라보는 한 기관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한유진’이라 부른다. 사람 이름처럼 들리는 이 애칭은 왠지 모를 친근함을 품고 있다. 마치 우리 곁에 오래 함께해 온 이웃처럼,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름이다. 이름 하나에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의 태도가 스며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ESG의 시작이 아닐까.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유교문화진흥’이라는 고유한 사명을 품은 우리는 이곳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단어를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다. ESG는 어느덧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이 세 단어는 기업과 기관들에게 윤리의 기준이자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유진에게 ESG는 경영 전략을 넘어 유교적 삶의 철학 그 자체다. 사람을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며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유교의 가르침에는 ESG의 본질이 오래전부터 녹아 있었다. 

"사람을 잇다, 세상을 잇다.”, 한유진의 슬로건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ESG 경영의 본질이 담겨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자연을 잇고, 오늘과 내일을 잇는 일. 바로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유교적 지속가능성이다.


성모의마을 봉사활동


먼저, 사람을 잇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리 기관은 장애인 복지시설인 ‘성모의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그들과 따뜻한 시간을 나눈다. 계절이 바뀌면 농번기를 맞은 지역 농가에도 손길을 보탠다. 이 모든 활동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이웃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우리 기관의 일상이자 정체성이다.

기관 내 카페 ‘사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우리는 운영을 지원한다. 단순히 공간만 내어주는 것이 아니다. 이 카페는 방문객들에게는 따뜻한 쉼표가 되고, 지역 주민에게는 안정적인 수입과 함께 소중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동토길 개발


‘동토길’이라 이름 지은 산책로도 마찬가지다. 이 길은 단순한 조경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일상의 피로를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이 길에서는 누구나 천천히 걸을 수 있고, 누구나 자연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길은 항상 지역을 향해 열려 있다.

직원들 간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무실 뒤편의 작은 텃밭에서 계절마다 상추, 가지, 깻잎을 함께 심고 가꾸며, 점심시간에는 갓 수확한 채소가 식탁 위에 오른다. 올 초에는 처음으로 블루베리를 심었는데, 며칠전 첫 열매를 맺었을 때는 모두가 함께 맛보고 새콤달콤 소소한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한마음 화합행사


매년 열리는 한마음체육대회에서는 ‘상추마켓’이라는 작은 플리마켓도 함께 열린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서로 나누고, 필요한 이에게 다시 건네며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자리다. 그 따뜻한 나눔 속에서 직원들 사이의 정은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이처럼 일상 속에서 이어가는 작은 실천들이 바로 우리만의 사회적 ESG다.

환경에 대한 책임도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다. 종이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면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복사기에 ‘이면지 자동 인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덕분에 복사기 앞에서 종이를 뒤집느라 머뭇거리는 일이 줄어들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면지도 첨단으로 쓴다”는 농담이 번졌다. 이러한 소소한 개선이 모여 매일 조금씩 더 나은 환경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도 철저히 줄이고 있다. 한유진에는 종이컵이 없다. 텀블러와 머그잔이 직원 책상 위에 늘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탄소 중립의 초석을 쌓는다. 우리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가 결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꾸준한 실천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 모든 실천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우리 직원들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라는 이름처럼, 저마다 유교적 품성과 따뜻한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방문객이 오면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는 일이 자연스럽다. 또한, 우리 기관에서는 ‘공수(拱手)’로 인사를 건넨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마음을 담는 이 인사법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우리만의 방식이다. 격식은 있지만 결코 무겁지 않고, 익숙하면서도 늘 단정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으로, 우리는 서로를 ‘호(號)’로 부른다. 한유진에 입사하면 ‘호’가 생긴다. 스스로 짓기도 하고, 동료가 지어주기도 한다. ‘효우정(孝友亭)’, ‘단류(鍛流)’, ‘미현당(微玄堂)’처럼 마음에 담긴 뜻을 이름처럼 지어 서로 부르는 것인데, 단지 별칭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이 담긴 이름이기에 부를 때는 늘 다정하게 그 의미를 새기며 부르고 있다.

이 모든 문화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우리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격식을 갖추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에서 예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긴다.”, 우리는 그것이 곧 유교적 지속가능성이며, 사람 중심의 ESG가 실현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위에, 문화가 더해지는 것이다. 우리 기관은 단순히 연구와 행정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삶을 아우르는 공공의 역할을 지향한다. 자연과 건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공간엔 ‘솔비움’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전시와 열람, 휴식과 사색이 가능한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힐링 그 자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놓인 이 복합문화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기관의 존재 자체가 치유의 공간이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자부심이다.


호우피해 일손돕기

환경정화활동


우리는 매일 지역민을 위한 문화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더욱 넓히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머물고, 배우고, 쉬어간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기관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잇는 삶의 터전이 된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다.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업 실적을 분기마다 점검하여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려 하며, 각자의 업무 공유를 통해 전 구성원이 함께 내일의 방향을 그려간다. 이러한 과정은 상하 중심의 지시 체계를 넘어서 상호 존중과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기반이 된다. 수평적 거버넌스는 조직을 유연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유교적 공동체 정신이 조직 운영에서도 실천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실천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묵묵히 이어가는 배려와 지속적인 노력으로 빚어진다. 그것이 바로 한유진이 추구하는 진정한 ESG의 모습이다. 사람을 우선에 두고, 자연을 존중하며,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리고 이 오랜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이어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한유진의 본연의 역할이라 믿는다.


- 김정아 한국유교문화진흥원 행정지원부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