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시에 대하여 잘 모른다. 시집 신간 소개를 하려면, 맨 뒤의 작품해설이나 작가 약력부터 들춰본다. 이미숙 시인은 그간 두 권의 시집을 펴냈고 이번에 펴낸 세 번째 시집은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 표지와 시인의 빨강 등산복이 클로즈업된 것은, 이번 시집의 제목을 고려한 어울림 같다.
이미숙 시인의 첫번째 시집은 『피아니스트와 게와 나』다. 시보다 1년 앞서 시작한 플루트 덕에 <대전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인데, 여기 시에 등장한 사람은 피아니스트다. 두 번째 시집은 『나비 포옹』이다. 나비가 포옹하거나 사랑하는 장면은 잠자리 하트에 비하여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그러나 시인의 포충망에는 그런 나비가 포착이 되기도 하나보다.
이미숙 시인은 논산산이다. 올해 7월 박광수 시인이 펴낸 시집제목은 “바람이 그리는 나비” 대전에서 활동 중인 박시인 역시 논산 출신이다. 둘 다 나비를 들고 나온 게 논산 사람의 ‘우연의 일치’일까 싶어 잠시 갸우뚱한 적이 있다.
시집제목은 대개 시인의 대표시 제목을 뽑아서 부각시키는 거 같은데, 박광수 시인의 시 중에 “바람이 그리는 나비”라는 제목의 시는 없다, ‘나비를 그리다’가 있을 뿐. 이미숙 시인의 표제어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는 <울음이 자라는데 대책 없이>라는 시 본문에서 솟구쳐 올라온 파격이다.
울음이 자라는데 대책 없이
다가오는 것과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
곧장 들이치는 빗줄기와 고양이 발자국소리 가까워 푸르고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
어머니 자궁을 지나와 탯줄 끊어내자마자 울음이 먼저 자라고
나는 지구별에 던져진 또 하나의 행성(하략)
이하 생략하지만, 이 시에는 각주가 하나 달려 있다. (*도플러 효과 : 우주에서 가까워지는 것들은 점점 푸르게, 멀어지는 것들은 붉게 보인다고 함.)
철학과를 나온 시인은 과학의 세계로, 더 나아가 지구와 우주로 넘나드는 모양이다. <유라시아문화연대> 회원인 그녀는 지난 5월에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시인으로서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장인 그녀는 <젊은시> 동인으로 활동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집을 펴낸 도서출판 “신생”의 주소는 부산이다. 출판사의 보도자료는 시인의 포옹, 포용 시도를 높이 산다.
시인은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를 매우 철저히 인식하고자 하는 바탕 위에서 타자와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는 끊임 없는 애씀과 그 좌절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타자와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거기서 새롭게 대상을 포용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시인이 동일성의 자장 안에 안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동일성으로서의 관계를 집요하게 성찰하는 이유는, 타자와 대상에 대한 서정의 폭력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쩜 우리네 사회 생활 상당 부분은 타자와 대상과의 관계이기도 하다. 해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서 짜증도 내고 배려도 하고, 상대방의 눈치만 살필 때도 없잖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미숙 시에서는 거리에 비례한 주체의 욕망이 좌절될 것임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상에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도달하고자 하는 애씀의 과정을 고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문학평론가 손남훈 부산대 교수의 작품평이다.
시인은 “울음이 자라는데 대책 없이”를 이렇게 이어갔다.
시공을 둘러싼 에너지와 그 안에서 가로세로 관계 맺기, 태양은 늘 내가 낳은 위성 중심으로 돌아가지
분리되고 팽창하며 다시 새롭게 자라나는 울음들 더운 피 소모하며 은폐 중이다.>
또다시 하략하지만, 경도위도, 씨줄날줄, 팽창수축은 우주나 인간관계뿐 아니라 글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시인의 전천후 활동이 변신을 거듭해가면 어떨까 싶다. 실크로드는 외길 아닌 여러 길의 합산이다. 누에가 푸른 뽕을 먹고 하얀 견사로 변색하듯, 길쌈하는 아낙들이 2차원 라인을 3차원 면으로 확충시켜 가듯, 시인의 네 번째 시집에서는 ‘대책 있는’ 4차원의 파이도 기대해본다.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 도서출판 신생 刊, 2024-09-05 발행/ 144쪽/ 10,000원
- 이진영 기자
기자는 시에 대하여 잘 모른다. 시집 신간 소개를 하려면, 맨 뒤의 작품해설이나 작가 약력부터 들춰본다. 이미숙 시인은 그간 두 권의 시집을 펴냈고 이번에 펴낸 세 번째 시집은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 표지와 시인의 빨강 등산복이 클로즈업된 것은, 이번 시집의 제목을 고려한 어울림 같다.
이미숙 시인의 첫번째 시집은 『피아니스트와 게와 나』다. 시보다 1년 앞서 시작한 플루트 덕에 <대전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인데, 여기 시에 등장한 사람은 피아니스트다. 두 번째 시집은 『나비 포옹』이다. 나비가 포옹하거나 사랑하는 장면은 잠자리 하트에 비하여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그러나 시인의 포충망에는 그런 나비가 포착이 되기도 하나보다.
이미숙 시인은 논산산이다. 올해 7월 박광수 시인이 펴낸 시집제목은 “바람이 그리는 나비” 대전에서 활동 중인 박시인 역시 논산 출신이다. 둘 다 나비를 들고 나온 게 논산 사람의 ‘우연의 일치’일까 싶어 잠시 갸우뚱한 적이 있다.
시집제목은 대개 시인의 대표시 제목을 뽑아서 부각시키는 거 같은데, 박광수 시인의 시 중에 “바람이 그리는 나비”라는 제목의 시는 없다, ‘나비를 그리다’가 있을 뿐. 이미숙 시인의 표제어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는 <울음이 자라는데 대책 없이>라는 시 본문에서 솟구쳐 올라온 파격이다.
이하 생략하지만, 이 시에는 각주가 하나 달려 있다. (*도플러 효과 : 우주에서 가까워지는 것들은 점점 푸르게, 멀어지는 것들은 붉게 보인다고 함.)
철학과를 나온 시인은 과학의 세계로, 더 나아가 지구와 우주로 넘나드는 모양이다. <유라시아문화연대> 회원인 그녀는 지난 5월에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시인으로서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장인 그녀는 <젊은시> 동인으로 활동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집을 펴낸 도서출판 “신생”의 주소는 부산이다. 출판사의 보도자료는 시인의 포옹, 포용 시도를 높이 산다.
시인은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를 매우 철저히 인식하고자 하는 바탕 위에서 타자와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는 끊임 없는 애씀과 그 좌절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타자와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거기서 새롭게 대상을 포용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시인이 동일성의 자장 안에 안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동일성으로서의 관계를 집요하게 성찰하는 이유는, 타자와 대상에 대한 서정의 폭력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쩜 우리네 사회 생활 상당 부분은 타자와 대상과의 관계이기도 하다. 해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서 짜증도 내고 배려도 하고, 상대방의 눈치만 살필 때도 없잖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미숙 시에서는 거리에 비례한 주체의 욕망이 좌절될 것임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상에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도달하고자 하는 애씀의 과정을 고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문학평론가 손남훈 부산대 교수의 작품평이다.
시인은 “울음이 자라는데 대책 없이”를 이렇게 이어갔다.
또다시 하략하지만, 경도위도, 씨줄날줄, 팽창수축은 우주나 인간관계뿐 아니라 글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시인의 전천후 활동이 변신을 거듭해가면 어떨까 싶다. 실크로드는 외길 아닌 여러 길의 합산이다. 누에가 푸른 뽕을 먹고 하얀 견사로 변색하듯, 길쌈하는 아낙들이 2차원 라인을 3차원 면으로 확충시켜 가듯, 시인의 네 번째 시집에서는 ‘대책 있는’ 4차원의 파이도 기대해본다.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 도서출판 신생 刊, 2024-09-05 발행/ 144쪽/ 10,000원
- 이진영 기자